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씩 올렸어...미안해.”

얼마 전 서울 마포에 있는 회사 근처 단골집 식당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했던 말이다. 25년 넘게 그 식당을 다니고 있으니, 그 집의 웬만한 메뉴는 다 먹어본 듯 하다. 특히 이 식당은 주변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밑반찬을 푸짐하게 내놔 가성비 좋은 식당으로 꼽힌다. 웬만해서는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곳이 인상했다는 것은 주변 식당들은 이미 가격을 올렸다는 뜻이다.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였다. 두달 연속 3%대였고, 지난 2011년 12월 이후 거의 10년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집세와 외식비가 소비자물가 급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로 서민들에게 더욱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정부는 3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안정적인 물가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연말연시 물가 안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률도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전분기 대비 0.3%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분기 -1.3%와 2분기 -3.2%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3분기 2.2%, 4분기 1.1%로 반등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도 1분기 1.7%, 2분기 0.8%로 전분기 대비 1%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3분기에 0.3% 성장에 그치면서 한때 기대됐던 연간 성장률 4%는 4분기 성장률이 1%이상 성장해야 가능하게 됐다.

지난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지만, 신규 확진자수가 5천명 안팎으로 급증하고, 수도권의 중증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국내로 유입되며 정부는 방역조치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적모임 인원제한과 방역패스 대상 확대 등의 방역조치 강화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연말특수를 기대하며 힘겹게 버티고 있던 자영업자들이 주저앉고 싶은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21년의 달력이 한 장 남은 시점에서 정부는 경제 회복과 서민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607조원대 예산안이 3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상 처음 6백조원 예산 시대를 열게 됐다. 정부 편성안(604조 4천억원)보다 3조 3천억원 순증한 역대급 규모의 예산이다. 내년 예산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 지원과 민생 회복, 의료.방역 예산 포함돼 있다.

‘역대규 규모의 예산안’이라는 실탄을 마련하게 된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정 집행에 나서야 한다.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적 이슈는 정치권에 맡기고, 정부는 국민들의 어려운 삶을 보듬는 경제 정책 마련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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