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의 아침저널 2부 - 이슈인터뷰] '꽃한테 들어라'...1997년 청불회 법회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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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조 스님
덕조 스님
도서 '꽃한테 들어라'
도서 '꽃한테 들어라'

▷ 박경수 : 지난 일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고요. 또 오는 일요일은 스승의 날이고요. 최근 법정 스님의 생전 본문을 모은 책이 출간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목이 ‘꽃한테 들어라’ 입니다. 맑고 향기롭기 이사장, 덕조스님 전화 연결해서 법정 스님 얘기 듣도록 하죠.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덕조스님 안녕하세요.

▶ 덕조스님 : 네, 안녕하십니까?

▷ 박경수 : 어떻게 지금 송광사 불일암에 계신 거죠?

▶ 덕조스님 : 네, 불일암에 있습니다.

▷ 박경수 : 서울 길상사에는 안 올라오시고요.

▶ 덕조스님 : 맑고 향기롭게 업무가 있으면 가끔 올라갑니다.

▷ 박경수 : 송광사 갔다 오신 분들이 워낙 많으시니까요. 무소유의 길, 아직도 잘 있나 모르겠네요.

▶ 덕조스님 : 네, 무소유 길에는 불일암에 살고 있는 지금도 파랑새가 날고 있고요. 은사 선생님께서도 오늘 또 포행하고 계셔요. 저는 무소유의 길을 비질을 하면서 모든 분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잘 있습니다.

▷ 박경수 : 법정 스님이 지금도 이 무소유의 길을 걷고 계시네요. 이 시대의 영원한 스승이 법정 스님이 아닐까 싶죠. 최근에 생전 법문을 묶어서 책을 내셨잖아요. 좀 어떤 배경이 있을지 궁금한데, 왜냐하면 스님께서는 이제 입적하시기 전에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 이렇게 또 당부하셨기 때문에 어떤 배경이 있을까요.

▶ 덕조스님 : 은사 선생님께서 시주에 대해서 굉장히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요. 출가 사문은 뭐니 뭐니 해도 시주의 은혜가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은사스님께서도 저희들한테 시주에 빚을 지지 말라고 평소에 말씀 많이 하셨고요. 세상은 요즘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어떻게 보면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 않습니까? 모두가 힘들어하고 그런 점에 정신적인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은사스님의 살아 있는 법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지금 출판된 책은 다시 출판한 것이 아니라 미출간된 자료들을 모아서 사단법인 맑고 향기롭게 에서 펴냈어요. 이렇게 책으로 출판하지 않으면 은사님의 소중한 법문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저희들의 출가 사문이 시은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해서 출판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법문을 책으로 묶었는데, 출판하고 이러면 인세가 발생하는데 그 인세는 전액 맑고 향기롭게 귀속되고 맑고 향기롭게 장학사업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쓰여집니다.

▷ 박경수 : 이제 생전 본문 묶어서 책을 내셨는데 책 제목이 ‘꽃한테 들어라’ 더라고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꽃한테 들어라.

▶ 덕조스님 : 은사스님께서 불일암에 계실 때 불자나 일반인들이 찾아와서 선생님께 좋은 법문을 해 주십시오. 좋은 말씀해 주십시오. 이렇게 청하면 은사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셔요. 산 속에 와서 무슨 내 말을 들으려고 하느냐?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자연의 소리가 인간의 소리보다 큰 법문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여기 책 제목은 2001년도 4월 15일에 길상사 스님께서 봄, 가을 정기 법회를 하셨는데, 법문을 마치시고 끝 마무리에 이렇게 하셨어요. 내가 지금 하지 못한 나머지 이야기는 각자 열린 귀로 직접 ‘꽃한테 들어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을 ‘꽃한테 들어라’ 이렇게 정했습니다.

▷ 박경수 : 좋은 법문을 해주셨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으니까 나머지는 ‘꽃한테 들어라’

▶ 덕조스님 : 예, 자연에 들어라.

▷ 박경수 : 사실 자연의 소리가 스님이 하시는 얘기보다 더 큰 법문이라고 항상 강조하셨으니까, 그런 의미를 갖고 있는 거군요. ‘꽃한테 들어라.’ 스님의 생전 육성 법문 기록 영상이 있고요, 또 녹음 데이터가 있는데 그걸 복원해서 이제 책을 내신 건데, 앞서서 오디오북도 내신 거잖아요. 다 주옥같은 말씀인데 그래도 또 더 마음에 와 닿는 본문이 있을 것 같은데요. 스님한테?

