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45일 남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이 눈 앞에 다가왔다.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한달 반만 지나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누구인지 판가름난다. 하지만 이번 대선전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리멸렬’이다. 솔직히 말해 감동도, 재미도 없다. 그렇다고 후보간에 차별화된 공약이나 주목할만한 미래 비전도 잘 보이지 않는다. 각 후보들은 민생 중심의 이른바 생활밀착형 공약, 가족과 보육,취업 문제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탈모 치료에 국민건강보험 적용, 오토바이 소음근절, '택시 운전석 칸막이 설치' 등의 공약들이 잇따라 나왔다. 공약의 대상이 되는 계층과 세대들 일부는 큰 관심을 보였고 때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각 후보들의 이런 공약들은 민생 현안에 집중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각론'에 해당하는 소소한 내용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을 들여다보면 이름이나 겉포장만 다를뿐 서로 엇비슷한 공약들을 남발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는 중도증과 2030세대들을 겨냥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지만 디테일한 공약 하나 하나를 한가롭게 뜯어보고 살펴볼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피로감만 더해주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딱딱한 공약보다는 오히려 가족 문제 등 서로의 사적인 영역에 대한 공방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정책 대결은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음 공개를 둘러싼 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욕설녹음 추가 공개 파문 등이 대선판을 더욱 과열 혼탁하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나 도덕성 시비가 여전한 상황에서 잇따르고 있는 실언과 연일 불거지는 가족 문제가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어느때보다도 국가와 미래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을 통해 나라의 앞날을 밝힐 해법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야 한다는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지금 전세계는 거대한 대전환기의 파고 앞에 놓여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생계를 크게 위협받으면서 거리로 나앉을 위기를 맞았고 양극화의 심화로 사회 불만 세력이 급증하고 있다. 청년들은 집값 폭등과 취업난 등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 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초래된 기후위기가 지구촌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기 시작한지 오래다.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인만큼 각 후보들은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우리나라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대 정신을 이야기하고 미래의 담론을 자신있게 제시하는 후보는 아직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 자신의 약점을 가리고 상대방의 치부를 들춰내는데만 치중하다보니 나무만 보고 정작 숲을 조망하고 있지 못하는 형국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여전하고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채 이러저리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일본,중국 등 주변 관계의 불확실성, 미국과 중국간 신냉전 체제의 소용돌이속에서 우리는 디지털 혁명에 따른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해야하는 과제까지 떠안았다. 당장 눈 앞에 놓인 국가적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할만한 자질이 엿보이는 후보, 부모세대보다 못사는 청년들의 한숨을 귀담아 들어주는 후보, 말과 행동으로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선뜻 손을 내밀줄 아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남은 45일간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이번 대선은 후보들 못지 않게 유권자들도 이래저래 참 힘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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