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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S 불교방송 정통 시사 대담 프로그램 ‘뉴스와 사람들’

진행 : 김봉래 BBS 전법후원국장

출연 : 박진영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

방송 : 2023년 11월 12일(일요일) 저녁 6시 20분(BBS 라디오) 

 

김봉래 : 우리 사회 명사들과 현안을 짚어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BBS 뉴스와 사람들입니다. 한 사람을 평가할 때는 다종다양한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할 텐데요, 한 때의 과오 때문에 전 생애가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습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일관되게 바른 길을 간다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방황도 하면서 차차로 바른 길을 찾아가는 그런 과정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래서 수행의 과정이 필요할 것인데요, 수덕사의 여승 그 주인공으로 알려진 일엽스님의 생애와 관련한 책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습니다. 그래서 BBS 뉴스와사람들 오늘은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진영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누겠습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김봉래 : BBS 뉴스와 사람들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로 계신 박진영 교수님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박진영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진영 : 네 안녕하세요.

 

김봉래 : 네 반갑습니다. 자. 우리 교수님 소개를 먼저 간단히 제가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인 최초로 미국종교학회 회장에 선출되어 있으시고, 불교인으로는 두 번째로 이렇게 종교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것으로 알고 있고요, 또 동양 여성으로서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가운데서는 세 번째로 회장에 선출돼 있어서 이번 19일 날 취임하시는 거죠.

 

박진영 : 네. 그렇습니다.

 

김봉래 : 잠시 지금 한국에 나와 계신데 연세대 영문과 학부, 석사를 거쳐서 뉴욕대학에서 석사, 그리고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불교와 포스트모더니즘의 비교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박성배 선생님 밑에서 같이 공부를 하신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시아 선불교와 화엄불교 또 근대 한국불교 철학, 여성 철학, 동서 비교 철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고 있고요, 폭력과 비폭력 주변성의 철학 등을 통해서 서구중심, 남성중심주의 철학에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런 글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비서구 철학, 여성 철학, 주변인의 철학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이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정치·사상을 탐색하고 있다, 이렇게 소개 자료가 돼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뉴스와사람들 나오셨으니까 청취자들께 먼저 인사 말씀 주시고 시작을 하겠습니다.

 

박진영 : 네 안녕하세요.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 제가 한 15년 전인가에 이 불교방송에 와서 한 번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오늘 또 다시 와서 만나 뵈니까 반갑습니다.

 

김봉래 : 네 그렇습니다. 오늘 교수님을 모신 것은 최근에 일엽스님 관련해서 우리말로 책이 나왔죠. 제목이 <김일엽, 한 여성의 실존적 삶과 불교 철학> 이렇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원제목은 <Women and Buddhist Philosophy> 이렇게 돼 있죠.

 

박진영 : 그렇습니다.

 

김봉래 : 이 책에 대해서 간단히 먼저 소개를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진영 : 네. 이 책은 제목이 지금 말씀하신 대로 영어로는 <Women and Buddhist Philosophy>입니다. 사실 김일엽에 관한 책인데 아주 커다란 범위에서 그 제목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국말로 하면 사실 김일엽 평전입니다. 일엽스님이 생에서 여러 가지를 하셨죠. 작가로도 계셨고 여성운동가로서도 계셨고 그리고 이제는 출가하셔서 수행인으로서도 계셨는데 그 모든 것을 전부 처음부터 나중까지 돌아가실 때까지 차례차례로 연대기대로 삶을 짚어보면서 그 때마다의 여러 가지 관련된 문제들을 제가 여기서 토론을 했습니다. 그 책에서 사실 연대기적으로 한 이유 중에 하나는 모든 삶의 일이라는 것이 어떠한 컨텍스트가 있지 않습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컨텍스트가 있는데, 그런 것을 빼고 한 가지만 딱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건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돼요. 그래서 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저 사람 왜 저래라고 했던 것도 그 사람의 삶의 앞뒤 맥락을 보면 아 저런 의미에서 저런 상황이 생겼구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것이 잘 됐든 잘 못됐든을 떠나서 일단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해 보고자 하는 것이 저의 노력이었고, 그 삶이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또한 불교 그리고 철학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함께 생각해 보는 그런 글이었습니다.