▶ 덕조스님 : 쓰인 법문은 이제 일반인들 불자 아닌 분들 대상으로 하는 법문이 있고, 불자들한테 하는 법문이 있으시고, 청중에 따라서 법문을 하셔서 사실 놓칠 말씀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굳이 이 책에서 좋은 법문이 있다고 말씀드린다면 1997년 청와대에 근무하는 불자들의 모임 청불회.

▷ 박경수 : 예, 청불회가 있죠.

▶ 덕조스님 : 청불회가 그때는 굉장히 활성화돼 있었는데 그때 스님께서 청불회 법회에서 한 말씀 중에 이런 말씀하셨어요. 자비와 사랑은 그리고 지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머리에서 지혜가 나오지 않는다. 사랑은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가슴에서 나온다. 가슴은 존재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이렇게 또 말씀하셨어요.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말라. 그대의 몸 안에 꽃들이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 개의 꽃잎을 달고 있다. 그 수천 개의 꽃잎에 앉아라. 수천 개의 꽃잎에 앉아서 정원 밖으로 가득 피어 있는 아름다움을 보라. 그 아름다움을 묵묵히 지켜보라. 이렇게 스님께서 말씀하신 법문이 저한테는 와 닿고 있습니다.

▷ 박경수 : 그러니까 사실은 지혜와 자비와 사랑 모든 게 가슴에서 나오는데, 꽃이 밖에 많이 있지만, 이 가슴 속에 있는 꽃이 가장 소중하다 이런 얘기네요.

▶ 덕조스님 : 그렇죠. 우리는 밖과 밖으로 모든 시선을 뺏기고 있지 않습니까? 밖에서 찾으려고 그러는데 사실은 모든 것은 이 가슴에서 나오는데. 꽃도 우리의 마음 한 가운데 있다는 거죠. 그것을 자세히 묵묵히 살펴보고 지켜보란 그런 말씀입니다.

▷ 박경수 : 지금 들어도 이렇게 울림이 오는데요. 법정 스님 법문 가운데 이번에 세상에 처음. 소개되는 법문도 있다고 제가 들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하신 법문인가요?

▶ 덕조스님 : 이번에 책을 묶은 내용들은 제가 길상사 주지 소임을 보면서 녹화해 놓은 자료들이에요. 일부는 책으로 만들어졌지만 많은 분량이 아직 책으로 묶어지지 않고, 녹음 파일로 지금 많이 남아 있는데, 은사스님 법문을 대상 사람들에게 맑고 향기로운 공기처럼 제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어서 이런 책을 묶었고 출판했습니다.

▷ 박경수 : 그러면 이게 얼마 전에 냈던 오디오북의 내용을 활자화 한 게 이번에 꽃한테 들어라, 이 책이라고 보면 되나요.

▶ 덕조스님 : 네, 맞습니다.

▷ 박경수 : 그럼 오디오북은 법정 스님의 생전 육성을 그대로 들을 수 있는 거네요.

▶ 덕조스님 : 네, 오리지널입니다.

▷ 박경수 : 아, 그렇군요.

▶ 덕조스님 : 법문의 말씀을 그대로 풀어서 저희들이 스님 말씀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책으로 묶은 겁니다.

▷ 박경수 : 벌써 입적하신 지가 12년 됐잖아요.

▶ 덕조스님 : 네, 맞습니다.

▷ 박경수 : 그렇게 벌써 오래됐나? 이런 생각을 또 제가 오늘 아침에 해보게 됩니다.

▶ 덕조스님 : 네.

▷ 박경수 : 스님께서 근데 이번에 또 에세이 집을 하나 내셨더라고요. 그 얘기도 좀 하면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그대에게’ 이건 좀 어떤 내용일까요.

▶ 덕조스님 : 부처님 오신 날은 은사스님의 책 ‘꽃한테 들어라’ 책과 더불어서 제가 BBS 불교방송 방송 아침 문자 서비스를 7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지금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거기 썼던 내용을 가려 뽑고 제가 또 좋아하는 글들을 같이 묶었습니다. 이 글의 내용들은 제가 살고 있는 불일암에서, 그리고 또 여행하면서 또 수행정진하면서 느낀 저의 마음의 하나의 단상이자 마음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망상이죠. 망상의 조각입니다. 글이 길게 쓰지도 않고, 짧게 쓰기 때문에 이렇게 김영사 출판에서 잘 만들어져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 박경수 : 부제가 '길 위에서 읽는 마음 이야기’ 이렇게 돼 있고요 그런데 책을 제가 보니까 사진이 많이 실려 있던데 스님이 사진을 직접 찍으신 거잖아요.

