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 앵커 >

인천 송현동의 유일한 사찰 향적사가 48층 초고층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수행환경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지역 불자들의 정신적 귀의처이자 신행 공간이 하루아침에 기능을 잃을 불안감 속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류기완 기자입니다.

 

< 리포터 >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자리한 향적사.

이웃종교세가 강한 지역 사회 내 유일한 사찰로 부처님 진신사리 5과를 모신 불탑이 있어 지역 불자들의 정신적 귀의처이자 신행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특히, 인접한 근린공원의 산책로가 사찰로 연결돼 지역주민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쉼 쉬는 도량으로서 입지를 다져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향적사 바로 앞에 초고층 아파트 건립 계획이 수립되면서 향적사는 수행환경이 훼손될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진우스님 / 인천 향적사 주지] : "갑자기 설계 변경이 되면서 뒤바뀌는 거예요. 공원 쪽에 48층이 오면 그 위압감과 겨울이면 추워서 빙판이 얼고...여기가 바다인데, 이 지역이 아주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에요. 빌딩풍도 그렇고 그늘이 지게 되면 추워서 못 살아요. 겨울에는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될 거라는 걸 인식 못 하는 거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예정지와 향적사 간 직선거리는 불과 50 미터,

48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가 예정대로 들어설 경우, 일조권이 차단돼 그늘진 곳은 늘어나고, 고지대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경관도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또 바람이 강한 해안지역에 자리한데다 건물 사이 빌딩풍 피해까지 더해지면, 사찰에 기거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안전과 주거환경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진우스님 / 인천 향적사 주지] : "여기가 열악한 곳이라서 열악한 지역이니까 저희가 반대는 안 해요...다시 설계 변경을 해서 정상적으로 아래층에는 높은 거, 위에는 낮은 걸로 해서 시민들이 전부 다 안락하고 행복하고 공원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그런 공원을 만들어 주십사 그리고 지역도 발전이 되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걸로 만들어달라"

원래 이 구역은 고도가 높은 공원 쪽에 25층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설계가 바뀌면서 48층 높이로 계획이 변경됐고, 이 과정에서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는 게 향적사 측 주장입니다.

수행환경 침해 문제에 직면한 향적사는 일조권, 조망권 확보 등을 호소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습니다.

향적사 대중 스님들과 신도회, 지역주민들은 인천시청 앞에서 수행환경 침해 반대 집회를 열고, 지자체를 상대로 상생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현장음] 일조권, 조망권, 주거권을 확보하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일부 신도들 사이에선, 수십 년간 지켜온 신행 공간이자 추억의 장소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송병화 / 인천 미추홀구] :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도 많이 하시고 스님께서 절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각고의 노력을 했는데...옛것을 다 무시하고 그 지역의 지금 공원도 조성돼 있고 굉장히 아름다운 그 지역을 사찰을 몰살시키고 높은 빌딩이 들어서게 되니까 절이 지금 없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향적사는 아파트 건설도 지역 발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찰과 근린공원의 보존을 위해 아파트 높이를 낮추는 등 상생 방안을 찾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환경권 침해 사례가 늘어나면서, 스님들의 수행공간이자 신앙의 귀의처인 사찰의 수행환경도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BBS 뉴스 류기완입니다.

영상취재: 남창오 기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