 

김봉래 : 아 그렇군요. 자. 컨텍스트라는 말이 굉장히 중요한 단어가 되는 건데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책 얘기를 조금 더 해야 되는데요, 이게 원래 영문본으로 나온 것이 우리 한글로 이제 번역이 된 거죠. 한 7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이 된 것인데 어떻게 이번에 나오게 됐는지 그 인연을 좀 간단히 설명을 해 주실까요.

 

박진영 : 영문판이 나오고 나서 경완스님께서 조계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제 영문판을 소개하는 것이죠. 사실 그 때는 번역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영문판이 나왔다. 일엽스님, 김일엽에 관한 평전이 나왔다. 한국말로 있지 않은 것이 영어로 나왔다라고 기자간담회를 해서 거기 오셨던 기자분들께서 제 기사를 써주셨는데 그 기사를 보시고 지금은 돌아가신 김영사 회장님께서 그 기사를 보시고 경완스님께 연락을 하셨다고 해요. 이거 좋으니까 우리 한번 번역을 해보자. 그렇게 해서 꽤 걸렸죠. 그래도 한 5년 동안 번역을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수정을 하는 작업을 해서 드디어 이번에 출판이 됐습니다.

 

김봉래 : 앞에서 뭐 김일엽 평전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지만 책 머리말을 보니까 몇 가지 여러 가지 층위와 주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밝히고 계세요. 그러면서 그 중에 하나가 김일엽 평전이고, 그 다음에 뭐 삶의 경험을 통해서 정체성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창출하는지, 또 여성들의 철학하기가 보통 익숙한 가부장적 철학과는 다른 형식을 취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다, 그런 것까지 하시고 끝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의미를 창출하는지 살펴보려는 그런 의미 생산에 관한 연구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하나씩 하나씩 좀 살펴봐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먼저 평전의 의미를 이렇게 해 주시는데 평전으로서의 의미는 어떤 겁니까.

 

박진영 : 평전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한 인간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같이 보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방금 컨텍스트라는 말을 했는데 제가 이 책을 쓰려고 생각을 하고서 어떠한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될지 여러 가지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한참 한 끝에 결론이 나중에 생각한 것이 김일엽이라는 한 인간의 삶이 여러 가지 계층,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또한 우리 사회에서 이미 여러 가지 고정관념들이 있고 그런 것들 안에서 이 분을 진짜로 이 분의 삶을 이해하려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짚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는 결론을 내려서 평전 스타일로 쓰게 됐습니다.

 

김봉래 : 연대기적으로.

 

박진영 : 그렇죠. 연대기적으로 써서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 분의 어떠한 삶을 보여줌으로써 그 삶을 하나하나 보면서 독자들이 이 분을 이해할 수 있게 해야겠다라는 것이죠.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단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를 하고 그리고나서 판단을 하라는 거죠. 그러니까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게 좋다 나쁘다 잘했다 잘못했다 이렇게 판단을 하는데 너무 급급해가지고 사실상 일의 어떠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김봉래 : 그렇죠. 팩트를 먼저 연구를 해야죠.

 

박진영 : 그렇죠. 그리고 우리의 판단이라는 것이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생각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또 우리가 하는 판단이 꼭 그렇게 옳은 것만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일단 판단중지를 좀 하고 일이 어떻게 이 사람이 어렸을 때 무슨 일을 겪었고 그래서 이 글을 썼고 그 다음에 이런 생각을 했고 그것을 하나하나 짚어가게 되면 같은 일도 다른 의미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연대기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차례로 짚어나갔습니다.

