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 연: 이경혜 수의사 (제주 나아라 동물병원 원장)

⚈ 진 행: 이병철 방송부장

⚈ 연 출: 안지예기자

⚈ 방송일시: 2024년 1월 3일(수)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아침 8시 30분~9시 (제주FM 94.9MHZ 서귀포 FM 100.5MHZ)

⚈ 코너명 : 이경혜 수의사의 '우리는 제주도 펫밀리'

⚈ 장 소: BBS제주불교방송/ 제주시 임항로 14(덕산빌딩 4층)

[이병철] 네, 동물과 인간의 공존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 이경혜 수의사와 함께하는 우리는 제주도 패밀리 시간입니다. 어느덧 수의사님과 함께한 지도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좀 지났는데요. 저희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많이 변하게 되는. 저부터 시작을 해가지고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그런 시간들이 아니었나 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경혜] 네, 1차 목표가 앵커님이었죠.

[이병철] 네 저부터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간 우리가 해왔던 걸 보니까 꽤 많더라고요.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일부터 또 먹는 것들, 그리고 여행하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리고 함께 잘 지내는 방법, 또 타인과 공존하는 펫티켓, 이런 얘기도 좀 해봤고요. 아플 때 또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또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죠. 동물복지도 있었네요.

그리고 또 최근 제주도에서 아주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유기동물 관련 이런 이야기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저로서는 정말 개인적으로는 배우는 게 많은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이와 관련해가지고 소감 한 말씀 좀 해 주신다면?

[이경혜] 이렇게 즐겁게 지내다 보니까 벌써 1년이 이렇게 훌쩍 지났습니다. 제가 뭔가를 막 드렸다는 것보다는요. 제가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까 저의 생각도 사실은 정립이 잘 안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흩어져 있던 막연한 생각들이나 신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개인적으로 가질 수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의사로서는 정말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고요. 저의 그런 감동이 여러분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으로 이렇게 다가왔기를 바랍니다.

[이병철] 그동안 이야기들을 마무리하는 그런 시간이 필요해 보일 것 같아서 이런 얘기 좀 꺼내보려고 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이야기인데요. 그리고 또 우리는 언젠가 인간도 죽지 않습니까?

[이경혜] 그렇죠.

[이병철] 우리 반려견들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그런 시간들이 오는데 헤어진다, 이별한다. 또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것. 그런 의미로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해야 되는지, 이런 부분을 얘기하려고 하는데요.

[이경혜] 오늘은 주제가 이별인데요. 이별을 할 때 다가오는 그 무게는 그 이별할 존재가 얼마나 무거웠느냐, 나에게 그것이 이별의 무게를 좌우하게 되겠죠. 반려라고 하는 것은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가족의 의미를 가졌던 동물과의 이별은 상상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와요. 사실 하지만 개,고양이의 시간이 사람의 약 5배 정도로 빠르게 흘러가잖아요.

[이병철] 그러니까요.

[이경혜]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그들의 반려 동물보다 오래 사는 게 어떻게 보면 좀 더 많은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반려인으로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마주해야 할 사항이에요. 필수 사항이에요. 그래서 그들과 잘 이별하기 위해서는 이별이 무엇인가를 오늘 한번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병철] 이런 것도 좀 이별 준비, 예행 연습이 좀 필요하겠네요. 그러면  동물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 특별한 행동, 뭐 이렇게 그런 게 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패턴이 좀 있는지요?

[이경혜] 있어요. 저도 겪어봤지만 이제 제가 수의사로서 옆에서 보는 동물들의 죽음들도 꽤나 많이 있었을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패턴들을 제가 좀 깨닫게 된 패턴들이 있는데 제가 말씀드릴게요.

먼저 그냥 사고로 사망하는 게 아니라 호스피스를 통해서 질병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는 동물은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리는 것 같아요. 감동스럽게도 그래서 이 친구들이 그 순간이 되면 혈압이 떨어지고 약간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심장 박동도 규칙성이 깨지니까. 아무래도 가슴도 좀 답답하고 숨쉬기가 좀 조금씩 벅차져요. 그러니까 이런 느낌을 이상한 느낌을 느끼기 때문에 보호자를 찾게 됩니다.

[이병철] 그러겠죠.

