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3주째 복귀하지 않는 가운데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해 의료공백이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일부 지방병원에서는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시내 주요 수련병원은 매년 3월 들어와야 하는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가 없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지칭합니다.

'매해 3월 1일'에 새로운 수련 연도가 시작되는데,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모두 이달 1일자로 각 병원에 신규 인력으로 충원돼야 합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후 이들마저 병원으로 오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레지던트 1년차로 임용 예정이었던 인턴은 물론, 인턴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의 90% 이상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서울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금 교수와 전임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메우고 있지만,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 상황에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걱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병원은 전공의는 물론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하면서 의료 공백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이들은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키면서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이들의 이탈마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고,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6명만 근무하게 됐습니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전임의 14명 중 군 제대 후 5월 1일자로 근무하는 4명을 제외하고,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10명 중 5명만 계약하고, 나머지 5명은 임용을 포기했습니다.

대전성모병원도 전임의 7명의 계약 갱신일이 도래했지만, 일부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빅5' 병원 중에선 서울성모병원은 당초 계약하려고 했던 전임의의 절반 정도가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업무를 메우던 전임의들의 이탈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지난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의료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다만, 서울 대형병원은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나은 모습을 보이는 등 병원별 상황차이를 보였습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은 이달 1일 자로 차질 없이 임용됐고, 세브란스병원도 전임의의 큰 이탈 없이 예년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이화의료원, 고대구로병원 등도 전임의의 일부 유출이 있긴 하지만, 아직 크게 우려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직 전임의들의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교수들이 지속해서 전임의들을 설득 중입니다.

여기에다 일부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전임의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예측입니다.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환자 관리와 야간 당직까지 맡다 보니 전임의나 막내 교수 등을 중심으로 사직을 고민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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