 

김봉래 : 그렇군요. 일엽스님이 어떻게 보면 수덕사의 여승 주인공으로 알려지기도 하고, 그런데 호칭부터가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연구서이기도 하니까 아마 김일엽 이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박진영 : 그렇죠. 아무래도 그리고 이 글이 원래는 영어로 쓰여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학자가 쓰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는 맨 처음에는 물론 일엽스님이라는 말은 이야기는 하지만 호칭은 김일엽으로 시작을 해서 보통은 일엽, 법명이자 호였던 일엽으로 계속 부릅니다. 외국 사람들이 발음하기에 쉬운 발음은 아닌데요. 그래도 뭐 잘들 하십니다.

 

김봉래 : 그런데 어쨌든 일엽스님의 삶을 나눈다면 출가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전과 후에 어떤 점이 달라졌고 또 어떤 점은 일관성이 유지가 됐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해요.

 

박진영 : 예 그렇죠. 사실 일엽스님에 관한 연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외국에서 영어로 된 것은 물론 없고, 그러니까 한국말도 그렇게 연구가 많지 않고, 지금까지 연구되어 있는 것은 전부 출가 전의 김일엽입니다. 그러니까 작가로서의 김일엽 그리고 신여성으로서의 김일엽 거기까지는 연구가 되어 있는데, 그 다음에 출가를 하고 나서는 김일엽의 불교와 불교 철학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는 전혀 되어 있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사실 겉으로 딱 보면 굉장히 다른 삶입니다. 특히 출가 전에는 작가로서 신여성으로서 김일엽은 자유 연애, 자유 이혼, 신정조론 이런 것으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1920년도에 여성이 연애 이야기를 하고 성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가부장적인 유가적인 한국사회에서는 절대 금기였죠. 그런데 출가를 하면 어떻습니까. 스님들은 아주 굉장히 단순 심플한 그런 삶을 사시는 거잖아요. 그런 두 전혀 다른 모습을 보고서 많은 학자들은 지금까지 다룬 학자들은 김일엽의 삶은 두 가지 모습이다, 그리고 그 둘은 전혀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양분화된다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제가 처음 출판한 글부터 지금까지 항상 주장을 한 것이 그렇지 않다. 김일엽의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돼 있다. 그리고 그 일관된 모습은 자유에 대한 추구다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출가 전에 작가로서 그리고 신여성으로서 김일엽은 사회가 여성들에게 부과한 그녀에게 부과한 그러한 삶의 모습, 여성으로서 살아야 되는 그것만을 주장하는 사회에 대해서 자유를 얻으려고 사회를 개혁하려고 했습니다. 사회의 관습을. 그리고 나서는 아마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또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래서 출가를 해서는 조금 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그러한 종교적인 세계관으로 들어간 것이죠. 그래서 출가 이전이 사회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유를 찾았다면 출가한 후에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그래서 제가 절대적 자유라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그러한 자유를 추구하는 삶이었다. 그러므로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둘은 너무나도 제가 보기에는 연결되어 있는 그런 삶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김봉래 : 아. 그래요. 자유 그러니까 이 분이 원래는 좀 기독교적인 집안에서 성장했는데 불교로 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좀 일관성이 있네요.

 

박진영 : 종교적인 세계관이요. 그렇죠. 일관성은 있는 거죠. 그렇죠.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김봉래 : 그런데 사실은 이렇게 또 볼 수도 있는 거거든요. 출가라고 하는 것이 그러니까 세간과 떨어진 어떤 출세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마치 종교에 함몰돼서 사회를 저버리는 그런 오해를 많이 받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렇지 않았다는 거죠.

