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왜구에 빼앗겨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절도범에 의해 국내로 밀반입된 서산 부석사 고려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습니다.

일본 민법 기준으로 해당 사찰 점유 기간이 취득시효를 넘겼다는 게 주된 이유인데, 우리 불교계는 강력 반발하면서 이제는 정부가 불상 환지본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류기완 기자입니다.

 

< 리포터 >

지난 2012년, 절도범들에 의해 일본의 한 사찰에서 국내로 밀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일본 반환을 앞두고 당시 불상 안에서 충남 서산의 옛 이름인 서주 부석사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했다는 결연문이 나오면서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서산 부석사는 금동관음보살좌상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부석사와 정부 간 법적 다툼은 시작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도난.약탈에 의한 문화재 반출을 인정하며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과거에 약탈당했더라도 1953년부터 수십 년 동안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점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불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을 그대로 확정하며, 일본 사찰의 불상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불상의 과거 원소유주인 서주 부석사와 현재의 부석사가 같은 사찰이라고 인정했지만, 국제법상 '취득 시효' 법리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왜구가 불상을 도난.약탈해 불법반출했더라도 일본 사찰 소유로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부석사의 소유권이 상실됐다는 의미입니다.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하며 "패륜적 판결"이라고 비판했고, 정부가 불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원우스님 / 서산 부석사 주지] : "당시의 야만적 약탈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오늘 한 건데요. 그건 우리의 조상들에게 등에 칼을 꽂는 행위죠. 그래서 패륜이라고...힘이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범해서 문화재를 약탈해도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얘기밖에 안되거든요. 그런 질서가 야만적인거죠."

조계종도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약탈문화재의 은닉과 불법점유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반역사적 판결일 뿐만 아니라 약탈문화재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최악의 판례"라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지역사회 관계자들도 판결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법리적 판단이 끝났을 뿐, 외교, 문화적으로 아직 해결 방안이 남아있다"며 불상 환지본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상근 /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상임대표] : "사실 우리나라 문화재를 반환하는 길은 법률적으로 한 건 극히 제한적이에요. 사례도 없어요. 오늘 그 길 중에 하나가 닫힌거고. 외교나 문화나 종교적이나 이 길은 또 있는 거죠. 그래서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라고 보는거죠."

[신현우 / 서산시청 문화예술과장] : "현재 부석사 시굴조사, 발굴조사, 정밀조사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마무리해야 되겠죠. 여기서 중단하는 게 아니고 그런 부분은 이어나가야 겠죠."

[스탠딩]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불교 성보인 고려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이 부석사가 아닌 일본 사찰에 있다고 인정한 사법부의 판단에 한국 불교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부정한 처사라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BBS 뉴스 류기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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