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LX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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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언론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다.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활약했던 도사 지방 출신의 낭인(탈번 사무라이)에 불과했던 료마를 역사적 인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시바 료타로의 소설 ‘료마가 간다’였다. 소설이 NHK 드라마로도 제작되면서 ‘료마’의 국민적 인기가 치솟은 것은 물론이다.

“1980년대 ‘발전 국가’ 일본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보수 정치가 일상화되었고, 일본인들은 개인화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때 막부 말기의 지사 사카모토 료마의 개혁 의지와 국가 구상을 다룬 시바 료타로의 소설 ‘료마가 간다’와 그의 메이지 국가론은 메이지유신의 정신과 지도자들의 개혁 정신, 메이지 국가의 역동성을 떠올리게 해서 큰 호응을 얻었다.”(메이지유신–현대 일본의 출발점/장인성/살림출판사/2007)

뜬금없이 1868년 메이지유신과 사카모토 료마를 소환한 것은 칼럼의 제목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이 칼럼의 제목을 ‘료마가 간다’에 빗대어 ‘드론이 간다’라고 정한 것은 료마가 일본 사회에 끼친 엄청난 파고를 드론이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파고에 비유하기 위해서다.

‘료마가 간다’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다를 수 있어 그에 대한 논쟁을 피하자는 차원에서 그에 대한 긴 설명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자.

기자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료마’라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인물이 아니라 시바 료타로가 소설을 통해 그려낸 ‘료마’다.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소설적 상상력이 가미된 ‘료마’이기 때문이다.

드론,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비행체를 말한다. 드론 그 자체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그려내는 드론이 그려낼 미래상에 주목하자는 의미에서 칼럼의 제목으로 드론을 등장시켰다.

‘드론이 간다’를 통해 드론이 그려낼 향후 미래상의 일부를 살짝 엿보려 한다.

지난달 30일 전북 혁신도시에 위치한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드론의 시대’를 선포했다. 40대의 드론으로 LX공사의 이름을 어둠속에 밝히면서 자신들이 걸어갈 미래를 드론으로 상징화해서 보여줬다.

이미지=LX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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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이 그려내는 공간 정보는 디지털트윈으로 진화한다. 디지털트윈,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정보화된 쌍둥이’쯤으로 번역될 이 단어는 그동안 상상에만 그쳤던 많은 것이 현재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전 국토의 디지털트윈 기반 구축. 이 한 문장에는 향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가 담긴다. 

LX는 현재 전주시에 대한 디지털트윈 구축을 완료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전주에 있는 문화재를 비롯한 모든 건물과 도로, 강과 산들이 가상 공간에 별도로 만들었다. 가상공간에 현재의 도시 하나를 그대로 만든 것이 무슨 큰 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이 공간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은 그야말로 무한대다. 

문화재의 경우 파손됐을 때 복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공사 시방서처럼 디지털트윈이 가르쳐준다. 잘못되면 다시 고치기를 반복해도 된다. 실제 문화재에 그대로 적용했으면 낭패가 날 일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화재가 난 남대문 복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처럼 사진을 통해 과거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3D 형태로 구현돼 복원 전후를 예상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LX공사 현장에서 잠깐 시연된 디지털트윈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많은 것들 이상을 포함하고 있었다.

디지털트윈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 출발은 우선 측량이다. 가상공간에 옮길 현실공간을 먼저 측량해야 한다. 여기서의 측량은 옛적 길을 가다 목격한, 한쪽 끝에 측량기를 세운 작업자가 반대쪽에 서있는 깃대를 든 사람에게 고함을 치는 옛 측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드론이 간다.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드론을 통해 고해상도의 사진 작업이 가능해지고,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이나 강, 지하 공간까지 드론은 간다.

일본을 메이지 유신으로 이끈 도사 지방의 사카모토 료마처럼 디지털트윈 시대를 이끌 작은 크기의 드론이 가는 것이다.

디지털트윈이 그려낼 미래는 다음 기회에서 상술하기로 하고, 이 공간에서는 드론으로 가능한 디지털트윈 시대가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만 강조하려고 한다.

LX공사에는 현재 80여 대의 드론이 있다고 한다. 한 대에 억 단위를 상회를 하는 것을 포함해서 다양한 드론이 있지만 아직도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전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를 디지털트윈에 담아내는 것은 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디지털트윈과 관련한 법이 없어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김정렬 LX공사 사장.
김정렬 LX공사 사장.

김정렬 LX공사 사장은 “디지털트윈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드론’이 ‘료마’가 되기 위해서는 ‘시바 료타로’ 같은 이가 등장해 드론에 상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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