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정상급 개그맨으로 명성을 날렸던 서세원 씨의 급작스런 사망 소식은 개인적으로 여러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고인은 1980년대 특유의 입담과 재치를 갖춘 최고의 개그맨으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켰고 1990년대에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세원 쇼를 진행하면서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명성을 떨쳤다. 고 서세원은 유재석,신동엽, 탁재훈 등 이른바 스타 예능 MC들의 원조격이었다.  서세원은 몸 개그를 하거나 바보 연기 등으로 대중들을 웃기는 개그맨이 아니라 특유의 말재주와 재기 넘치는 언변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스타일이었다. 

서 씨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개그맨으로는 이례적으로 ‘휘파람새’라는 창작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다. 개그맨으로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자 1986년에는 ‘납자루떼’ 라는 생소한 이름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당시 모델 출신으로 ‘미스터 파마’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진 김기석이 주연을 맡았고 서 씨의 부인 서정희의 앳된 모습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중들의 철저한 외면속에 그야말로 폭망한 영화의 대표격이 되고 말았다. 다만 납자루떼의 '납자루'가 물고기 이름이라는 사실만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서세원은 결국 각종 구설수와 부적절한 처신 등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2002년 방송사 PD에게 홍보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영화 제작사 횡령 의혹, 세금 포탈 혐의, 주가 조작 혐의 등에 잇따라 휘말려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CF모델 출신인 전 부인 서정희 씨와 이혼 소송을 벌였고 재판 과정에서 과거 부인을 상습 폭행했고 강압적인 결혼 생활을 해왔다는 폭로가 터져나와 서 씨는 그야말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서 씨는 우여곡절끝에 재혼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해 사업을 시작하며 재기를 꿈꾸다 67세를 일기로 글자그대로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삶을 마감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마련된 빈소의 풍경은 더없이 쓸쓸하고 처연하게만 보일뿐이다.

서 씨의 삶을 보면서 성공과 기쁨, 좌절과 실패,고통이 반복되는 인생 행로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욕망과 집착이 차고 넘치면 그것이 번뇌가 되고 괴로움과 고통의 무게를 더욱 키우게 된다. 다른 대상과 자꾸 비교하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짓고 분별하는 마음도 평정심을 흐트러뜨리는 요인이 될뿐이다. 사실 우리는 본성을 잃어버린채 있는 그대로를 보지 못하는 무명(無明)에 쌓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괴로움을 소멸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 지혜롭고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욕망과 집착에서 자유로운 사람만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대중 법문을 통해 항상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즐거움과 행복의 맞은 편에는 고통과 불행이 있고, 젊음에는 늙음이라는 과보가 있다. 얻으려고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는 잃기도 하기 때문이며 극락의 반대에는 지옥이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말없이 자연으로 돌아간다. 어떤 일이 닥쳐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볼때 고통과 괴로움이 반감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끝으로 고 서세원과의 인연을 정리한 서정희 씨가 새롭게 시작하는 중년의 인생을 잘 가꿔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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