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개편-외고폐지 논란, '언론탓, 기자탓'...대국민 사과는? 비판 쇄도

지난 대선이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속적으로 교육부를 괴롭히는 화두는 '교육부 해체론, 쇄신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초 '교육부 쇄신'을 일성으로 강조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잊을만하던 그 쇄신론, 해체론이 만5세 초등입학 학제 개편안 폭풍으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공석이 된 상황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학제개편 졸속추진 비판으로 교육계가 아수라장이 되고, 그로인해 사퇴한 전 부총리마저 '모든 논란은 자기 책임'이라며 떠난 마당에, 정작 교육부는 '마땅히 해야할' 대국민사과는 고사하고, 책임회피로 일관하면서 "교육부가 왜 쇄신해야하는지 스스로 입증했다"는 것입니다.

보시죠.

국회 교육위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국회 교육위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

1.책임회피...언론탓, 기자탓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문제에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유기홍 위원장 지적에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입학연령 하향 방안은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업무보고 브리핑 과정에서 마치 추진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가 돼 오해가 있었다“며 “저희가 바로잡는 노력을 했지만 굉장히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교육부 출입기자들이 만5세 조기입학 학제개편안을 마련하고 발표했는가요? 교육부가 만들고, 엠바고를 요청했고, 대통령 업무보고뒤 부총리가 직접 발표했던 사안아니었나요?

책임회피입니다. 교육부가 기자들에게 해명해야할 부분입니다.

차관의 말이 타당하려면, 언론들이 확정적으로(?) 보도하던 당시에 출입기자들에게 '그게 아니라'고 해명이나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보완설명을 했어야 했습니다.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 간담회 석상의 장상윤 교육부 차관.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 간담회 석상의 장상윤 교육부 차관.

특히 장 차관은 지난 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마련된 학부모 간담회때,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 원성을 샀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의견을 듣는다는 자리에서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는데, 이제와 기자들이 확정적으로 보도를 했다니요? 

심지어 지난달 29일 대통령실 업무보고를 2-3일 앞두고, '언론과 소통하겠다'며 부처내 실국과장들을 팀단위로 나눠 출입언론사들을 정하고, 방문하겠다며 일방적으로 각 언론사에 전화통보를 했었습니다. (그마저 어디는 가고 어디는 안갔지만) 그때는 왜 정정보도를 요청하지 않았던가요? 바로 잡으려는 노력은 또 어떤 노력을 말하는건가요?

폭염속에서 만5세 초등입학에 반대하고있는 학부모들.
폭염속에서 만5세 초등입학에 반대하고있는 학부모들.

이 뿐만이 아니죠.

장상윤 차관은 논란이 된 외국어고 폐지 방침에 대해서도 "(대통령) 업무보고에는 외고 폐지라는 말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며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 질의에…(응답하다가 나온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를 놓고 박순애 전 부총리가 발표했던 것을 기자들이 먼저 외고 폐지를 질문해서, 보도를 했다는 말인데,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요?

2.불통 

장 차관에게 학제개편과 외고폐지로 여론이 들끓던 지난 4일을 상기시켜주고 싶습니다.

당시 취임 한 달을 맞은 박순애 부총리가 정부 세종청사에서 가진 2학기 학교 방역 및 학사운영 방안 발표날입니다. 

4일 2학기 학사운영방안을 발표한뒤 기자들을 피해 이동하던 박순애 전 부총리.[제공=세계일보]
4일 2학기 학사운영방안을 발표한뒤 기자들을 피해 이동하던 박순애 전 부총리.[제공=세계일보]

박 전 부총리가 현장질의와 사전질의도 받지않은채, "질문 안 받느냐", "학제개편안에 대해 질문이 있다", "소통한다고 하시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을 피해 이동하다가 신발까지 벗겨진 날 말입니다.

그때 불통 비판이 쇄도했었죠? 교육부 말대로 당시 '언론들의 학제개편안 확정보도와 외국어 폐지보도'가 문제였다면, 그때라도 전 부총리가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기자들을 피할게 아니라, 관련 보도들에 대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정정을 요구하는 노력을 했어야죠.

사실, 교육부의 이런 소통 부재,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닙니다.

수도권 대학 규제완화나 지방교부금 문제 등 현안마다 비수도권 대학이나 전국 시도교육감 등 교육계 곳곳에서는 '일방추진', '졸속추진', '불통' 등등 셀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교육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이 “교육부가 현장을 모르는 데에서 이런 무모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고 걸러낼 수 있는 장치조차 없었던 것 아니냐”면서 “그렇다면 장관이 바뀌어도 똑같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겠냐”고 지적하겠습니까?

4일 2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한뒤 기자들 질의를 받지않고 퇴장하는 박순애 전 부총리.
4일 2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한뒤 기자들 질의를 받지않고 퇴장하는 박순애 전 부총리.

3.사과는 남의 일?

교육부는 학부모 원성은 안중에도 없어보이듯 만 5세 초등입학안을 밀어붙였고, 학부모, 교원단체 간담회마저 일방적으로 정해 개최했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사과도 그렇습니다. 박순애 전 부총리는 지난 8일 한국교육시설안전원 1층 로비에서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이라고 자진사퇴를 밝히고 떠났지만, 남겨진 교육부는 지금까지 아무말이 없습니다.

8일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은 “설익은 아이디어 차원의 정책을 대통령 업무보고에 내놓고 언론에 드러내 괜한 분란과 갈등, 혼란을 초래했다”며 교육부 공직자들의 반성을 촉구했고,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박 전 부총리 사퇴문에도 국민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고 질책했겠습니까?

교육부 내부에서 조차 교육과정 개정이나 대입개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력격차 해소 등 산적한 현안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2학기 코로나 불안-11월 수능불안-새해 취업불안까지 한숨이 켜켜히 쌓여갔지만, 교육부는 '만 5세 초등입학' 이슈에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학제개편의 추진여부나 불통의 경과 등 그동안의 불편과 혼란을 겪은 국민들에게 마땅히 설명하고 사과할 것은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4.답은 초심이건만...

10일 수도권에 역대급 물폭탄을 투하해 기록적인 피해를 입힌 암울한 먹구름대가 세종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날 아침 장 차관은 한 출입기자에게 "고위공직자 불문율이 언론 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며 "대변인을 통해서 분위기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전해들은 저로써는 어제 국회 교육위에서 언론탓하던 장 차관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말이기에 적지않게 당황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그 불문율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가 봅니다.

이제 다시 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산적한 현안들로 위기상황인데, 잘못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있는 교육부. 

그 처한 상황이 정부 세종청사 위에 드리워진 검은 비구름대와 폭우 속에 대책없이 서있는 것 같아서 '측은지심'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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