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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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떴는교?"

문화해설사가 울릉도 주민의 아침 인사라고 알려주었다. 기상 상황에 따라 배를 이용할 수 있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이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란다.

울릉도와 육지를 오가는 쾌속여객선의 결항률이 22%에 달한다고 한다. 일 년 중 4분의 1 가량은 외부와 단절되는 섬의 살아감이다. 

그런 울릉도에 공항이 한창 건설 중이다. "울릉공항이 완공되면 비행기의 결항률이 8%대가 될 것"이라고 이경재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장은 말했다.

기존의 뱃길에만 의존해 온 섬에 새로운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 획기적인 변화가 점차 섬에 가까워지고 있다.

울릉공항 현장을 찾기 위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국토교통부 기자단의 일원으로 울릉도를 다녀왔다.

오가는 길은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첫날 일정은 서울에서 포항역까지 두 시간 반을 KTX로 이동한 뒤 곧바로 영일만에 있는 케이슨 제작 현장으로 향했다. 

그동안 방파제 공사에 자주 활용됐던 케이슨 공법이 국내에선 처음으로 공항 건설에 투입됐다고 한다. 

거대한 콘크리이트 구조물은 사람을 압도하는 규모다. 가장 큰 케이슨의 경우 높이가 27미터에 가로 세로 30미터에 이른다. 건설을 맡은 DL E&C는 12층 높이의 아파트 3동 규모라고 했다. 무게는 16,000톤.

가장 작은 케이슨도 8,000톤에 달한다. 이 케이슨은 울릉공항을 건설할 때 매립하는 구간에 먼저 설치돼 바닷물을 막는 방파제 구실을 한다. 

이렇게 무거운 케이슨을 울릉공항 현장까지 가져가는 것 또한 최신 공법의 산물이다. 바다에 띄워 예인선이 52시간에 걸쳐 울릉공항 현장까지 이동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5일 동안의 좋은 기상이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케이슨은 모두 30함이 제작돼 울릉공항으로 옮겨진다.

다음날 오전 9시 20분에 포항을 출발하는 쾌속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도동항에 오후 1시가 넘어서 도착한 뒤 현장을 찾았다. 뱃길로만 3시간 45분이 소요된다. 파도를 헤치면서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배에서 뱃멀미는 기본이다. 힘든 여정이다.

울릉공항 건설이 진행되는 현장 인근에 세워진 임시 건물에서 활주로 공사를 비롯해 사업계획 브리핑이 길게 이어진다. 국토교통부 공항국, 부산지방국토청, 한국공항공사, 시공사인 DL E&C측 관계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다.

왜 울릉공항이 필요한 지에 대한 설명과 공항 건설의 어려움, 그리고 공항이 완공된 이후 예상되는 효과에 이르기까지.

활주로 길이는 1.2킬로미터 제주공항이 3.2킬로미터와 비교하면 3분의 1쯤 된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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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대형 여객기 대신 50인승 소형 여객기가 이용된다고 한다. 

지난 2020년 11월에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5년까지 5년에 걸친 공사기간. 공사비는 7천 92억 원에 이른다. 다른 육지공항에 비해 3배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공항 건설지의 수심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이 들어선 영종도의 경우 6미터의 수심이 평균이었으나 울릉공항이 들어설 바다의 수심은 평균 23미터에 이른다. 

케이슨 공법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질 못할 대역사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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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와 공항 시설이 들어설 자리는 아직 시퍼런 파도가 치고 있다. 수면에 표식만 있고, 1개의 케이슨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표식을 따라 케이슨이 설치된 이후 매립 작업이 이어지는데 공항이 들어서는 육지 쪽의 가두봉을 깎아내고, 그 깎여진 흙과 바위들로 매립을 한다. 

200년을 버틸 수 있도록 방파제가 수면으로부터 24미터 높이로 쌓인다. 활주로는 그 안쪽으로 23미터 높이로 건설된다. 산을 깎아 바다를 메우고 그 위로 활주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도 바다를 매립해 세워진 공항이다. 부산의 가덕도공항도 같은 방법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2025년이 완공 목표 시점이다. 2050년이 되면 이용객이 연 1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에 울릉도에는 한해 44만 명이 찾은 것과 비교하면 관광객이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유는 7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되는 마법 때문이다.

서울을 기준으로 최소 7시간이 걸리던 울릉도 여정이 1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된다고 주종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은 설명했다.

주 국장은 전환수요와 유발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리한 항공편이 생기면 뱃길 때문에 주저했던 사람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현재 하루 한번 운항하는 쾌속여객선을 타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이동 경로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지난 9일 9시 20분에 포항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쾌속여객선을 타기 위해서 서울역에서 새벽 5시 30분에 KTX를 타고서 포항역에 도착한 뒤 다시 여객선터미널로 이동해야 한다. 쾌속여객선이 울릉도 도동항에 닿기까지 3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이날 서울 출발을 기준으로 오후 1시에 도동항에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7시간 30분인 셈이다.  

평균적으로 7시간의 여정이 1시간으로 단축되는 것이 울릉공항의 존재 이유가 된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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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은 공항 자체를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다. 한국공항공사는 울릉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교통과 관광 수요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통합 교통 관광 서비스인 모빌리티 플랫폼(MaaS)이 도입된다. 

자료=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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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공항이 완공되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울릉도 주민들은 아침 인사로 "배는 떴는교?"라고 하지 않고 "비행기는 떴는교?"라고 말을 건넬 지도 모를 일이다. 

울릉도는 우리가 한번쯤 큰맘 먹고 가야하는 먼 섬이 아니라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섬으로 바뀔 것이다. 그때  다시 꼭 찾고 싶은 우산국, 울릉도를 다녀왔다. 

[글-사진 박원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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