[이경혜] 네, 힘이 없던 친구가 갑자기 짖는다거나 일어선다거나 안 하던 행동을 하게 돼요. 이럴 때 우리가 뭐 어떤 분들은 이렇게 죽기 전에 갑자기 기운이 퍼떡 난다라고도 표현을 하지만 저는 느낀다고 생각을 해요. 이때가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순간입니다. 대부분 이런 시간들은요. 물론 다르겠지만 밤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밤과 새벽 사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한의학적으로도 폐의 기운, 심장의 기운이 관장하는 시간이 새벽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새벽에 이런 일들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고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빠른 호흡이 있을 수도 있고요. 아이에 따라서는 약간 경련처럼 보이는 그런 행동을 보이기도 해요. 몸이 뻣뻣해진다던가. 그러다가 심박과 호흡이 점차 느려지고 결국은 사라지게 되거든요. 이렇게 호흡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2분에서 3분 정도 입을 가끔 뻐끔거리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심장이 아예 멈추게 됩니다. 이 2, 3분이 보호자님 입장으로서는 좀 많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이병철] 그렇죠.

[이경혜]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우리 아이만 겪는 고통이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 그 옆을 따뜻하게 지켜주시기를 권유드립니다.

[이병철] 그러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 이런 부분. 이런 게 아무튼 최후의 죽음의 마지막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그런 모습이 되겠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이러한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 될까요?

[이경혜] 어떤 준비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평소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모습이 투영되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시면 되는데요.

[이병철] 가족이니까요.

[이경혜] 호스피스 과정 중에 있었다고 한다면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시면 돼요. 그러니까 이 시간은 30분 이내로 굉장히 짧아요. 그리고 또 이 시간은 영화처럼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서 반려동물을 우리가 나중에 떠올릴 때마다 이 재생될 배경 화면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위한 기억에서 이 장면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는지 한번 떠올려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보호자님 중에 제가 좀 기억이 많이 났던 보호자님이 계시는데 반려묘를 보냈을 때요. 이 친구는 좀 통증이 심했어요. 그래서 진통제를 충분히 놔주고요. 친구와 함께 이 사람 친구분하고 함께 평소 즐겨 부르시던 노래를 기타 연주에 맞춰서 아이에게 불러주셨다고 해요. 격려도 하고 이러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하면서 이제 따뜻하게 보내셨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이별 장면이 제가 봐왔던 장면 중에 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입니다.

[이병철] 그 사람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고 그렇게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이렇게 가는 것도 정말 행복한 죽음이 아닐까.

[이경혜] 그렇죠.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좌) 이경혜 수의사 (우) 이병철 방송부장
(좌) 이경혜 수의사 (우) 이병철 방송부장

[이병철] 그런 생각을 좀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이런 반려인들이 미리 좀 준비를 해야 할 부분들, 어떤 부분들이 좀 있을까요?

[이경혜] 네, 죽음이라는 과정을 이제 앞으로 있을 일이라고 염두를 해두고 계신 호스피스 과정에 있다고 한다면 평소에 미리 장례식장을 좀 결정을 해두고요. 그 일이 닥쳤을 때 전화를 할 연락처와 절차를 미리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주도는 좀 특수해서 비행기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이동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화물로 아이를 이동을 시켜야 돼요.

항공사별로 조건이 다르지만 미리 이제 알아두신다면 굉장히 좋겠죠. 대체로 아이스박스를 준비하셔라, 사망 진단서를 준비하셔라라고 하는 이런 조건들이 붙더라고요. 또 육지에 도착을 해서 육지 공항에서 장례식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또 큰 문제일 텐데요. 그러니까 장례식장마다 차량 마중 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어요. 그래서 장례식장 예약하실 때 미리 신청을 하시면 조금 더 아이를 위한 시간을 올곧이 쓰시지 않을까, 고민의 시간보다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경혜] 장례식장에 막상 도착하시면 애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또 그것 말고도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보내야 하는지를 또 결정을 해야 되는 그런 순간이 와요. 근데 내 정신도 아득한데 무엇을 결정하고 하는 게 돈을 지불하고 하는 게 좀 힘들 수도 있어요. 그래서 미리미리 영정사진은 내가 어떤 걸 쓸까, 어떤 음식과 이제 물품들을 함께 아이와 보내주면 좋을까, 어떤 옷을 입힐까, 아이에게. 관은 어떤 것으로 할 건지, 또 유골함은 나무로 그냥 할 건지, 도자기로 할 건지, 유골은 분으로 받을 건지, 스톤이라고 하는 어떤 기념물로 받을 건지, 또 납골당에 아이를 안치할 것인지, 데리고 집으로 올 것인지. 등등을 미리 좀 결정을 해두시면 당황하시거나 마음이 상하시는 일이 좀 줄 것 같습니다.

