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를 위해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밝힌 첫 소감이다. '불법 승계' 혐의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라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지만,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발표한 공식 입장문에서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번 8.15 광복절 특사 명단에는 경제인과 노사 관계자 등 모두 천6백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번 특별사면으로 '취업제한 5년'의 족쇄가 풀렸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2월 기소돼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지난달 29일 형기는 종료됐지만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경영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15일, 특별 사면을 계기로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올해 '부회장' 타이틀을 떼고 '회장'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이 부회장의 리더십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특별사면과 복권 혜택을 받았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 2명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함께 사면 대상으로 거론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고배를 마셨다. 특별 사면 대상자를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엄선된 사면으로 다시 경제 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경제 위기 극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사면의 취지를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취임 첫 특별사면에서 '광폭 사면'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치인과 공직자는 사면 대상에서 배제됐다. 유력 사면 대상자로 거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모두 제외됐다. '경제 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이라는 특별 사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정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좋지 않은 정치인 사면을 단행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민심과 시대 상황이 이번 사면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길어지고, 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 경기 침체 등 여러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대내외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 여론에 그대로 반영됐다. 사면 직후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부회장의 복권을 찬성하는 여론은 70%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설 수 있도록 대기업 총수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물론 반대 여론도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대기업 총수의 특별 사면에 호의적인 건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수반됐기 때문이다.

특별 사면 이후 언론에선 이 부회장이 정부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고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이번 복권으로 이 부회장이 완전히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는 것은 아니다. '불법 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다시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사면이 '경제 살리기'를 핑계로 재벌 총수의 중대경제범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이제 사면 복권된 '회장님'들의 손에 달렸다.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광복절 특별 사면이 옳았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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