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간 아침 출근길에 벌어진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를 둘러싸고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연말부터 지하철 4호선과 3호선 등에서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는 방법으로 아침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는 필자도 장애인 단체 출근길 지하철 시위로 출근 중간에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몇차례 회사에 지각하는 등 불편을 겪었고 시위하는 이들을 원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요구는 한마디로 장애인이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편하고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활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달라는 요구를 수십년동안 해왔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을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전장연은 지난 3월 30일 대통령직 인수위 면담 이후 안팎의 여론 등을 감안해 출퇴근 시위를 삭발 투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인수위 측에서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위한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다시 시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아무리 정당한 요구를 한다고 해서 출근길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느니, 자신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 타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시민은 시위를 하는 장애인 단체 회원들에게 거칠게 욕설을 하고 경찰들이 시위 대처에 소극적이라며 크게 나무라기도 한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의 방식과 대상에 문제가 있다며 여러 차례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하철역 10곳 중 9곳엔 이미 승강기가 설치돼 이동에도 큰 문제가 없는데도 왜 지하철을 지연시키며 다수 시민들의 출근길을 방해하느냐는 주장이다. 경찰은 결국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일부 시민들에게 고소를 당한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등 전장연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출퇴근 시위가 비록 다수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합법적인 방법에서 다소 벗어나있더라도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생활권, 교육권, 노동권 등을 보장하라는 외침이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 예산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국장애인차별연대측은 출근길에 지하철이 연착돼 여러 불편과 손해를 끼치게 된 것은 매우 유감이지만 오랜 세월 차별과 혐오를 견뎌야했던 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봐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장애인들의 시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인만큼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이유로 이를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사안에 대한 이런 저런 견해와 주장들에 대해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어느 한쪽을 섣불리 옹호하지 않으면 양비론, 기회주의자로 비판받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시위 방법을 비판하는 시민들이나 장애인 단체의 절박함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의 목소리 모두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의 혐오와 편견,그리고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다. 매일 아침 콩나물 시루같은 지하철 속에서 지친 몸을 겨우 가눈채 삶의 현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이나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가며 하루하루 힘겹게 휠체어를 굴리는 이들은 모두 인간다운 삶을 갈구하고 희망하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사실 우리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언제 어떻게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입을지 모르는 예비 장애인들이기도 하다. 자기와 처지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남남이라는 이유로 무관심하고 모른체하는 동안 우리 내부의 곪은 상처는 죽을때까지 지워지지 않는 커다란 흉터로 남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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