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오늘은 제게도 또렷이 기억되는 날입니다. 공교롭게 아내도 제자들과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났던 날이었습니다. 지방사 파견 근무를 할 때였는데, 오후 5시 뉴스를 준비할 무렵, 갑자기 세월호 참사 속보가 떴습니다.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휴대폰도 꺼져있었습니다. 어느 학교라는 후속 뉴스가 뜨기까지 불안감에 일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퇴근 무렵이 다 되어서야 “휴대폰을 숙소에 두고 이동했다”는 지친 아내의 목소리에 긴장이 풀려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겐 정말 잊혀지지 않는 해프닝이기도 했지만,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아직 피워보지 못한 미래 세대들의 희생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무려 304명의 생때같은 이들을 맹골 수로에 묻어야 했던 세월호 참사.

그날의 충격은 국민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로 남아, 그동안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의 안전의식을 변화시켰습니다. 안전의식의 변화를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는 말도 이 때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때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안전불감증이 원인이 되어 매년 비슷한 대형 사건 사고들이 반복되는 걸 보면 세월호의 교훈은 점점 잊혀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 지원과 제도 개선의 길이 여전히 더디고 불확실하다는 점은 지금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8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월호 선상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외쳤던 기성 세대들은 말로만 바꾸자고 하고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예전의 일상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유가족들의 한만 쌓여갈 뿐입니다.

8년의 세월 동안 매년 4월 16일은 국민적 아픔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진영논리에 훼손되면서 해를 거듭할 수록 그 슬픔은 반감되고 잊혀져 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코로나19 사태로 도입됐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됩니다. 다시 국내외 여행이 활성화되면 한동안 잠잠했던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마련입니다.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고, 한 생명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언제까지나 함께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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