 

박진영 : 그렇죠. 제가 보는 김일엽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라는 것이죠. 그러니까는 그래서 김일엽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김일엽이 출가를 하고 나서 여성운동을 그만두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책에서도 자세하게 썼는데, 일엽스님이 출가를 하고 나서 여성문제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을 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보기로는. 그렇지만 여성운동을 한다라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이 의미를 창출을 할 때 여성운동을 하려면 저기 밖에 나가서 데모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면 뭐 국회의원이 돼서 법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 일엽스님이 하신 것은 삶을 보여준 것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을 통해서 여성이 어떻게 정말로 진정한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 분이 사회와 연결된 것이었고, 또 하나는 일엽스님은 다른 많은 비구니 스님과 다르게 글을 많이 남기셨습니다. 물론 작가이기도 하셨지만 일엽스님이 처음 출가를 하려고 했을 때 일엽스님의 스승이었던 만공스님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는 속세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작가인데 네가 출가를 하면 너는 쓰지도 말고 듣지도 말아야 한다. 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일엽스님이 하겠습니다 했어요. 그러고 나서 20년 동안 글을 출판을 안 한 것이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나서는 아마 1950년대 후반쯤 되면 아마 그 때쯤엔 자신도 자신이 있었나 봐요. 그 때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 3권의 책을 냈습니다. 그 책을 보면 본인의 삶뿐만 아니라 자기가 아는 다른 여성들의 삶, 나혜석의 삶, 윤신덕의 삶, 이런 삶을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여성들의 삶이라는 것이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들이 사회에서 활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까. 많은 여성들은 대부분 집에서 살고 집에서 애를 키우고 그러면 우리 사회는 그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뭐 가정주부의 이야기지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그러한 것을 떠나서 김일엽은 여성들의 삶을 기록을 해낸 겁니다. 김일엽의 책은 그럼으로써 삶을 기록을 한다라는 것은 삶을 증거를 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그 삶에 의미를 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김일엽의 책과 김일엽의 삶 자체는 여성들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런 행위이기 때문에 저는 일엽스님이 단지 그냥 절에서 수도만 했다 그런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김봉래 : 지금 교수님 말씀 듣다 보니까 의미 창출, 의미 생산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어쨌든 일엽스님이 그런 삶의 의미들을 보통의 어떤 관점이 아니라 스님이 이렇게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그런 철학적인 의무로 바라보고 그것을 갖다가 널리 알리려고 했다, 뭐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박진영 : 그렇죠. 그리고 제가 거기서 이 책의 여러 가지 의미 중에 하나가 의미 생산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약간은 어색하죠. 의미를 우리는 생산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의미는 저기 있다라고 생각을 하죠.

 

김봉래 : 뽑아낸다.

 

박진영 : 의미는 발견을 한다는 표현을 써요. 그런데 발견은 이미 있는 것이지 않습니까. 의미를 생산하는 것은 좀 더 능동적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라고 얘기를 물어보면 그 의미가 저기에 있는데 내가 주워 오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게 아니라는 것이죠. 의미는 내가 내 삶에서 의미는 무엇인지 계속 물으면서 생산을 해내는 것이라는 것이죠.

 

김봉래 : 만들어가는 것이다.

 

박진영 : 그렇죠.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리고 이 신여성들이 한 것이 바로 그것인 것 같아요. 사회가 이 여성들에게 여성의 삶은 이런 것이다라고 줬을 때 그게 아니고 나는 이러한 삶을 살고 싶어, 그것을 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생산하고 있는 의미를 주장하기 위해서 그 힘든 삶을 산 거죠.

 

김봉래 : 그렇군요. 자. BBS 뉴스와 사람들 오늘은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박진영 교수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작가로서의 삶, 또 신여성으로의 삶, 그리고 스님으로서의 삶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좀 의미 있게 이렇게 연결이 된다, 이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여성, 불교, 철학 이 세 단어가 김일엽스님을 통해서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진영 : 그렇죠.

 

김봉래 : 어떤 의미일까요.