▶ 덕조스님 : 네.

▷ 박경수 : 근데 그 사진을 찍게 된 게 은사스님이 카메라를 선물한 뒤부터다, 이렇게 제가 알고 있는데 이게 맞을지요.

▶ 덕조스님 : 네 맞습니다. 제가 출가해서 선생님께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스님께서 쓰시던 카메라를 어느 날 저한테 선물을 주셨는데요. 그 인연으로 제가 한 컷 한 컷 찍다 보니까 오늘날까지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면 찍고 있습니다.

▷ 박경수 : 지금도 그 카메라는 갖고 계시겠네요.

▶ 덕조스님 : 네,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 박경수 : 이게 참 언제 받으신 거예요. 꽤 오래 전이네요.

▶ 덕조스님 : 그렇죠. 제가 출가한 지 벌써 40년 됐으니까 30년 정도 됐죠.

▷ 박경수 : 30년 전에 법정 스님이 사주신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신 건데, 제가 찾아보니까 2007년에도 티베트 사진전을 여셨고, 2016년에는 송광사의 사계라고 해서 또 사진전을 열기도 하셨는데 이번에 낸 에세이 보니까 이해인 수녀께서 또 추천의 글도 보내주셨더라고요.

▶ 덕조스님 : 네, 죄송하지만 저는 사실 취미로 찍고 있지 전문가는 아닙니다.

▷ 박경수 : 잘 찍으셨더라고요.

▶ 덕조스님 : 내가 살기는 불일암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고 아침에 눈을 뜨면 햇살이 날마다 다르잖아요. 비 오면 비가 오는 데도 좋고, 바람이 바람 부는 모습이 좋아서 그때그때마다 참 좋다. 아름답다.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 보기 아까운 생각이 들면 그때 한 컷 한 컷 이렇게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티벳 사진은 여행길에서 티벳 순례에 가서 찍었는데, 다들 또 좋다고 해서 한번 열었고요. 또 송광사 사계 사진전은 인도 남부 오르빌 이라는 공동체가 있는데 그곳에 계신 분이 한국에 와서 제 방에 들렀다가 사진을 보고 너무 좋다고 와서 전시 해달라고 해서 인도까지 가서 전시를 본의 아니게 했습니다.

▷ 박경수 : 송광사 사계의 사진전은 인도에 가서 하신 거군요.

▶ 덕조스님 : 오르빌 이라는 곳에 가서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책 출간하면서 이해인 수녀님이 추천서를 써주셨는데, 이해인 수녀님은 은사 스님하고도 많은 인연이 있으시고 같은 수행자로서 저하고도 항상 연락하고 마음을 나누고 지내고는 있습니다. 이번에 제가 책을 출판한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추억담까지 담아서 은사스님하고 추억담까지 담아서 추천글을 써주셔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박경수 : 지난주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고요. 또 이번 주 일요일은 스승의 날인데, 법정 스님을 아직도 생각하시는 수많은 불자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일반인들도 많이 계시고. 방송을 듣는 청취자분께 한 말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끝으로.

▶ 덕조스님 :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은 우리의 큰 스승이지 않습니까? 우리에게 스승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죠. 제가 은사스님께 상좌가 되면서 스님께서 저한테 첫 말씀이 선생과 제자는 신뢰가 첫 번째라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모든 인간관계와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에게는 서로가 믿고 의지하는 신뢰가 첫 번째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뢰는 어떻게 보면 생명과 같다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서로 믿고 의지하면 세상은 평화롭습니다. 서로 믿지 못하면 불신이 있어서 불행하게 되죠. 좋은 스승을 모시고 사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스승은 그야말로 가족과 이웃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과 스승의 날, 그리고 가정의 달을 맞아서 믿음으로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박경수 : 스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덕조스님 : 네 감사합니다. 모두 수고하십시오.

▷ 박경수 : 송광사 불일암에 계신 법정 스님의 맏상좌시죠.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덕조 스님과 얘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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