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더니 결국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더 깊고 빠르게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날씨도 춥고 서민들 마음도 춥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정치권은 참 한가롭습니다. 정치권은 비상시국에도 위기극복의 선봉에 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립하고 비난하는데 열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운영과 경제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자리”라던 여야대표 비밀회동이 결국 상호비난으로 마무리된 것이 바로 얼마 전 일입니다.


 


        국회를 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지각개원에 이어 18대 첫 정기국회는 이미 80여일을 허송하다시피 했습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최근까지 제출된 법률안 1330여건 중 처리한 것은 10건 내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내년 나라살림을 위한 예산안도 이미 처리 시한을 넘긴 상태입니다. 정해진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예산안 논란도 내용이 아니라 날짜를 놓고 여야가 대립했다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예산안 처리일정에 합의했다지만 앞길도 순탄하진 않습니다. 쟁점법안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국민 앞에 청사진도 내 놓지 못하면서 다른 누군가의 시도조차 방해하는 집단이고 이들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진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국회실종의 1차적 책임은 국정과 국회를 주도해야할 여권에 있습니다. 하긴 정부와 여당도 서로 엇박자만 놓고 있것이 현실입니다. 여당에서 개각설이 나오자 청와대가 연말개각은 없다고 합니다. 청와대가 수도권 규제완화 대책과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내놓자 여당이 앞길을 막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공조도 어려운 상황이니 국회에서의 여야협조는 더욱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현재 여권엔 “1분도 허비하지 않겠다,”거나 “예산안을 한 줄씩 한 줄씩 검토해 낭비를 줄이겠다”는 위기의식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나아가 위기극복을 위해 개인적 인연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의 당선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은 인사라도 해당 직책에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만으로 임명하는 리더십과 포용력이 요청됩니다.


 


        국회와 여권중심의 실종은 결국 정당실종으로 이어집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전반적으로 낮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정당에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 지지도는 30% 초반이나 하락세가 뚜렷하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도는 변화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10% 중반에 고착되는 양상이랍니다.


 


        한나라당 지지도 하락과 민주당 지지도 정체는 정당정치의 붕괴를 의미합니다. 그 끝은 당연히 대의제에 대한 신뢰위기입니다. 공화국 공동체 수호를 위한 정치권 전체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합니다.


 


박명호(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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