 

박진영 : 여러 가지 의미를 제가 생각했는데요, 특히 제 책에서 했던 것은 좀 더 지금 현재 학계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성이라고 하면 가부장제 사회에서 항상 주변인으로서 서성거리는 그런 존재였죠. 그리고 불교라고 하면 저는 서양에서 미국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서양사상에 몰려서 불교철학 그러면 철학의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그러한 학문입니다. 아직도 제가 처음 불교철학을 미국철학회에서 발표할 때는 진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동양에도 철학이 있는가 이런 식으로 반응을 하는 그런 미국 학계에서 거기에서 주변에 있는 불교 이런 것들을 보면서 여성의 불교철학을 했으니까 일엽스님은 주변인의 주변인의 주변인이 되는 것이죠. 그런 것에서 아까 말씀드린 의미의 생산과 연결이 되는데, 그러면 나는 주변인이고 주변인이고 주변인이면 중앙에 있는 힘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나는 삶을 살아야 될까. 그것은 아니죠, 주변인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칠 거 아닙니까. 힘이 없으니까 더 그렇겠죠. 그럼으로써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내는 그러한 분이 아마 일엽스님의 삶이었고 많은 신여성들이 그런 삶이었고 요즘에 운동을 하시는 많은 여성분들도 그렇고 그리고 동양철학을 하시는 분들도 그렇고, 그러한 것들을 생각하려고 제가 여성, 불교, 철학이라는 것을 함께 묶어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했었습니다.

 

김봉래 : 그렇군요. 그런데 제가 책에서 보니까 이 세 단어의 공통점을 얘기하면서 이것이 모두 엄격한 논리와 합리성만을 철학의 근간으로 여기는 그러한 지배적인 철학의 한계를 입증하고 싶었다 그런 얘기를 하고 계시거든요.

 

박진영 : 그렇죠. 철학이라고 하면 사실상 그리스에서 시작을 했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학문으로서의 철학은. 그랬을 때 서구에서 가지고 있는 논리라는 것이 사실 불교논리랑 비교해보면 정반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구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하면 동양에는 논리가 없어. 논리가 없으니까 철학을 못하는 거지. 그러니까 동양에는 철학이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김봉래 : 자기들이 생각한 논리에 대한 정의의 입장에서 그런 거죠.

 

박진영 :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서양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보십시오. 철학과를 보면 대부분은 서양 학입니다. 그렇죠. 동양철학 한 분 계시거나 또 불교하고 유가하고 두 분 계시면 좋은 거죠. 그런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거기에 한정을 짓지 말고, 철학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삶이 무엇인지를 묻는 학문 아닙니까. 삶이 무엇인지 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것은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김일엽의 불교철학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논리와 합리성과는 다른 ‘narrative philosophy’, 서사철학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서사철학이라는 것은 이야기를 하면서 의미를 생산해내는 철학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들이랑 나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그러고 이야기를 하는데, 왜 하겠습니까. 그렇게 말을 하면서 그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이 사건의 의미는 무엇일까 의미를 창출해내는 것이죠. 가장 오래된 인간의 의미 창출 방법 중에 하나가 이야기하기죠. 그런 것을 통해서 일엽스님의 세 권의 책이 가지고 있는 어떠한 이야기하면서 의미를 창출해내는 것, 그래서 저는 그것이 논리나 합리성과는 다른 새로운 철학하기의 모습이고 많은 여성분들이 하시는 철학을 보면 그런 방법이 많습니다. 동양철학도 보면 이야기가 많지 않습니까. 특히 서구철학이라고 해도 전체가 아니고 사실 근대철학입니다. 예를 들어서 플라톤을 보면 다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근대철학에서 어떤 과학적인 합리성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논리와 합리를 철학의 근간이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거기에 제동을 걸고 이제 그것보다는 동양, 불교철학이나 여성철학은 이야기하는 철학이다라고 이야기한 거죠.

