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개표 장면
6.1 지방선거 개표 장면

6.1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민주당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했고 민주당은 경기와 제주,호남 등 5곳에서만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도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인물론을 앞세워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극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민주당은 텃밭으로 여겨졌던 충청남북도와 세종시를 모두 국민의힘에게 내줬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3월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져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이 여러모로 유리한 여건 속에서 선거판을 주도할 수 있었다.

민주당의 선거 패배와 함께 이른바 ‘86세대’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지금은 50대 또는 60대가 된 세대들을 일컫는다. 1969년생으로 88년에 대학에 입학한 필자 역시 86세대에 속한다. 대학 시절 88올림픽 꿈나무로 불렸고 86세대의 막내로 분류되기도 했다. 교정에는 늘 최루탄 냄새가 가득했고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독재 타도, 미국 제국주의, 철야농성, 가두 투쟁, 민족민주 해방 등등이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 파업 전야, 아침이슬 같은 노래를 부르며 늘 술자리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86세대는 서슬퍼런 독재정권 시절이었던 80년대에 반정부 투쟁을 이끌면서 이른바 운동권 세대로 불린다. 80년대 운동권의 주역들은 대학을 졸업한 뒤 20대 후반, 30대에 정치에 입문해 한국 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만 28살이던 1992년 총선에 출마해 경제 부총리 출신의 거물 정치인 나웅배 민주자유당 후보에게 졌지만 표차이가 불과 2백여표에 불과하면서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김민석은 4년 뒤 총선에서 승리하며 국회에 입성해 이후 86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한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장 출신 86세대는 모조리 정치판에 들어와 당과 정부의 요직을 차지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송영길,우상호 의원,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임종석 전 의원,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당 원내대표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서영교 민주당 의원, 경희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홍근 현 민주당 원내대표, 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로 당선된 오영훈 의원 등 한국 정치의 주역으로 자리잡은 86세대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86세대는 한국의 민주화를 견인했지만 이제는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세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오랜 기득권을 해체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정작 자신들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내로남불식 정치를 펼쳐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다보니 86세대의 퇴장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게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86세대 용퇴론은 이제 대세로 자리잡은 듯한 모양새이다. 물론 86세대 정치인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이 한꺼번에 청산 대상이 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 세대만을 지목해 개별적인 사유 같은 것을 무시한채 모두 물러나라고 하는 주장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특정 세대나 연령에 속한다는 이유로 싸잡아서 비판을 받는 일은 물론 옳지 않다. 그러나 86세대는 이제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를 새롭게 고민해야할 시점이 된 것도 사실이다. 오랜 세월 거리에서,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다면 이제는 차분하게 책상으로 돌아와 공부하고 연구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때라는 의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고질적인 편가르기와 갈라치기,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지 않도록 대담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과 능력을 보여준다면 86세대이든 아니든 다시 한국 사회를 이끄는 리더의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86세대의 모습을 보고 싶다. 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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