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과 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와 관련해 일선에서 불만이 있다"

"검찰의 적극적인 협조와 협의가 진행되길 기대한다"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검·경의 협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답변이다. 최근 '유동규 핸드폰'에서 시작된 일선 경찰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전한 것이다. 앞서 검·경간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지고 있고, 수사과정에서 적극 협력할 것을 지시했다는 김오수 검찰총장의 말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윗선에서는 '협력'을 강조하며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검·경 간 갈등이 있는 듯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전의 상하관계에서 동등하게 서로 협력하는 관계로의 변화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모양새다.

경찰은 지난 1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옛 휴대전화 소재를 파악하고 수원지검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 날 같은 영장을 청구한 검찰에게 선수를 빼앗겼다. 이틀 뒤 압수수색에서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확보한 건 검찰이였다. 검찰이 휴대전화를 먼저 확보한 것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가로채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수사에 대한 잡음이 새어나왔다. 이로써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는 검찰 손에 들어갔고, 최근까지 사용한 휴대전화는 경찰이 갖고 있는 상태가 됐다.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놓친 휴대전화를 추후에 경찰이 발견한 것을 두 기관이 동시에 수사를 벌였기에 얻은 소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사 협력과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각개 전투에 불과하다.

이처럼 두 기관이 자칫 수사 결과물을 내기 위한 경쟁에만 치우치다 보면, 거대 비리의 몸통을 제대로 겨냥해야 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든다. 두 기관의 자존심 싸움에다가 유력 대선 후보가 연루된 만큼 눈치 싸움까지 더해진다면 검·경의 중복 수사, 부실 수사 논란은 대장동 수사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수사에 전 국민이 관심이 쏠려있다. 사건의 규모나 시기적으로 매우 까다롭고 쉽지 않은 수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두 기관이 하나의 사건, 동일한 피의자를 수사하는 첫 사건인만큼, 사건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실 양측에서는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5개월 간 사건을 뭉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고 수사 능력에 대한 우려를 지우기 위해서라도 수사에 전력을 쏟아야 하고, 수사 권한이 축소된 검찰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대장동 수사'에서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결국 어제 두 기관은 대장동 수사를 놓고 지속적으로 갈등이 지속되자, 중복수사 방지와 협력 강화 방안을 위한 논의를 벌였다. 이에 따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받은 퇴직금 50억 원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수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수사 상황에 대한 공유가 좀 더 수월하게 이뤄져, 수사에 혼선이 생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걸로 기대된다. 추가로 두 기관이 각자 계획대로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자칫 부른 사람을 옆에서 또 반복해서 부르는 등 핵심 인물 조사에 불필요한 수사력을 낭비하지 않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고발 사주' 의혹처럼 검찰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 한 기관이 수사를 책임지는 것도,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다. 결국 두 기관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실체를 규명해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책으로 보인다. 그게 '오월동주'든 '깐부'든 국민들이 원하는 건 대장동 사건에 숨겨진 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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