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스님

■ 대구BBS 라디오아침세상 시사칼럼

■ 대구 상락선원 선원장 혜문 스님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08:30∼09:00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봉덕동 상락선원장 비구 혜문입니다.

2024년 올해가 갑진년으로 푸른 용의 해라고 하는데, 지난 2월 4일이 입춘이라는 절기였으니 이날부터 푸른 용의 기운이 적용되는 날입니다.

지난 계묘년 토끼해를 뒤돌아보며 토끼에 관한 이야기가 부처님 본생담에 실려 있어서 잠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알 수 없는 오랜 옛적에 부처님은 토끼의 몸으로 사신 적이 있었는데, 토끼는 숲속에서 원숭이와 들개, 그리고 수달과 함께 숲속 수행자인 선인의 수행 이야기를 들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수달은 7마리의 빨간 물고기를, 원숭이는 망고나무 열매를, 들개는 고기와 도마뱀과 우유를 선인에게 공양 올렸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토끼는 무엇을 선인에게 보시하여 공덕을 쌓을까 고민하던 중, 스스로 모닥불을 피우고 그 불 속으로 뛰어들어 익혀진 자신의 몸을 선인에게 보시하였다고 합니다.

이 장면을 바라본다면 토끼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위대한 수행자 선인에게 공양을 올린 공덕을 쌓은 셈이겠지요.

이를 바라보던 제석천은 선인에게 공양 올리는 토끼의 자기희생을 영원히 기려주기 위하여 달 속에 토끼를 그려 넣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달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는 다름 아닌 부처님 전생의 모습이 되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남인도 첸나이 주립박물관에 3~4세기경에 제작된 조각품으로 남아있어서 지금까지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네 동물 가운데 수달은 아난다를, 들개는 목건련을, 원숭이는 사리불을, 토끼는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중국 송나라 때 집필된 책으로 <송고승전>이 있는데, 영주 부석사를 창건하신 의상 스님과 선묘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화엄학을 배우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갔던 의상 스님은 선묘라는 아리따운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고백받았으나, 굳은 심지로 수행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의상 스님을 선묘는 이성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라 진심으로 존경과 흠모의 마음으로 변하여 장차 제자가 되어 스님의 높은 뜻을 펼치는데 도움이 되고자 원력을 세웁니다.

현재 여성의 몸으로는 그 뜻을 받들 수가 없기에 선묘 낭자는 원력을 세우고 바다에 뛰어들어 일종의 자살을 함으로써 푸른 용으로 크게 변신을 하여 의상 스님을 보필하게 됩니다.

의상 스님은 현재 부석사 터에서 화엄학을 펼치고자 하였으나, 이미 삿된 무리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자, 이 상황을 눈치챈 선묘용은 무시무시한 바윗돌로 변하여 부석사 위를 날아다니니 삿된 무리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났고, 그제서야 의상 스님은 부석사를 짓고 화엄학을 펼쳤는데, 전국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모여들었다고 합니다.

뜻을 이룬 선묘용은 바위용으로 변신한 채, 부석사 무량수전 법당 앞마당 밑에 묻혀서 지금도 화엄도량 부석사를 옹호하고 있다고 하니 그 위대한 뜻을 펼쳤음에 감동이 밀려옵니다.
현재 부석사에는 선묘 낭자의 뜻을 기려 선묘각을 지어놓았고, 지난 설 연휴 때에도 수많은 참배객들이 선묘 낭자의 크나큰 원력 변신을 보고 갔을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경우와 위대한 수행자 선인에게 자살로써 자신의 몸을 보시하여 공덕을 쌓은 토끼, 선묘 낭자의 원력에 의한 자살로 푸른 청룡이 되어 훌륭한 뜻을 이룬 경우는 분명 어떤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세계 최초로 적극적인 안락사를 합법화한 네덜란드라는 나라에서 총리를 지냈던 부부가 90세를 훌쩍 넘기자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여 함께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합니다.

이것도 일종의 자살에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엄격한 잣대를 두고 바라본다면 갑진년 청룡의 해에 선묘 낭자가 죽음으로 대변신함과 함께 그분들의 죽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보여집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