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TV를 켜니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국민들의 웃음을 책임졌던 개그맨들이었다. TV 개그 프로그램의 간판격이었던 ‘개그콘서트’가 폐지된지 1년 반만에 다시 돌아온 개그 프로그램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가 지난달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선후배 개그맨들이 팀을 이뤄 경연을 벌이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좋아했던 개그맨들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 너무나 반갑고 즐겁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화면에 비친 개그맨들의 모습속에 삶의 애환과 고단함이 한가득 묻어있었다. 안방의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정작 자신들은 눈물을 애써 참는 표정이 엿보였다. 서바이벌 경쟁에서 탈락한 개그맨들은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돼 너무나 감격스럽지만 왜 개그맨이 되려고 했는지 후회도 많이 했다는 대답들도 줄을 이었다. 코로나19로 공개 행사도 하지 못하고 설자리를 잃어버린 개그맨들은 수입이 크게 줄거나 아예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주위에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알아보고 택배와 음식배달 아르바이트,대리운전으로 생계유지를 하는 개그맨들도 적지 않다. 얼굴이 알려져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자리를 찾아나서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개그맨들도 많다. 개그맨들 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을 통해 대중들을 만났던 배우들, 야외 무대와 소극장 카페에서 노래했던 가수들도 어려운 사정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오랫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기술이나 전문성과 전혀 관계 없는 일을 오직 밥벌이를 위해 해야만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가 또다시 대폭 강화됐다. 무너진 일상 속에 나와 내 가족을 돌보고 평범하게 삶을 영위하기도 힘들어지고있는 현실을 맞고 있다. 석달도 안남은 대선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되야하는 이른바 시대정신도 분명해졌다.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보통의 삶, 보통의 노동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지켜주는 일이 우리에겐 가장 시급한 숙제가 됐다. 청년들에게 출발선부터 다른 불평등한 구조를 물려주지 않고 작고 소박한 미래라도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방법도 찾아나서야 한다.

하지만 내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는 이런 시대 정신을 추구하기는 커녕 역대 최악의 '진흙탕 선거' 전으로 치닫고 있다. 배우자가 허위 경력으로 대학 강의 등을 하고 겸임교수, 시간 강사를 했다는 후보, 아들이 도박을 하고 성매매를 한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후보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나쁜놈들의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하차하고 새로운 인물로 대체될 것이라는 말들이 떠돌아 다닐 정도다. 누가 대통령이 되도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자조섞인 말들도 쏟아진다.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도 곳곳에서 들린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 일로로 치달으면서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 후보 진영들은 오직 표심을 구하고 권력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서로를 중상모략하고 이전투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커녕 화만 돋구는 위정자들을 바라보는 이들의 불신과 분노 지수는 더욱 치솟고 있다. 대선에 나선 각 후보진영은 지금부터라도 처절하게 자성해야 한다. 무너진 일상 속에서 버텨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사죄하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우리는 그저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에 “그래도 나라다”라는 대답을 하고 싶을 뿐이다.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의 슬픔도 멈췄으면 좋겠다. 그래야 국민들의 슬픔도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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