[이병철] 우리 주변에는 항상 주변에 갑자기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또 어르신들도 이렇게 그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자연사하는 경우가 좀 있기 때문에 뭐 사실 반려동물의 경우도 인간과 이런 부분이 똑같다고 보여지네요. 

[이경혜] 맞아요. 사람은 상조가 있으니까 조금 더 편하게 도움을 받을 텐데.

[이병철] 사실 아직까지는 내후년 정도는 제주 지역에도 장례식장이 생길 것 같은. 공공시설을 통해서. 아직까지는 그런 시설들이 없어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들이 좀 있지 않을까.

[이경혜] 맞아요.

[이병철] 특히 자기 주변에서 이런 것을 좀 이렇게 언제든지 가서 볼 수 있는 그런 시설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그런 부분들이 없어서 좀 안타깝기는 하네요.

[이경혜] 앞으로도 많이 좋아질 겁니다. 제주도도.

[이병철] 그런가하면 안락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국내에서 동물에 대한 안락사는 합법입니까?

[이경혜] 동물에 한해서는 국내에서 안락사가 불법은 아니에요. 근데요. 법으로 정해진 거는 보호소에서의 안락사 법적 기준이 있어야 되겠죠. 거기는. 그거를 제외하고는 법적 규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수의사 윤리에 따라서 안락사 시행의 기준을 저희가 정해놓고 대상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고 죽음에 이르는 방법을 사용해서 안락사를 현재 진행하고 있고요.

저의 기준으로는 이제 안락사 기준 대상은 첫 번째는 치료로 제어되지 않는 통증을 가진 동물이거나 두 번째로는 고통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배변 배뇨를 할 수 없는 상황. 세 번째로는 치료 반응이 없는 호흡 부전, 굉장히 고통스럽거든요. 네 번째로는 회복이 불가능한 혼수 상태, 이미 뇌가 망가진 상태로 이제 심장만.

[이병철] 뇌사 상태를 말씀하시는 거죠.

[이경혜] 그렇죠. 그리고 다섯 번째로는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동물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안락사를 이제 진행을 하는 경우로 저는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병철] 그러면 안락사 과정은 좀 어떻게 되는지요?

[이경혜] 이제 첫 번째는 보호자와 반려동물과의 마지막 교감 시간을 가져요.그러고 나서는 아이를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마취를 합니다. 그때까지는 안락사를 다시 취소하실 수 있어요. 그때까지 마음이 변하신다면. 그리고 세 번째로는 안락사 약물을 투여하게 되는데 약물이 주입되는 1분 안 되는 시간 동안 아이가 마취된 상태에서 통증이 없는 상태에서 심장이 멈추는 약물입니다.

그래서 그 약물을 투여하고. 그래도 혹시 모르는 아이의 회생이라든가, 그리고 의미없는 심장 움직임들이 또 남을 수 있어요. 그래서 한 10분 정도는 사망 과정을 저희가 모니터링을 해서 이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옆에서 지키고요. 그 이후에는 이제 사후 수습을 해야죠. 여러 분비물들이라든가 몸에 연결된 여러 줄들을 제거하고 깔끔하게, 이제 아이를 단장시켜주는 사후 수습과 그 이후에는 보호자님께서 진행하실 장례로 이렇게 이루어집니다.

[이병철] 그러면 이 안락사를 결정하는 그런 과정에서 그런 고민들, 좀 굉장히 상당할 것 같아요.

[이경혜] 기준이 내가 생각하기에 합리적이라고 해서 그래서 실행했다고 해도 인간적인 고통은 저희도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수의사이기 때문에 동물의 고통을 대변해서 그런 중대한 결정을 하고 또 실행을 해야 된다는 점이 좀 힘든 점으로 있어요.

