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선거기간 대통령이 된다면 절대 혼밥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밥을 같이 나눈다는 건 소통의 기본이 된다“며 ”야당 인사와 언론인, 격려가 필요한 국민들 등 늘 여러 사람들과 밥 먹으며 소통 하겠다"고 했고 이를 실천 중이다. 비단 윤 대통령뿐이겠는가. 대한민국 역대 모든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다양한 이들과 만나 식사를 하며 소통을 했다. 다만 이처럼 ‘밥의 정치’가 전면에 등장 한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사회의 소통 부재가 극에 달한 것은 아닌가 곱씹을 일이다.

혼밥을 안 하겠다는 대통령을 보며 필자는 함께 밥 먹는데 유난히 열심히 이었던 두 명의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떠올랐다. 자승스님과 법장스님이다. 자승스님은 8년의 총무원장을 끝내고 퇴임하기 직전 필자를 비롯한 교계 출입기자들과 저녁을 먹었다. 그때 스님은 한국사회에서 친밀해 지려면 밥을 함께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연달아 잡힌 식사약속을 거절하지 않고 방금 식사를 했음에도 다시 식사를 한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법장스님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전 법장스님은 “일 못하는 사람이 꼭 공문을 먼저 보낸다”며, “함께 밥 먹고 소통하고 합의가 끝난 다음에 공문은 마지막에 보내는 거야”라며 소통을 늘 강조했다. 그런 스님에게서 소통의 기본은 밥이었다. 기자들과도 자주 식사를 했는데, 본인이 정 시간이 나지 않으면 아침 일찍 기자들과 식사를 했을 정도였다. 이외에도 필자가 겪어보지 못한 역대 모든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들 또한 함께 식사하며 소통 했을 것이다. 

한자로 식구는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다. 과거 가족은 식구였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함께 밥 먹을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우리가 더더욱 홀로 살수 없어서 일 것이다. 맹수는 드러내 놓고 짝짓기를 하지만 식사는 숨어서 한다. 생태계의 절대강자는 타인의 도움 없이도 사냥이 가능하고 그 먹이를 나누지 않는다. 이와 달리 무리동물은 식과 주를 함께 한다. 다큐 ‘몽키시티’를 보면 대장 원숭이의 역할은 자신에게 집중된 음식과 짝짓기 권한을 적절하게 나누는 것이다. 자신만이 권력을 탐하면 2인자가 무리의 지지를 얻어 자신의 자리를 넘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정치는 위태로운 주고받기이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이를 조금 더 고상하게 “정치는 사회적 희소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했다. ‘밥의 정치’는 우리사회의 이익이 이전보다 줄어들어서 일수도, 우리들의 욕심이 이전보다 더 커졌기에 나타났을 수도 있다. 이익은 유한하다. 욕심은 무한하다. 그래서 태생적으로 정치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밥의 정치는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워 보겠다는 의지의 표상일 것이다.

9월 1일은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선거일이다. 출세간 정치의 정점 새 총무원장은 화합과 소통을 위해 어떤 선언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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