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라는 자리는 엄청난 자리다. 예산 인사는 물론 정책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그야말로 국민의 행 불행을 결정짓는 자리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느 장관 자리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자리가 없겠지만 특히 국민의 복지와 보건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은 그 어느 장관보다 유능하고 도덕적이고 확고한 철학을 가진 자라야 한다.

무려 100조에 달하는 예산을 책임지는 자리다. 국민연금 건강보험을 비롯해 노인수당 어린이 수당 등 국민의 기초생활을 책임자는 자리다.

코로나19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최일선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차대한 업무를 맡아야 하는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직도 비어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애초에 지명한 후보자는 아빠찬스논란 속에 국민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버티고 버티다가 자진 사퇴 형식을 빌어 물러났다.

두 번째로 지명한 김승희 장관 후보자 역시 오늘 자진 사퇴형식으로 물러났다.

김 후보자는 각종 의혹을 부인해 왔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20대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을 렌터카 매입, 배우자 차량 보험금 등으로 유용한 혐의다.

김 후보자는 실무적 착오 운운하며 잘못 집행된 자금은 선관위에 반납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믿기는 쉽지 않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에도 세종시 아파트 특별 분양, 편법 증여, 노모의 신도시 지정 지구 위장 전입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로펌근무가 이해상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을 지낸 자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물러나야 할 요건이다. 거기다가 불법을 저지르고도 실무 착오라는니 하는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꿋꿋하게 버티다가 오늘에야 물러났다.

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도 국회는 제 기능을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를 내세워야 한다.

기 지명했던 두 명 모두 부도덕한 인사라는 낙인 속에서 물러났다. 또 다시 이런 몰염치한 인사를 지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앞서 낙마한 두 후보자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일정 기간을 버텼지만 장관은 법적인 문제를 떠나 도덕적으로도 깨끗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임명된 장관들 중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지만 최소한 국민들이 납득 할 만한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임에도 부정적 기류가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인사참사로 일컬어지는 각종 임명직 인사들의 부도덕함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하지만 그 인사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자인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자인지 국회청문회를 통해 마땅한 수준인지를 가름하는 것이다.

정치초년생인 대통령이 실수를 거듭할수록 국민은 피곤해진다. 장관직 임명을 놓고도 이처럼 헤매고 있다면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걱정이다.

흠결 없는 인간이 어디있겠는가만 보건복지부장관에 적격인 인물들도 대한민국에는 널려있다고 본다. 내사람 내 정파 내 부하 내 말 잘 들을 사람만을 찾다 보면 앞으로도 인사참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넓게 보고 마음을 열고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봐야 한다. 그것이 통치자의 눈이다.

보건복지부를 거쳐 갔거나 지금 보건복지부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중에도 장관직을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능력도 없고 도덕적이지도 않고 범법행위를 밥 먹듯 해 온 정치인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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