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022 음악과 교육과정'과 학교에서 홀대받는 국악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11월 프랑스 파리 제40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2023년까지 유네스코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 이사국으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세계 백93개 회원국을 둔 유네스코의 집행이사회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로, 2007년이후 한국의 4회 연속 당선, 외교부는 "그동안 유네스코 내에서 양질의 교육 기회 증대, 문화유산 보호 등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과 국제 평화 및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유네스코의 활동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유네스코 회원국들로부터 높이 평가받았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한국은 유네스코 내에서 집행이사국은 물론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ICH협약 정부간위원회 등 8곳에서 'K-이사국' 열풍이라고 할 책임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유네스코가 2003년 총회를 통해 '구속력있는 문화 협약'으로서 ICH협약을 채택하고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확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형문화유산은 전통 문화인 동시에 살아있는 문화로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해온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을 아우른다. 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 내에서 공유하는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통해 생활 속에서 주로 구전에 의해 전승되어왔다."

우리나라가 유네스코 집행이사국이니, 이 ICH협약 비준과 준수는 불문가지고, 우리의 판소리와 농무, 아리랑, 강릉 단오제, 종묘제례, 불교의 연등회와 영산제, 남사당 놀이, 제주 해녀 등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올라있습니다.

BTS
BTS

한편으로 현재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화두 'K-컬처'는 유네스코가 보호하려는 우리 전통문화유산들의 DNA가 BTS와 블랙핑크, 영화 기생충, 오징어게임, 파친코 등의 현대적 해석을 거쳐 탄생한 '글로벌 열풍'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바람,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 문화강국의 체현입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집행이사국, K-컬처 문화국가, 그 전통문화유산을 교육, 계승, 발전시켜야 할 대한민국 교육부가 최근 '2022 음악과 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 국악계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국악계의 말을 빌리자면, 1945년 해방이후 70여년 동안 학교현장과 교과서에서 국악은 외면한 채, 서양음악 중심의 음악교육만 해오던 교육부가 지난 '2015 음악과 교육과정'에 '국악분야'를 그나마 30% 가량 담아내더니, 다시 '2022 음악과 교육과정'을 준비하면서 '아예 흔적조차 지우려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2 시안에는 현장 교사들이 음악수업에서 '국악의 무엇을 배우고, 어떤 요소와 개념을 배여야 하는지', 지도와 평가근거인 '국악의 성취기준과 개념체계표'가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장단 등 국악의 고유용어를 세계 보편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서양 음악기준의 공통 음악용어로 일원화하라'는 말도 들렸습니다.

아니, 자진모리나 중모리 등 국악 장단의 고유 개념과 용어를 '세계적 보편성과 편의성을 이유로' 서양 음악 기준의 용어로 어떻게 바꾸라는 것인가요?

그럼, 거꾸로 '세계적인 문화 다양성'을 이유로 비발디의 사계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등 서양음악을 한국 사람이 알아먹기 쉽도록 국악 기준으로 바꾸라면 바꿀수 있는가요?

되돌아보면, 우리 학교 현장의 음악교육에서 국악은 유네스코 ICH 협약정신과는 정반대로 존폐 위기에 놓인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사범대와 교육대 음악교육과에서는 '국악전공 수험생' 입학이 갈수록 힘들어졌고, 국악교수 충원은 미뤄지기 일쑤였으며, 있는 국악과목조차 서양음악에 밀려 명맥만 유지되는등 공교육 체계와 교원 양성과정에서 학생과 교사들에게 국악은 '낯설기만 한 그 무엇'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동물의 왕국'에 비유하자면,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 대한민국 음악교육 생태계에서 '국악'은 지금 멸종 위기에 놓여있었던 것입니다.

교육부 관계자들이야, 이런 반발, 지적에, 펄쩍 뛰며 아니라고 손사래 치지만, 해방이후 70년을 돌아보면, 앞으로도 자명해 보입니다.

오죽하면, "지금 음악교육은 어차피 서양음악교육이고, 국악교육은 들러리 일뿐이니, 차라리 교과서에서 국악은 빼라"는 말이나, "한국 국악인들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로 찾아가 '국악 독립선언문'을 낭독하자"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지난 1월 21일 대한불교 조계종이 서울 조계사에서 개최한 정부의 종교편향과 전통문화유산 불교홀대를 규탄하는 전국승려대회로 엄중한 비판을 받은 정부는 현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교육부 2022 음악과 교육과정에서 국악계로부터 '전통문화유산 홀대비판'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국악인들이 이번에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가 '국악 독립선언문(國樂 獨立宣言文)'이라도 낭독하는 날에는 어쩔 일인가요?

'2022 음악과 교육과정'에 대한 국악계 반발! 

단순한 교육과정 개편, 음악 교과서내 국악부분의 양적문제가 아니라, 세계속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문제이자, 말없이 홀대받아온 전통문화유산, 국악의 위상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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