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3월 대선 이후 24년만에 북한 방문...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러 정상회담 수순 밟을 전망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 14일 보도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상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월 14일 보도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蜜月關係)가 심화되고 있다. 먼저 밀월(蜜月) 단어를 보면, 영어 '허니문(honey-moon)'을 한자어를 그대로 번역했다. 밀월의 밀(蜜)은 꿀 밀이다. 간혹 빽빽할 밀(密)로 오인해 '은밀한 여행'이라고 해석하지만 틀린 표현이다. 사회생활이나 국가간엔 '매우 친밀한 관계'로 사용한다. 단독으로 사용하기 보단 '밀월관계'나 '밀월여행' 등과 같이 쓴다. 허니문의 유래는 북유럽이다. 신혼부부가 결혼 직후부터 약 한 달 간 함께 생활하며, '벌꿀주(mead)'를 마시던 풍습에 기원한다. 

 푸틴이 방북하면 김정일 집권 당시인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의 북한 방문이 된다. 이는 그만큼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최근 다시 밀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한동안 러시아 보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중관계가 밀월수준으로 밀착됐다. 북한은 러시아 침공을 지지한데 이어,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옹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중인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 두 번이 아니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이송한 콘테이너가 5천600개에 달한다. 군 당국의 정보인데, 152mm 포탄과 122mm 방사포탄 등 수백만발이 러시아로 넘어갔다. 최근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비롯해 600mm 초대형 방사포가지 지원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단거리 미사일'과 사실상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는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무기 생산품과 시험 개발품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전쟁터는 북한의 신무기 시험장이 된지 오래됐고, 이들 무기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는 국제사회 비난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연초부터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전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전후 맥락을 보면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다. 새해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월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결을 보면 더욱 명확하다.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피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대남 협박을 서슴치 않았다. 전쟁은 대한민국의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할 것이라고 공갈(恐喝)했다. 앞서  지난해(2022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 이어서 새해들어 지난 1월 8일과 9일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한 자리에서도 전쟁 운운했다.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북한 주민에게 전쟁 공포심을 심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현실속에서 '내부 체제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허세를 부린다는 관측이다. 또 하나는 북한이 '핵전쟁 가능성'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판문점이나 북방한계선(NLL), 접경지, 그리고 해상과 공중 등에서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판단이다. 해외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북한의 도발 유형을 모두 올려놓고 확실한 대비태세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다, 북러간 밀착관계는 한국 입장에선 우려스러운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푸틴 방북 가능성은 북한이 대남 협박과 위협 수위를 연일 고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푸틴의 방북 신호가 '북한의 호전적 태세'를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 정세를 보면,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프레임이 뚜렷하다. 라브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월 24일 유엔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라브노프는 '최근 한반도 정세를 보는 시각'을 보다 분명히 밝혔다. 한미일이 군사활동을 강화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통합이 아닌 분열로 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를 포기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러시아가 우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적반하장격으로 "이상한 질문"이라며, "러시아와 북한 간의 관계는 매우 활발하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라브노프는 또 "러시아는 한미일이 새로운 군사블록을 형성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들은 북한과의 전쟁 대비를 명시적인 목적으로 내걸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북한이 아닌 한미일이 먼저 초래한 것이라며, 북한을 옹호하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북러 밀월속에 대남 경계를 강화하면서 한미일을 적대적으로 보는 러시아의 시각인데, 그렇다고 당장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 크렘린궁도 푸틴의 북한 방문에 대해 '러시아의 3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푸틴이 대선 이후 4월에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엔 북한이 최대 명절로 꼽고 있는 김일성 생일 - 4월 15일 태양절이 있다. 푸틴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생일을 축하면서, 북러간 밀월의 최고조로 끌어올릴 가능성이다. 

 또 푸틴이 북한과 가까운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9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는 것을 계기로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2023년 북러 정상회담도 동방경제포럼 직후 열렸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면, 군사와 우주기술, 경제와 문화 등 전방위적인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미일 대 북정러의 '신냉전'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북러 정상회담 보다는 북중 정상회담이 먼저 열릴 가능성도 상존한다.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선포하며 새해 첫날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북중 정상만남은 예견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김정은이 푸틴을 먼저 만나고, 시진핑을 만나는 순서는 피하고 싶다는 관측이다. 무엇 보다 중국은 이른바 '대국외교'를 지향하는데, 중국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먼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난 다음, 북한을 방문하는 푸틴을 만나는 순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중러 정상회담을 둘러싼 3국간 미묘한 입장 차이는 보는 시각이다.

북한과 러시아를 다시 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되는 '무기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북러 군사관계 강화를 둘러싼 국제사회 우려가 높다. 앞서 언급한 라브노프는 유엔 방문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떠한 국제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붕괴된 '냉전 대결 전선'이 다시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기회로 작용한다. 북러간 군사적 밀착을 정확하게 보면서, '국익 중심 외교지평'은 넓혀야 한다. 무엇 보다 현재의 조건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국익을 챙겨야 한다. 물론 한미 동맹간 긴밀한 조율 바탕위에서 '자주외교의 해법'을 찾는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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