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마지막날 새벽, 하루 일과의 시작을 위해 분주했던 서울 시민들은 난데 없는 사이렌 소리와 긴급재난 문자에 화들짝 놀랐다. 휴대폰에는 “오늘 오전 6시 32분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서울시 이름으로 발송됐다.  TV에서는 북한이 남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일대에 대피령을 내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미사일을 쏘아올렸던 북한이기에 이번에는 뭐가 다른 것인지 어리둥절한 이들도 있었고 실제 도발을 감행한 것은 아닌지 공포감을 느꼈던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다시 휴대폰 ‘위급재난 문자’가 떴다. “오전 6시 41분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입니다‘라는 행정안전부의 문자였다. 곧이어 서울시는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북한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 문자가 발송됐지만 서울시 전 지역의 경계경보가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알렸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쏜 발사체는 당초 예고했던대로 우주 궤도에 진입하려는 정찰위성이었고 군산 서쪽 먼바다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먼저 국가적 위기 상황과 재난에 대비하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너무 허술해 보인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처음에 보낸 긴급 재난 문자를 보면 무슨 일 때문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는지, 언제 어디로 대피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빠져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기고 간식과 라면 등을 비상 배낭속에 집어넣는 등 대피 준비를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개는 집 안에서 허둥지둥, 우왕좌왕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하는지, 피난을 가야하는건지를 연신 부모에게 물어보며 울먹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위기 상황에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하는게 맞다고 했지만 철저하지 못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 시민들에게 혼란과 불필요한 불안감을 준 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랜 분단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도 모르게 약해진 안보 의식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볼 때다. 북한이 시도 때도 없이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사이에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사회 전반의 위기 대응 능력도 약화된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점검해 봐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나라 일본은 크고 작은 재난에 오랜 세월 시달려서 그런지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번에도 일본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정규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내는 등  우리보다 한발 빠른 대응을 보여줬다. 국민 한 명 한 명이 위기 대응 매뉴얼과 재난 발생시 대피 요령, 응급처치 교육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크고 작은 재난과 사건 사고는 안팎으로 끊임없어 이어지고 있어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지진, 이태원 참사 등을 겪으며 우리는 절대로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북한 공습이나 재난 사태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미리 준비하고 훈련도 해야겠다. 이 참에 집 근처 대피소와 단계별 대피 요령도 알아봐야겠다.  “국민 여러분 지금은 실제 상황입니다” 라는 경보 방송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할 수 있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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