아무리 기준에 부합되어도 그 과정 자체만으로 수의사에게는 수의사 생명 단축의 스트레스이거든요. 하지만 어떤 분들은 그냥 전화로 그 병원 안락사 돼요, 이렇게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진료 보지도 않은 동물을 두고 안락사 기준에 들어가는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 좀 이런 이런 전화는 제발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병철] 이 또한 생명 경시 풍조에서 알아봤습니다. 그렇군요. 스트레스 덜 받으셔야겠는데요.

[이경혜] 네, 그래서 관리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병철]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좀 이별할 수 있는 방법들, 좀 사례를 얘기를 해 주시죠.

[이경혜] 네, 추천하고 싶은 장례 방법은 화장인데요. 제주도에는 없지만 전국 곳곳에 반려동물 장례시설이 있거든요. 그래서 주로 화장을 많이 하게 되고요. 화장을 하면 유골함의 골분을 받게 되는데 이를 압축시켜서 스톤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기념 서비스도 있더라고요. 저의 반려견이었던 친구는 1년째 유골함에 담겨서 제 방에 같이 있어요. 그리울 때는 또 냄새도 맡아보고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있어요. 제 방에 같이 있는데요. 엄청 예뻐요.

이런 과정들이 억지로 막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데 뭐 묻는다거나 뭐 보다는 자기가 내키는 대로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저한테는 이렇게 냄새 맡고 쓰다듬고 하는 과정이 굉장히 많은 위로가 되고 아침마다 인사하고 또 출근할 수 있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과정이고요. 이제는 제주도에도 애월에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 건립이 확정이 되었거든요. 그 센터 내에는 이제 장례 시설도 포함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수년 내에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병철] 그러니까요. 얼마나 다행인가요.

[이경혜] 아주 좋습니다. 또 이런 골분을 화분에 섞어서 흙과 섞어서 수목장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긴 한데. 근데 현행법상으로 반려동물 사체는 개인 소유지라고 하더라도 땅에 묻는 것이 불법이에요. 그러니까 약간 좀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요. 법적으로 합법적인 방법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라는 거예요. 근데 누가 자기 반려동물을 이렇게 보내고 싶겠습니까? 아무도 없죠.

[이병철] 반려인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울분을 토하지 않습니까?

[이경혜] 그럼요.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방법이 있긴 한데 동물병원에 의뢰를 해서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인데요. 저희 동물병원에서 배출할 때 별도의 컨테이너를 이용을 해요. 아이를 담는. 하지만 처리하는 곳에서는 다 모이거든요. 모여서 함께 처리가 되니까 별로 반려동물 장례로는 저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병철] 그러시겠죠. 이렇게 이 반려동물과 이별하고 나면 이 펫로스 증후군,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고통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좀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펫로스 증후군이 무엇인지 그래도 어떻게 좀 극복을 해 나가면 좋은지.

[이경혜] 펫로스 증후군이라고 하는 거는 반려동물하고 이별 이후에 겪는 사람의 정신적 아픔입니다. 오랜 세월을 같이 한 사랑하는 생명을 떠나보낸 후에야 그러니까 얼마나 이 친구가 일상에 있어서 자리를 차지했는지 실감하게 되고. 이제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것 같은 느낌을 실제로 받게 되거든요. 상실의 아픔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애도해야 되고요. 충분히 울어야 돼요.

