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의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방문에는 혜국스님과 의정스님, 문경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 등이 함께 했다.
2016년 조계종 선원수좌복지회의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방문에는 혜국스님과 의정스님, 문경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 스님 등이 함께 했다.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현지인들의 선(禪)에 대한 열기였다. 법당 안은 사람들로, 법당 입구는 신발로 가득했다. 차마 들어가지는 못하고 밖에서 이 광경을 영상으로 담으려 하자 센터 운영자가 만류를 했다. 혹시 영상이 외부에 나가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는 거다.

키가 상당히 큰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었던 당시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 주지에게 엄격한 조동종이 어떻게 미국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단정히 삭발을 하고 조동종 승복을 입은 이 주지스님은 “스즈키 순류 스님이 젠 센터 운영에 있어 미국의 문화를 접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남녀가 함께 수행할 수 없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를 개원한 스즈키 순류 스님은 1967년 미국에 서구 최초의 선원인 ‘타사하라 선 센터’를 세웠다. 1960년대 미국은 물질적 풍요로 넘쳐났지만 정신적 빈곤에 목말라 했다. 2차 세계대전을 겪은 후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마약과 재즈, 동양의 선불교에 몰두했는데, 이러한 비트세대들의 선은 실제적 수행보다는 정신적 사조로서 존재했다. 스즈키 순류스님은 마약으로 찌들었던 비트세대에게 전통좌선을 전했다. 순류스님의 저서 ‘선심, 초심’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읽고 감명을 받았고, 잡스는 순류 스님의 제자인 오토가와 코우분 스님을 스승으로 삼았다.

1223년 일본의 도겐스님은 24살에 송나라로 유학을 갔다. 4년간의 수행 끝에 스승에게서 인가를 받고, 중국의 조동종을 일본에 전했다. 도겐 스님은 1231년 32살부터 중국에서 자신이 깨닫고 경험한 모든 것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각종 경전을 다양하게 인용했고 중국선원의 의식과 청규, 생활상 등을 모두 집대성했다. 54살에 입적하기 전까지 쓴 95권의 저서가 세계적인 선 텍스트 ‘정법안장’이다. 성철스님은 후학들에게 책을 보지 말라고 했는데 ‘정법안장’만은 일본어를 공부해서라도 읽어보라 권했다. 우리나라의 근현대 선지식들은 왜 정법안장을 즐겨 읽었을까? 40년 원력 끝에 제자들과 함께 ‘정법안장’ 번역을 완간한 동국대 전 총장 보광스님은 같은 공안을 다른 시각에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러 종파와 선사들의 입장을 비교하면서도 자신만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보광스님에게 조동종이 세계에 선을 각인 시킨 저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스님은 일본에도 임제종이 전해졌지만 황실중심의 임제종이 현재 관광사찰 위주로 남아있지만, 서민불교에 주력했던 조동종은 현재도 주요종단으로 건재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작은 선택과 방향이 후대에 이르면 다시 회복 못할 차이를 남긴다. 정토사상이 주류인 일본에서 조동종이 번성한 이유와 그 선법이 미국에 까지 이른 그 저력은 무엇인지 한글 '정법안장'을 보며 거듭 되뇌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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