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 1월 사망한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가 법률대리인의 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올해 1월 사망한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의 아버지가 법률대리인의 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시간이 나면 화제가 되는 TV 드라마를 챙겨보곤 한다. 그런데 드라마를 볼 때 마다 자주 목격하는 장면들이 몇가지 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면 백화점이나 고급 매장을 찾은 이른바 VIP 고객이 판매 직원들에게 진상을 부리거나 갑질을 하는 장면을 많이 기억할 것이다.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흥분해서 뺨을 때리거나 책임자 나오라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 말이다. 학교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는 학교 폭력 등 비행을 일삼는 문제 학생을 담임 선생님이 훈계하고 꾸짖자 해당 학부모가 찾아와 교사에게 폭언하고 교장이나 교감에게 일러바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때 학부모가 쓰는 대사는 99% “내가 누군지 알아? 너 하나 자르는 건 일도 아니야”이다.  문제 학생의 엄마는 대개 판검사, 의사, 대기업 CEO나 임원, 국회의원 등의 부인이고 학교 이사장이나 교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사회에는 여전히 특권의식과 갑질을 통해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격을 짓밟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올해초에는 영화 ‘다음 소희’를 볼 기회가 있었다.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콜센터 현장실습을 나간 열여덟살의 고등학생 ‘소희’가 고객들의 폭언과 갑질에 무방비 상태로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이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혹시 내 기분과 감정의 기복이 상대방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적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됐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참 많다는 생각도 해보게 됐다.

최근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학부모의 갑질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잇따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상명대부속초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다 올해 1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28살 오 모 씨도 학생들 간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려다 한 학부모로부터 협박성 발언을 들었고 결국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유족들은 해당 학부모가  “교사를 못 하게 하겠다”, “콩밥을 먹게 하겠다”, “경찰에 고발하러 가고 있다” 등의 고성을 질렀다고 전했다. 교사 오 씨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나는 선하고 강한 사람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거야. 포기하지 마. 넌 유능한 초등교사다.”  이렇게 수없이 자기 암시를 하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인간의 본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본성이란 글자 그래도 본래적 성품을 뜻한다. 인간의 생존 본능이나 욕망, 인간의 도덕성이나 이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초기불교 무아론에서는 인간에게 변하지 않는 본성인 이른바 자성(自性)은 아예 없다고 한다.  대승불교의 불성론으로 보면 본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마음이나 불성이 곧 본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인간의 본성은 원래 선하지만 주위 환경의 의해 악인이 된다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인간의 본성이야말로 그야말로 복잡미묘한 특징을 지니고 있어 분명하게 규정하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생존과 진화를 위한 숱한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온갖 고통과 갈등, 치명적인 유혹과 위험천만한 순간에 우리 내면에 꼭꼭 숨어있는 어두운 본성이 언제든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 그래서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는 인자를 갖고 있는 셈이니 마음 수행과 치유로 자신을 다독이고 다스리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보다도 인간 본성의 변화무쌍함, 그리고 위태로움에 새삼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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