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재발방지대책'에 반복적으로 희생되는 아이들

정책당국이 어떤 제도를 시행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사고가 터지면, 당연히 재발방지대책을 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의 재발방지대책은 컴퓨터 용어인 'Ctrl+C'-'Ctrl+V', 복사후 붙여넣기, 재탕, 헛구호, 헛바퀴라는 비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한번 볼까요?

지난난 2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화훼농원에서 20세 대학생이 흙과 거름을 섞는 기계에 흙을 부으려다 기계 안쪽으로 떨어져 숨졌습니다.

화훼학과 학생인 이 대학생은 교육실습을 위해 이 농원에 왔지만, 현장에는 안전수칙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산재보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전남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3 학생이 잠수 면허도 없이 무게 12㎏의 납 벨트를 차고 요트 밑바닥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다 숨졌을때도 그랬습니다.

지난해 여수 실습생 사망사건이후 밝힌 교육부의 대책.
지난해 여수 실습생 사망사건이후 밝힌 교육부의 대책.

당시 교육부는 장관과 교육감이 사고현장을 찾고 '직업계고 현장실습 추가 개선방안'을 내놓는등 분주했지만,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또 한명의 소중한 아이가 현장실습생이 아닌 저임금 노동자로 취급받은채, 법과 제도적 보호장치, 안전과 인권도 없이 희생됐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여수 실습생 사망사고 전, 2012년 울산 신항만 공사 작업선 전복, 2014년 울산 자동차 하청업체 공장 지붕 붕괴, 2017년 제주 생수공장 안전사고 등 현장실습 도중에 아이들이 생명을 잃은 사고는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리고 정부대책도 지난 2017년 부처합동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 2018년 교육부 '학습 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 방안', 2019년 부처합동 '직업계고 현장 실습 보완 방안' 등등 궤를 같이 했습니다.

이 대책대로라면 무사고 실습현장이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고, 아예 사고와 정부 재발방지대책이 자연스러운 패턴을 가질 정도입니다.

이뿐인가요?

최근 초등학생 가족 실종사건도 보시죠.

교육부는 인양소식이 전해지자 교외체험학습 학생관리에 허점을 인정하고, 전국 교육청에 장기 체험학습 참여학생의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지시가 아닌 권고! 

이 대책은 지난해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망사건으로 인천교육청이 '5일 이상 장기 체험학습 신청학생은 담임교사가 주1회 전화로 안전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지침'을 자체로 시행하던 것을 교육부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권고하고, 6곳만 시행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교육부 권고에 따르지 않았던 광주교육청 산하에서 이번 실종사건이 발생한 것이고, 교육부는 또 시행하지 않았던 광주 등에 다시 시행하라고 또 권고했습니다. 또 권고!

더구나 권고대로 시행하는 학교들조차 체험학습 허용일수나 최장 허용일수, 신청기한 등 체험학습 운영방식이 학교별, 학교급별로 제각각이니 이쯤되면 대책의 실상이 뻔한 것이고 부실대응, 뒷북행정이라는 비판이 안나올수야 없겠지요?

교육부나 교육청은 교외체험학습 기간에 학교나 담임교사가 아동의 소재 상태를 확인하거나, 일선 학교장에게 제도시행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경제난으로 살기팍팍한 국민들이 납득할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 교사단체들은 또 '왜 그걸 교사들이 담당하냐'며 사회안전망 문제라고 하는데, 글쎄 이게 시행주체의 문제일까요?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야죠?'

사고마다 내놓는 대책이 무익이고. 재발을 막지못한다면, 그 뒤부터 발생하는 사고는 '인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초 교육부 쇄신을 일성으로 강조했고, 임명을 앞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행정학의 달인입니다.

박 후보자가 취임을 하게 된다면, 대통령의 일성과 맞물려, 교육당국의 정책이 왜 이렇게 헛바퀴만 도는지, 문제는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의 희생을 막는다면, 바로 그게 '임명과정의 논란을 불식시키는 최고의 성과' 아니겠습니까?

박 후보자가 세종 교육부 청사에 들어서면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글귀를 보게될 것입니다.

'정말로 교육공직자들이 '모든 아이가 우리 모두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말이 아닌, 정책의 실효성으로 최선을 다하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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