그리고 충분히 주변에 사람들과, 특히 반려인이면 더 좋겠죠. 이야기를 나누어서 슬픔도 나누겠지만 추억도 꺼내서 얘기를 하시는 것이 좋아요. 이 아이랑 있는데 이런 웃긴 일이 있었다. 너무 재밌지 않았었니, 이런 아이가 갔어, 또 울어요. 그리고 또 웃어요. 그렇게 하십시오. 그게 마음이 시키는 거예요. 방어하지 못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할 때, 이 아이가 나를 슬프게만 한 아이가 아니라 너무 나에게 기쁨을 주었던, 사랑을 주었던 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내가 행복해야 떠난 친구가 행복하게 떠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거든요. 그래서 나를 또 한번 추스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제 동영상사이트에 '올드독'이라고 하는 채널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펫로스 클럽, 옛날 우리 강아지를 보낼 때니까 옛날 버전으로 '전국 죽은 개 자랑'이었거든요. 이 코너를 보면서 너무 너무 위트 있죠. 내 개를 자랑하는데 전국적으로. 죽은 개인데 자랑해요. 얼마나 좋습니까? 이 코너를 참여하면서 저랑 같은 슬픔을 가진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리고 또 그분들과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거든요. 그분들의 슬기로운 추모 과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우고 저는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병철] 가족 같은 반려견을 보내고 나서 이런 것을 치유할 수 있는, 우리 인간들 같은 경우도 불교에서 보면 이렇게 49재라든지 천도재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사실 제주 지역에도 반려시설들이 들어서게 되면 이런 문화들이 확산되리라 보여지거든요.

[이경혜] 지금도 너무 원하고 있고요.

[이병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어떻게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경혜] 반려동물이 떠난 이후의 과정은 솔직히 얘기해서 우리 사람을 위한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반려동물하고 연결돼 있던 물리적 끈을 의도하지 않은 죽음이라는 과정으로 끊어내야 되는 과정이잖아요.

[이병철] 그렇죠.

[이경혜] 그래서 이런 과정을 따뜻하고 또 상식적인 방법으로 천천히 진행한다면 남게 되는 사람들이 힘을 내서 자신의 삶을 다시 행복하게 꾸려나갈 수도 있을 것 같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너도 반려동물 키워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거잖아요. 천도제를 말씀하셨지만 종교의 차이를 떠나서 이런 과정은 어느 종교를 이용하시던 어느 방식을 이용하시던 결국은 건강한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고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한다고 저는 넓은 의미로 생각합니다.

[이병철] 좋은 방안이 되리라, 그런 생각을 좀 반려인들에게는.

[이경혜] 다 우리를 위한 방안일 것 같아요.

[이병철] 그래요. 지금까지 한 1년여 동안 지금, 사실은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아서요. 이런 이별의 순간들을 봐오시면서 느끼는 점.

[이경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도 동물을, 저희 환자를 잃을 때가 있잖아요. 그럼 너무나 속상하고 또 제가 오랫동안 이렇게 봐왔던 환자이기 때문에 제가 어느 정도는 보호자가 돼버리거든요. 아이들도 저에게 굉장히 마음을 열고 의지하게 되고. 그 순간은 굉장히 힘들어요.

힘들긴 한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모든 이별이 괴롭지만은 않습니다. 막상 겪어보면 저의 이별도, 저와 저의 반려동물, 개인적인 이별도 그렇지만 막상 겪어보면 많은 이별이 굉장히 감동스럽고 나중에 생각하면 굉장히 아름다워요. 이게 생명이 태어나고 성숙하다가 어느 정점에 오르면 다시 고개를 휙 돌려서 아기로 돌아가잖아요. 사람이 그러하듯이 그 아기 상태의 이전이 죽음이에요. 그렇죠. 우리가 없었던 상태. 그 죽음이에요.

그래서 세상 어느 생명체에게도 예외 없이, 그리고 차별 없이 똑같이 주어지는 과정이 죽음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삶의 주인공이었던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감사와, 또 영면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가지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또 저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병철] 오늘 또 반려인들이 또 마음의 치유를 얻어간 시간이 아니었나. 1년여 동안 해오시면서 소감 한 말씀, 마지막에 또 한 번 해 주시죠.

[이경혜] 제가 많이 배워가고요. 이게 저의 또 수의사 경력에 있어서도 하나의 시작점이 되어서 선한 영향력을. 제가 선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선한 영향력을 좀 이렇게 널리널리 퍼뜨려서 반려인과 비반려인과의 화합, 반려인들끼리의 화합, 또 더 나아가서 여러 다른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 간에 화합을 하는 데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는 하나의 시작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병철] 수의사님이 우리 방송에 출연하셔서요. 반려인과 비반려인들이 그 거리가 굉장히 좁아졌다는 것은 저를 비롯해서 좀 많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경혜] 감사합니다.

[이병철] 언제든지 달려와 주신다고 했으니까요. 다음에 또 시간 되면 또 이렇게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경혜 수의사님과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경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