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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연세가 지긋한 시청자분들은 어릴 적 ‘당제’ 한번 쯤 보신분들 계실 겁니다. 옛 조상들이 마을 토속신에게 지냈던 공동 제사를 말하는데요. 

전남 해남군 산정마을에서는 미황사 스님이 주관해 이 ‘당제’를 아직도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주민들과 함께 지역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에 김민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터 >

우리나라 땅 끝, 해남군 송지면 산정마을.

‘배씨할머니’라고 불리는 오백년 된 은행나무가 마을 중심에 쭉쭉 뻗은 가지를 뽐내며 서 있습니다. 

주민들은 정월 보름을 앞두고 이 당산나무 아래  정성껏 음식을 차려 놓고, 올 한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 지역에 내려오는 토속 의식이자 마을 공동 제사인 ‘당제’를 지내는 현장입니다. 

그런데 다른 마을과는 좀 다르게 스님이 제를 주관합니다.

< 현장음>

이 ‘산정마을 당제’가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 알 수 없지만, 1975년부터 주민들이 미황사 주지스님을 청해 지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민간에 내려오는 토속신앙을 당시 스님들이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향문스님 / 해남 미황사 주지]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도모할 때는 그래도 이 지역에서 청정하게 수행하고 계신 미황사 스님들을 모셔서 함께 주관해 주시면서 마을 사람들의 안녕과 건강. 그리고 화합을 도모하는 그런 의미로 각 마을마다 이렇게 당제를 이렇게 모시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한 외국인에게는 한국 향토 문화를 체험한 특별한 시간이 됐습니다.

[샘 카프먼 / 미국 시카고]
(이 의식이 너무 아름다웠고요. 자연과 연결됐다는 느낌을 받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또 오백년 넘은 나무 앞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저에게는 참 특별했습니다.)

기도와 축원이 끝나면 지역 풍물패 '군고단'이 마을 어귀와 우물터 등을 돌며 악귀를 쫓아내는 ‘마당밟이’ 의식이 이어집니다.

주민들은 볏짚을 태우며 올 한해 풍년과 마을의 태평을 발원하는 시간도 갖습니다.

박원호 / 해남군 산정리 이장
(가까이 있는 미황사를 저희들은 어떻게 보면 각자 다 종교가 개인적으로 있지만 그래도 어른들, 조상들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저희들도 미황사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백 가구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마을이지만 조상들의 믿음을 지켜가고 있는 산정리 주민들.

미황사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민속 문화를 계승해 나갈 계획입니다.

BBS 뉴스 김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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