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불교언론인 고(故) 김주일 현대불교신문 편집국장이 육신의 옷을 벗어던지고 극락정토의 길로 떠났다. 향년 55세, 너무나 갑작스런 죽음에 많은 이들은 황망해하고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6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엄수됐다. BBS 불교방송 초대 상무, 불교신문과 법보신문 사장을 역임한 정휴 대종사는 유발상좌인 고인과의 인연을 전하며 “나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해야 할 김 국장의 영전 앞에서 추모사를 하게 되니 기가 막히다”며 고인을 깊이 애도했다.

필자가 기억하는 고인은 여행과 문화예술을 좋아하고 매사에 긍정적인 인물이었다. 상대방을 대할때 늘 유쾌했고 좀처럼 힘든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인은 신문기자로 26년간 활동했지만 방송 출연하는 일을 매우 즐거워했다. 생전에 문화예술,여행, 출판. 해외 각국의 문화 유물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정보를 토대로 방송 출연자,패널로써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BBS 불교방송에서 ‘문화를 알면 세계가 보인다’ ‘행복스튜디오’ ‘주간불교소식’ ‘무명을 밝히고’ 등에 다수 출연했고 시사 프로그램 ‘아침저널’ 패널로 활동하며 다양한 불교계 소식과 여행, 문화예술 정보를 방송 청취자들에게 전해줬다. 생전에 고인은 자칭 여행 전문기자라고 말할 정도로 해외 배낭여행을 좋아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애정과 관심이 남달랐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속세에서 보낸 고인의 인생 여행이 5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마무리돼 짙은 아쉬움을 준다.

고 김주일 국장의 별세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에게는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곁에 훨씬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생일여(死生一如), 생사일여(生死一如)라고 하듯이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며 죽음이 우리 삶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선사(禪師)들의 가르침도 다시한번 떠올리게 된다.  어차피 길어야 백년 남짓 사는게 우리 인생이지 않은가? 삶이 무상하고 실체가 없으니 죽음을 맞는 자세도 그만큼 자연스러워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 불교사에 남아있는 고승들은 죽음을 일상적인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고 죽음의 굴레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과 사에 끌려다니지 않는 자유로움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내 육신은 잠시 내 영혼이 머물다 가기 위해 걸쳐입은 옷과 같은 것이라고 대중들에게 가르쳤다. 삶이 일하는 것이라면 죽음은 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국내 죽음학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죽음에 대해 인생의 마지막 성장 기회라고 말했다. 죽음은 해방의 날이자 이른바 지구 학교의 방학식과 같다고도 했다.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이들은 우리 곁에 무수히 많이 있다. 행복과 불행의 한 가운데 서서 온 몸으로 삶을 지탱하고 버텨내는 이들의 모습은 곧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은 이들이 깊은 상실감과 슬픔에만 갇혀있지 말고 많은 인연들에 감사하고 지혜로운 삶의 이치를 마음속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삶의 죽음 그 사이 어디에서인가 늘 방황하고 서성이다가 어느새 내 삶의 저녁 시간을 맞은 것 같다. 이번 생에서 내가 해야할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55년간의 인생 여행을 마친 고 김주일 국장의 극락왕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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