 

김봉래 : 그렇군요. 근대성에 우리가 조금 이렇게 경도된 그런 경향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 얘기이고 사실은 예전에는 종교도 어떻게 신이 없는 종교가 가능해라는, religion이라는 단어 자체가 신과의 관계성을 연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불교는 이게 종교야 철학이야 이렇게 질문을 했던, 그러나 지금은 불교가 종교라는 것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이런 상황으로 됐는데, 그렇게 하다 보니까 이게 지금 동양과 서양과의 대화가 조금 더 심도 있게 돼가는 그런 과정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박진영 : 전보다 많이 나아졌죠. 그러니까 사실 미국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미국에서 동양철학, 동양종교를 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처음 제가 미국 학계에서 일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맨날 싸운다고 얘기를 하는데, 서구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고정관념, 서양철학만이 철학이고 서양종교만이 종교라는 그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이 동양적인 것에 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 것들을 같이 하면 이것이 전에는 비교철학이라고 얘기했는데, 요새는 intercultural philosophy라고 그래가지고 문화적 상호 교류를 하는 그러한 철학이라고 얘기를 해요. 그럴 경우에 사실상 아직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비교철학이나 상호문화철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주로 동양이나 비서구 철학을 하는 사람입니다. 서양철학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자기네가 중심에 있으니까 꼭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래도 조금씩은 제가 이십 몇 년 서양에서 가르치면서 조금씩은 상황이 바뀌고 동양적인 것을 알려는 움직임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김봉래 : 교수님의 주요 저작 중에서 말이죠, ‘불교와 해체주의’ 또 ‘불교와 탈근대성’ 이런 노력들이 지금 교수님 말씀하시는 내용들을 많이 함축하고 있나 봅니다.

 

박진영 : 그렇죠. 제가 박사학위를 한 것이 박성배 선생님과 지눌의 선불교, 선과 화엄을 제가 공부를 했고 그것을 해체 철학과 그리고 탈근대 철학과 같이 연결을 시켰는데, 그러한 것들이 사실 제가 학위를 쓴 1998년, 90년대 후반만 해도 굉장히 드문 것이었는데, 지금은 더 많이 그런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요새는 뭐 학제 간 교류가 일어나듯이 동서의 교류라는 것이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봉래 : 그래요. 요즘에 특히 젊은이들도 그렇지만은 탈종교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 거죠.

 

박진영 : 탈종교화라는 것이 굉장히 어떻게 보면 말은 그렇게 되는데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은 또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탈종교라고 이야기할 때 여기서 종교는 기성종교입니다. 예를 들어서 절에 가거나 아니면 교회에 가거나 그런 것을 하는 분들은 줄었을지 몰라도, 아니면 종교가 있으십니까 그랬을 때 네라고 대답하는 분들은 줄었을지 몰라도 종교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 인간 삶에서 종교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저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김봉래 : 아. 그렇군요.

 

박진영 : 종교라는 것이 결국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가지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는 것이 종교인 것인데, 그리고 결국 내가 지금 왜 존재하는가를 묻는 것이 종교인데, 그러한 것은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어떠한 기성종교가 가지고 있는 조직, 사회 아니면 위계질서 이런 것들은 점점 없어져야 되고 없어져 가고 있죠. 그렇지만 종교를 인간이 왜 원했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그러한 인간의 존재 상황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종교 활동이 일어난다고 봐야 되겠죠.

 

김봉래 : 상당히 세상에서 종교의 역할이 크다 이렇게 보시는 것 같아요. 요즘에 뭐 명상도 있고 여러 가지 해서 세상에서 살아가기 힘든 것을 어떻게 잘 세속적인 자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종교가 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좀 많은 것 같아요.

 

박진영 :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 학생들에게도 물어보면 인생 삶의 가치를 어디서 찾느냐, 거기에 어떠한 가이드가 돼주는 것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종교라고 얘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교회를 가느냐, 미국에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젊은 학생들이 그러니까 어떠한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종교가 밑바탕이 되는데, 그리고 종교 자체가 그러한 밑바탕이 되어줘야 되는데, 많은 기성종교가 그러지를 못했죠. 위계질서만 내세우고 무슨 규칙만 내세우고 그럼으로써 탈종교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종교 자체도 자체 반성을 해서 어떻게 지금 같은 상황, 특히 과학적인 사고, 아니면 요새 많이 일어나는 테크놀로지, 아니면 인공지능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나타나면 나타날수록 그런 것들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되고 그 물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중에 하나가 종교라는 것이죠. 그런 것을 종교가 진짜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종교 자체가 물어야죠.

