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 계류 중인 ‘비밀의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에 대하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국가가 정보독점을 강화하여 국민의 비밀접근권을 약화시키고 알 권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정보가 국가경쟁력에 중요한 요소가 된 오늘날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서는 국가비밀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양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반대론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현대사회는 정보사회입니다. 정보사회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게 된다면 국민의 알 권리가 제약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가 국가안보와 국익과 관련된 것이라면 그 보호와 관리는 필수적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도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국민의 감시기능도 강화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비밀에 관한 법제화를 통하여 공공기관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데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법안에 대한 논란의 초점은 국가비밀의 범위와 비밀지정, 비밀침해에 대한 처벌 등입니다. 먼저 법안은 비밀의 범위를 전통적인 국가안보와 관련된 군사와 외교관련 비밀뿐만 아니라, 통상과 과학기술 등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첨단과학기술이 군사시설에 응용되고 통상이 국익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를 제외한다면 법안의 취지는 반감되고 말 것입니다. 더구나 법안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관련된 비밀에 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범위를 벗어난 자의적 해석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법안은 자의적인 비밀 지정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업무상 지휘 감독에 있는 자에 대해서만 비밀지정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밀을 지정할 때 법령 위반사실, 업무 수행상 과오·과실을 은폐하거나 정보공개를 지연하는 등 악의적 목적으로 비밀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 각 국은 무한경쟁 속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오늘날 국가의 정보력은 곧 국가의 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 들은 중요한 국가비밀을 폭넓게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2009년 비밀보호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보안업무규정에 의하여 국가비밀을 관리해왔습니다. 국민의 권익과 관련된 사항을 하위규범인 규정으로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됩니다. 또한 법률이 제정됨으로써 공공기관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권한의 오·남용에 대한 법적 책임도 분명해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법률의 제정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상겸(동국대 법대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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