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호 밀양시장 (좌)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가운데) 임영섭 밀양경찰서장 (우)
박일호 밀양시장 (좌)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 (가운데) 임영섭 밀양경찰서장 (우)

지난 15일 삼보순례단을 취재하면서 우연히 밀양시장을 만났고, 카메라 기자를 부를 새도 없이 따라 나섰다. 밀양시장이 상월선원 회주 자승스님을 뵙자마자 맨 바닥에서 큰절을 하기에, 주저 없이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부터 동영상 촬영을 했다. 자승스님과 박일호 시장은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국내 최대 고원습지 ‘사자평’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50여 년 전 통도사 선방에서 표충사로 가기위해 사자평을 넘었던 자승스님은 그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해, 삼보사찰 천리순례 코스에 ‘사자평’을 꼭 넣으라고 했고, 박 시장은 연신 이에 공감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밀양시장과 자승스님과의 짧은 대화를 취재하면서 박일호 시장의 밀양을 알기기 위한 그동안의 과정과 열의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민 누구나가 아는 밀양에서 태어난 사명대사를 홍보하기 위해서도 정말 고군분투 한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 하다가 박일호 시장은 자승스님에게 자승스님이 누구시냐고 물어봐서 좌중에 잠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되돌아 생각하면 박 시장은 주저없이 큰 절을 할 정도로, 지자체 장으로서 밀양을 찾아준 삼보순례단이 정말 더 없이 고마웠던 것 같다.  

그 다음날인 16일 흩날리는 빗속에서 이어진 삼보사찰 108 천리순례 중간 휴식지에서는 주한 외국인들이 순례단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경북 구미에서 오랫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을 도와 온 진오스님의 순례 여정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이들로, 대부분 동남아 불교국가 출신들이었다. 그중 스리랑카에서 온 구미 마하이주민센터 지도법사 산트시리 스님을 인터뷰 했다. 여러 질문 중 제일 마지막에 스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스리랑카 하면 대표적인 불교국가인데, 한국은 다종교 국가입니다. 한국에 와 보니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에 대해 스님은 한국에서 보면 절보다 교회가 많이 보인다고 했다. 경상북도는 그렇지 않은데, 옛날에 살던 서울을 보면 교회밖에 안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그래서 불교신자들이 더 열심히 발심해서 수행정진하고 포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부터 18일까지 삼보순례를 3박 4일 동안 취재 하면서 이 두 차례 인터뷰가 제일 인상 깊었다. 필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고, 본적은 경기도 이천이다. 짧게 머문 밀양은 그래서 서울과 달리 더욱 한산해 보였다. 통계와 숫자, 기사로 접해 온 인구감소와 수도권 집중화가 몸으로 느껴졌다. 그제야 밀양시장이 자승스님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큰 절을 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밀양 뿐 만아니라 삼보순례단이 거쳐간 12개 시군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역 인구 유입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 모든 지자체장은 사활을 걸고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역 활성화를 화두로 삼은 밀양시장을 보며 스리랑카에서 온 그 스님의 교회 밖에 안 보였다는 말이 더욱 생각났다. 10여 년 전 한국에 첫 발을 내 디뎠던 그 스리랑카 스님은 서울의 밤을 밝히는 수많은 십자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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