 

김봉래 : 그게 가장 적합한 종교가 저는 불교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저만의 아전인수격 해석일지 모르겠습니다만 탈권위주의와 잘 연결이 되고 정말 크나큰 자유와 연관이 되고, 지금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물음이라는 것은 화두거든요.

 

박진영 : 그렇죠.

 

김봉래 : 기성에 주어진 답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연구할 수 있는 단초는 의문이 있어야 답을 찾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한국의 간화선 이런 것들이 어떻게 현대사회와 잘 조화할 수 있는가 그런 것들도 좀 더 연구되고 개발이 돼야 될 것 같아요.

 

박진영 : 그렇죠. 종단이나 그런 방향에서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을 위해서 어떻게 이러한 것들을 현대화할 수 있는가. 우리 제목 보면 많아요. 원효 사상의 현대화, 지눌 사상의 현대화, 그런 제목들은 많은데 사실상 우리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그것을 어떻게 진짜로 사용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김봉래 : 그래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은데 오늘 일엽스님 관련해서 이야기하면서 여쭤볼 것이 과연 그러면 일엽스님은 그런 어떤 불교수행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본인이 원했던 그런 대자유, 일관되게 추구했던 그것을 달성했다고 보십니까.

 

박진영 : 많은 선사님들을 보면 깨침을 얻었고 오도송을 내고 일엽스님도 오도송은 썼습니다. 그런데 일엽스님의 글은 그렇게 내가 깨침을 얻었다 거기에 그렇게 많이 전도되어 있지 않고 그런 것을 찾아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고 그것을 찾아가는 방법이 무엇이었는가 그런 것에 대해서 철저하게 잘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아를 이야기할 때도 옛날에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그러한 자아에 매인 나를 소아, 작은 자아라고 이야기하고, 그것을 벗어나서 불교의 무아적인 큰 나를 열어놓는 자아를 대아라고 이야기했고, 부처님을 대자유인이라고 이야기했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절대적인 자유 그것을 향해서 가신 거는 분명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에 돌아가시기 바로 전에 쓴 그러한 시들을 보면 본인이 그런 것을 이야기하시는 것들이 많습니다.

 

김봉래 : 그렇군요. 이제 마무리될 시간이어서요, 우리 박진영 교수님의 원력 내지는 향후 계획 듣는 것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박진영 : 네 감사합니다. 저는 종교철학을 하지만 항상 지금 여기 우리에게 종교나 철학은 무엇인가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과연 이것이 뭘까,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사회 참여하는 그러한 철학이나 종교가 되는 것이고 그래서 선불교, 화엄불교 아니면 해체 철학 그런 것도 모두 거기서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래서 폭력과 비폭력, 아까 말씀하신 대로 주변인, 이런 것에 의미를 많이 두고 있습니다. 특히 비폭력 같은 것은 불교의 가장 첫 번째 가르침이지만 실제로 폭력이 만연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그런 것을 실행할 수 있을까, 비폭력을 실행한다는 건 무엇일까, 이런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앞으로도 그런 것들을 많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김봉래 : 그렇군요. 교수님 어려운 시간 이렇게 해외에서 오셔가지고 마침 인터뷰가 잘 됐습니다. 대단히 유익한 말씀 감사합니다.

 

박진영 : 감사합니다.

 

김봉래 : 지금까지 박진영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님과 함께 했습니다.

 

김봉래 : 네 여러분 박진영 교수님과 함께한 오늘 이 시간 어떻게 들으셨는지요. 공자님께서도 일일삼성이다 이런 말을 하셨고 또 불교에서는 늘 깨어 있으라 이렇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자유를 찾아 떠났던 일엽스님의 삶을 통해서 바로 우리의 우리 자신들의 인생 항로도 아름답게 가꾸어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불교방송 보도국, 진행에 김봉래였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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