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연: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윤일현 대표

▪︎ 방송: BBS대구불교방송 라디오 아침세상 ‘교육진단’ (2023년 9월 19일)

(대구 FM 94.5Mhz, 안동 FM 97.7Mhz, 포항 105.5Mhz)

▶︎정시훈 기자: 교육 진단 시간입니다.

지난주 가을비가 내린 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든 느낌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일도 많고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일들도 많습니다. 우리는 너무 시끄럽고 들뜬 분위기에 살기 때문에 조용히 앉아서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말이 혼란한 시대일수록 책을 잡고 읽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무게 중심을 잃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서 책 읽기에 관한 얘기 나누어보는 시간 갖도록 합니다. 
오늘도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 전화로 모셨습니다. 
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윤일현 대표: 예 안녕하십니까.

▶︎정시훈 기자: 독서에 관한 얘기는 이 코너를 통해서 해마다 많은 얘기를 해왔는데요. 그만큼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다양한 각도에서 독서에 대해서 얘기해 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먼저 우리가 독서 습관을 위한 원칙 같은 게 좀 있으면 좋겠는데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어떤 원칙과 목적 하에 책을 읽는 것이 좋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일단 오늘은 책을 읽는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첫째,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읽어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잡으면 독서에 대한 흥미 자체를 잃기 쉽습니다.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읽어나가는 것, 느려 보이지만 그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한국인이 쓴 책에서 외국인이 쓴 책으로 읽어나가는 게 좋습니다. 우리 작가가 쓴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고, 점차 번역된 서적이나 해당 외국어 해독 능력이 있는 사람은 원서로 넘어가는 게 좋고요. 
세 번째는 동시대인이 쓴 것에서 고전으로 옮겨가야 합니다. 동시대인이 썼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을 하는 책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월이 지났지만 현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고전, 고전이란 시공을 초월해서 언제나 현재적 의미를 가지는 책이기 때문에, 고전을 읽는 원칙을 지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남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데 있다는 것도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배운다는 것은 독서의 기능 중 하나이지 전부는 아닙니다. 독자들이 인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독서 행위는 보다 포괄적인 만족감을 줍니다. 첫째는 책을 읽어서 배우겠다는 것보다 읽어서 즐겁고 뿌듯해야 합니다. 지식의 습득이든, 아니면 감정 이입해 주인공과 같이 울고 웃고 하든 만족감을 얻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 수준이 높은 독자일수록 글을 평가하며 읽고, 글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려고 합니다. 그냥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고, 독서가는 책을 매개로 하여 내 생각을 진전시키고 발전시키고 세련되게 하는 것이지, 책 그 자체를 주체로 삼지 않습니다. 
책은 저자가 세상과 소통해온 결과물이죠.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의 소통 방식을 보고 공감하면서도, 저자가 제기한 문제를 읽으며 자신과도 소통하게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독서가 창의적인 독서지요. 창의적인 독서를 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깊은 독서를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의적인 독서는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내 생각, 내면에서 내 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데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창의적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요. 책을 읽는 사람은 사회와 세계,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책 읽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윤일현 대표: 결국 책 읽기 행위 자체가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대한 관심입니다. 독서를 열심히 하려면 궁금한 것이 많아야 합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사람이 열심히 독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려면 인간과 세계, 그리고 지금 내가 현재 몸담고 있는 사회 등에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이 관심사가 개인을 넘어서 사회와 세계로 확장되지 않으면 결코 열정적인 독서가가 될 수 없습니다. 
나의 문제가 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거기에는 사회적인 문제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개인의 문제는 세계의 문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존재의 문제와 온 세계의 문제가 일치하고 나아가 그 경계가 허물어질 때 독서의 불꽃은 세차게 타오른다고 독서 대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네트워크 독서를 하라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로 관련 있는 책들을 잇따라 읽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독서 방법이라는 겁니다. 한 주제에 국한된 독서는 자칫 세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느린 걸음걸이인 것 같지만 실은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네트워크 독서란 한 저자의 책을 잇따라 읽는 것, 이 저자의 이 책을 읽으니 참 좋았다 그러면 그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을 같이 읽으면 어떤 한 관점이나 취지에 대해서 굉장한 일가견을 얻게 됩니다. 좋아하는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책을 찾아 읽는 것, 한 주제의 책을 잇따라 읽는 것. 이것은 어느 정도 독서 훈련이 돼 있고, 또 독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읽기입니다. 
그리고 아는 척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책은 다른 사람 앞에서 아는 척하기 위해 읽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독서는 남이 아닌 내 자신의 편견을 깨기 위한 것이어야 된다는 거죠. 어느 한 주제에 관해서 계속 그것만 읽음으로써 다른 견해를 안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독서가 독이 되지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 아집, 고집 이런 것들을 성찰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에 대해 겸손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독서인이 가져야 할 자세이고 태도입니다.

또 책을 읽는 사람은 지적 욕구, 지적인 욕심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지적 욕구에 충실해야 되는데요. 독서는 기본적으로 저자와 대화입니다. 저자의 관심사와 독자의 관심사가 다르면 그 대화가 재미있을 리도 없고, 또 억지로 읽는다고 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종이쪽지에 불과합니다. 책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해서 찾아내는 겁니다.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적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의욕이 있어야 하겠죠.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독서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며, 또 뚜렷한 독서의 목적이 있을 때 책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비판하고 검토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지적 욕구에 가장 충실한 독서가 최상의 독서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시훈 기자: 책을 읽을 때 ‘저자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독자도 끊임없이 질문을 하고 그 책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도 볼 수가 있을 텐데요. 이런 독서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될지 덧붙여서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윤일현 대표: 책을 읽기만 하고 사고가 없는 사람은 그저 먹기만 하려는 대식가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영양가가 높고 맛 좋은 음식도 위액을 통해 소화하지 않고서는 몸에 이롭지 않은 것과 같기 때문이죠. 책 속에 함몰되어 독자의 주체성이 사라진 독서는 능동적인 독서가 아니라 오히려 수동적인 독서이며 발전적인 행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책의 내용을 평가하려면 독자는 많은 질문을 하며 읽어야 합니다. 
저자의 주장이 타당한가를 늘 물어봐야 하고요. 둘째, 저자의 주장이 우리의 실정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도 질문해 보고, 그리고 글에 숨어 있는 저자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도 끊임없이 질문해 봐야 합니다. 책의 내용을 평가하고 질문하며 읽는 것은 저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일 뿐만 아니라, 자신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일이 됩니다. 
숲 속에서 숲을 보는 것보다 숲 밖에서 숲을 보는 것이 숲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질문하고 평가하며 책을 읽는 것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에서 책을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이 가을 좋은 책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고, 얻으면 좋겠습니다.

▶︎정시훈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일현 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선생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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