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라마 초청 이야기가 나오면 역대 정부는 중국 압력에 의해 허락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건 과거고 현재는 현재입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스님은 10월 31일 81명의 정원 중 70여 명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들이 참석한 불교광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늦어도 모든 계획안을 내년 3월 종회 전에 세워서 우리도 20만 청년불자를 모았으면 합니다”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자승스님의 달라이라마 방한 제안은 교황 방문이 확실시 되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가톨릭청년대회를 염두에 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 돼 있다. 하지만 자승스님 제안 이전부터 여러 차례 추진 된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정부차원의 공식적 거부는 없었지만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달라이라마가 일본을 방문해 법문을 했던 것과 비교된다. 일본도 처음에는 달라이라마의 초청이 여의치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차례 지속적인 노력 끝에 방문이 허용됐고 방문 시기도 차츰 짧아졌다. 달라이라마가 일본에 올 때 많은 한국불자들이 일본을 방문한다.

오랫동안 티베트는 종교와 정치가 하나였다. 달라이라마는 종교지도자이기에 앞서 정치지도자이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2010년 정치지도자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대대로 이어졌던 제정일치를 그 스스로가 끊어 버린 것이다. 자신 이후 티베트의 중국화가 더욱 가속화 될 것을 그 누구보다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티베트 입장에서 14대 달라이라마 인도로 망명한지도, 중국 입장에서 티베트가 개혁개방이 된 지도 어느새 60년이 넘었다. 1935년생인 달라이라마는 올해 세수가 88세 이다.

교황이 세계 가톨릭의 가장 큰 어른이고 정점이라면, 달라이라마는 자신이 살아 왔던 터전을 떠나야만 했던 민족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자비로운 모습과 명쾌한 설법으로 일체중생의 행복을 기원하고 기도한다. 공성을 사유하고 보리심을 일으켜 실천하는 달라이라마의 법문은 서구사회에서 더욱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과거 필자는 달라이라마 방한추진위원장이었던 금강스님에게 달라이라마의 방한 이유를 물었다. 그때 금강스님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가 달라이라마의 방한으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의 불허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라는 자승스님의 말이 이번에는 실현됐으면 한다. 조계종이 종단차원에서 추진을 논의하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에 정치권이 화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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