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12일) 아침 7시 조계사 앞에서 버스를 탄 필자는 4시간 후 영축총림 양산 통도사에 도착했다. 조계종 홍보팀에서 준 취재비표를 목에 거니 보살님들이 한동훈 언제 오느냐고 이곳저곳에서 물어본다. 이날 주요행사는 조계종 신년하례이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통도사에 다녀갔지만 화제는 단연 한 비대위원장이었다. 매년 새 봄을 알리는 통도사 홍매화는 아직 피지 않았지만, 4월 총선의 홍매화는 한 비대위원장이 다녀간 천태종 총본산 단양 구인사에 이어 통도사에서 만개했다.

종단의 제일 큰 어른인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는 혁신의 출발은 우리 정신문화에서 시작 할 수밖에 없다며 민족전통문화의 근간이 불교임을 여야 정치 지도자들에게 일깨웠다. 민족정신은 바꿀 수도 없고, 전통을 무시하는 것은 민족자존심 조차 없는 거라고 한 비대위원장과 홍 원내대표에게 강조했다. 성파 대종사는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다녀간 후 열린 신년하례에서 ‘구죽생신순’의 화두를 들었다. 성파 대종사는 구죽생신순(舊竹生新筍), 즉 옛 대나무 뿌리에서 새로운 순이 나온다고 설했다. 돌이나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묵은 뿌리에서 새순이 나온다고 일깨웠다. 이어 신화장구지(新化長舊枝), 새 꽃은 옛 가지에서 나온다고도 일렀다. 작년에 있던 나뭇가지에서 새 꽃이 난다는 것이다.

새로움과 혁신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바탕위에서만 존재한다. 내 몸이 내 정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혁신을 바깥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한다. 성파대종사의 일깨움은 지극히 당연하고 이치에 맞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이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지난해 필자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그러다 한 주식서적에서 상식에 기반 한 지혜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문구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 어쩌면 지혜는 상식일 것이다. 우리들은 삶이나 투자에서 늘 요행을 바라고 비결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혜는 상식이다. 다만 그 역인 상식이 지혜는 아닐 것이다. 지혜는 온전한 앎이고, 온전한 앎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상식에 행동이 더해져야 지혜가 될 것이다. 행동은 믿음에서 나오기에 그러하기에 지혜는 지극한 믿음일 수도 있다.

대학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하고 불교기자를 20여년 했지만 통도사를 방문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월하스님이 입적하셨을 때 통도사 사하촌에 머물며 2박 3일 취재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당일 취재하고 돌아가기 바빴다. 그날도 그러했지만 구죽생신순의 울림은 왕복 9시간 버스길의 노고를 잊게 했다. 구죽생신순, 대나무의 새순은 대나무에서 나온다는 지극한 상식이 4월 총선을 지나서도 우리 정치권에, 아니 우리들의 삶속에서 지혜로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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