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엔 이색적이게도 ‘빚쟁이’라는 캐릭터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 룰라의 이상민 씨가 있습니다. 실제, 이 씨는 과거 자신의 SNS에 “회생과 파산 등 법적 제도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지만 나를 믿어준 투자자들을 위해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혀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회생과 파산이 정말 일종의 배신행위이자, 무책임한 도망 행위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이름도 생소한 회생법원에서 주최하는 한 강의를 취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주제는 '도산 절차의 이론과 실무에 대한 이해'. 사실, 회생법원에서 진행하는 도산 절차 이론과 실무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힙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회생법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회생법원은 국가에서 보장하는 경제적 재기의 기회와 인간 존엄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만 전문으로 다루는 법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만큼 엄격하고 복잡한 선고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흔히 아는 것처럼 신청한 사람의 빚이 무조건 없어지게 도와주는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개인이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다양한 ‘면책 불허가 사유’를 고려해 모든 빚에 대한 책임을 면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개인이 ‘영업을 계속하며 빚을 갚겠다’고 회생 절차를 신청해도 법원이 신청자의 동의를 얻어 ‘개인파산’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몇 년간 일해도 당장 파산 했을 때보다 채권자 등 이해 관계인에게 채무자가 배당할 수 있는 금액이 적을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경우입니다.

오히려 회생법원은 법인이나 개인이 정말 책임질 수 있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그 범위 내에서 최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만약 60억 원의 빚이 있는 A 모 씨가 이 모든 빚을 도저히 다 갚을 수 없다 판단하고 법원에 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러면 법원은 일반회생 절차에 따라 A씨가 갚을 수 있는 최대 범위(빚의 일부)를 정해서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계획안은 채권자 2/3의 동의가 있을 때, 10년간 성실하게 계획에 따라 갚았다는 조건에 따라 나머지 채무가 면제됩니다. 회생 가능성이 파산보다 우선 고려되는 겁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은 실무 준칙을 개정해 특별면책을 확대해 시행하는 등 국민의 새 출발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족의 질병, 사고 등의 예상치 못한 이유로 많은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빚’보다 더 소중한 건 사람의 목숨과 인생입니다. 국가가 오늘도 ‘회생법원’을 운영하고, 나아가 특별면책까지 확대하며 국민의 위기 회복을 돕는 이유입니다.

* ‘특별면책’ : 개인회생절차에 있는 채무자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질병,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로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면책을 결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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