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부산항만공사(BPA) 제공
자료=부산항만공사(BPA) 제공

부산에 항구가 생긴 것은 1876년. 일본이 운요호사건을 일으켜 불평등한 강화도 조약으로 부산, 인천, 원산 세 곳에 개항장을 설치하게끔 하는 아픈 역사의 결과물이었다.

부산항 1부두는 1912년에 세워져 비로소 항만으로서의 기능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른바 근대식 항구로서 제 기능을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2부두에서 4부두까지 차례로 준공되면서 부산항은 현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부산은 한국전쟁의 임시 수도여서 미국으로부터 전쟁물자가 이 항구를 통해 들어왔고, 항만 일대는 피란민들의 터전이 되기도 했던 역사도 감추고 있다.

부산항 신항의 준공으로 물동량의 대부분이 옮겨가면서 부산항 북항의 존재는 희미해졌다. 그 북항이 146년 만에 변신을 꾀한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계획. 우리나라 최초의 항만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부산항 북항을 지난 2일 해양수산부 기자단의 일원으로 찾았다.

"어릴 때부터 늘 출입이 통제돼 있어 지나면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이 있는 지 궁금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을 해양수산부와 함께 책임지고 있는 부산항만공사(BPA)의 강준석 사장은 기자들에게 부산항 북항의 첫 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BPA 청사는 옛 연안터미널이었다고 한다. 외관은 물론 내부도 좁고 낡은 티가 역력했다. 리모델링은 역사적 건물에 대한 훼손이 될까 봐 힘든 지경이라고 했다.

부산항의 역사와 북항 재개발의 추진 상황을 들었다. BPA를 방문하기 직전, 해양수산부의 부산항북항 통합개발추진단(단장 남재헌)의 안내로 부산항국제터미널에 위치한 북항 재개발 홍보관에서 1차 설명을 들은 터라 복습을 하는 분위기였다.

지난달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부산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하늘 정원에 올라, 해양수산부의 김창균 항만국장으로부터 북항을 바라보며 재개발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올해까지 1단계 부지 조성이 끝나면 부산불교방송(BBS)을 비롯해 부산MBC와 부산일보 등 언론사들이 입주할 IT, 영상, 전시지구가 가장 먼저 조성되는데 2025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김 국장은 설명했다.

자료=부산항만공사(BPA) 제공
자료=부산항만공사(BPA) 제공

IT지구는 부산역 바로 뒤편. 도개교를 통해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2단계에 포함된 철도부지 개발이 될 경우 새로운 도심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해수부의 판단이다.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짓고 있는 오페라하우스는 공정률이 3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 

호주 시드니항을 벤치마킹한 것이리라.

1단계 개발지에는 무엇보다 랜드 마크가 조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어떤 형상이 될 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BPA의 기대는 사뭇 커보였다.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일부 공간에 야영장만 제구실을 하고 있다. 

원도심의 확장. 재개발이 막혔던 혈관을 뚫듯이 새로운 도심 건설을 향한 발걸음은 이미 출발해 거침이 없어 보인다.

바다를 메워 무형의 공간에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살아가고, 관광객이 넘쳐나는 유형의 도심이 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BPA사장실로 돌아간다. 강 사장은 1단계 재개발계획에 이어 2단계 재개발지역은 부산 엑스포(EXPO) 유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유치 지역이 결정되는 2030 엑스포가 확정되면 북항 2단계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북항은 우리나라 첫 개항지라는 역사에 더해 엑스포를 개최한 곳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강 사장은 BPA도 부산엑스포 유치에 온 힘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사장은 그러면서 낡고 좁은 공사 건물을 원형대로 보전하기 위해, 공사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미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옮겨갈 부지도 있는데다 공사비도 전액 BPA가 부담할 예정이어서 예타 통과 가능성은 높게 보인다.

해수부 차관을 지낸 행정전문가의 안목과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었다.

BPA의 배를 타고 북항 일대를 돌아보는 기회는 북항 재개발 현장을 바다 쪽에서 조망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

146년 만에 변신을 꾀하고 있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 계획은 단순히 부산만의 꿈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염원하는 대한민국의 꿈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 현장을 조금 이른 시간에 찾아갔다.

[글/사진=박원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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