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손가락에 담겼을 두 마음이 궁금하다
각자의 손가락에 담겼을 두 마음이 궁금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이합집산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축구 국가대표팀 내 불화 사건까지 터지며 국민들의 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해외언론을 통해 먼저 알려진 이번 사건은 협회측이 서둘러 감독을 해임하고 관련 선수들끼리도 사과를 주고받으며 일단은 봉합되는 분위기다.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서나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요는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다. 감추려 쉬쉬하거나 꼬리자르기로 봉합하거나 네 탓 내 탓 책임공방에 골몰해서도 안되고, 진영논리를 앞세운 네 편 내 편 다툼도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출가 대중의 모임인 승가는 청정과 화합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는다. 청정한 대중이라야 화합이 가능하다. 불교사에서 보면 개인의 일탈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묻고, 도가 지나칠 경우엔 바라이죄로 다스려 교단에서 추방까지 했다. 함께 할 자격을 잃은 이와는 함께 하지 않는 것이니, ‘묻지마식의 봉합은 아닌 거다.

 

승가는 소집단 간의 대립 해소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대중은 화합을 위해 노력하되 한계에 다다랐다 싶으면 부동주(不同住)’를 선언하고 갈라섰다. 갈라선 그룹은 탁발도 따로 하고 계율도 달리 정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를 쿨하게 인정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일 게다. 더 이상 시비하지도 어울리지도 않는 거다.

 

한 지인이 이혼소송을 그만두고 다시 합치기로 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추스르고 한결 밝아진 모습을 대하니 얼마나 다행스럽던지. 계곡의 울퉁불퉁한 돌들이 흐르는 물에 서로 부딪히며 둥글둥글해지듯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제야 부동주의 자세를 갖추게 된 셈은 아닐까.

 

인연은 우리가 공동운명체임을 드러낸다. 그러한 인연의 방향을 두 가지 면에서 살펴봄직하다. 하나가 상생의 지혜와 자비를 실천해 나가는 일이라면 다른 하나는 집착에 뿌리를 둔 애증을 경계하는 일이다. 가까이 할수록 아프기에 조심조심 해야 하는 고슴도치의 사랑은 후자의 면에서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점이다.

 

화합하지 못할 때는 일단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혼소송에서 숙려기간처럼 각자 따로 지내며 곰곰이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거다. 그래도 안된다면 인연이 아님을 깨닫고 쿨하게 놓아주면 되지 않겠나. 그렇기에 방하착(放下著), 즉 내려놓기는 평소에도 필요하지만 힘들 때는 더 요긴한 일이 되겠다.

 

(=진리)은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지만 이에 주목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친다. 그래도 현자는 다양한 방편으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법에 따르고 따르지 않고는 각자의 몫이니 전법도 긴 호흡으로 때론 쿨하게 해야 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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