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는 부처님과 가르침, 승가, 즉 불-법-승이다. 그러므로 삼보에 귀의한다는 것은 곧 불자가 된다는 뜻이다. 이중 불, 부처님은 2500여 년 전 인도에서 왕자로 태어나 출가를 해 깨달음 이루고, 불법을 널리 알린 뒤 입멸했다. 특히 부처님은 자신이 깨달은 불법 앞에 스스로를 낮췄다.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 또한 자등명, 법등명이다. 곧 자신과 법에 의지해 정진하라고 강조했다. 즉 역사적 부처님은 부처님이 이 땅위에 오시기 전에도 있었고, 또 성도를 이루고 떠난 후에도 영원한 불법을 인류에 전한 것이다. 이는 불교가 유일신 종교와 다른 근본적 이유이자, 불교에서 말하는 수많은 부처님, 즉 법으로서의 부처님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특히 부처님의 가르침은 부처님 입멸 후 스님들의 암송에 의해서 이어졌다. 스님이 곧 불법을 잇는 주체였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측면에서는 불-법-승은 결국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불-법-승 삼보를 각각 상징하는 삼보사찰이 존재한다.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 금강계단을 조성한 불보종찰 통도사와, 대승불교에 있어서 유일 무일한 팔만대장경이 모셔진 법보종찰 해인사,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스님 이래로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승보종찰 송광사이다. 남방불교는 물론 중국에서도 진신사리를 모신 사찰은 많다. 하지만 통도사처럼 예경의 대상인 진신사리가 우리나라처럼 신행과 수행의 현장에서 천년 넘게 지속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송광사는 보조국사 지눌스님의 정혜결사를 통해 돈오점수와 선교일치 등 현재 우리나라 불교의 정체성이 형성된 곳이다. 법보종찰 해인사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16년 루이스 랭카스터 UC 버클리대 명예교수를 인터뷰 했는데, 당시 랭카스터 교수 “우리가 대승불교에서 기록된 부처님의 말씀 중 어느 부분이 맞고 혹은 틀린지 정말로 알고 싶다면, 고려대장경을 보기 위해 대한민국에 있는 해인사로 가야만 합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고 말했다. 대승불교 경전의 정본화를 위한 기준이 우리나라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란 뜻이다. 대체 불가능한 세계유산으로 세계가 더욱 주목하는 이유이다.

'상월선원 만행결사 삼보사찰 108 천리순례'가 오늘부터 승보종찰 송광사에서 시작됐다. 오는 18일까지 법보종찰 해인사를 거쳐 불보종찰 통도사까지 천리를 순례한다. 필자는 지난 2012년 한일불교문화교류대회 취재를 위해 일본 시코쿠를 방문 했었다. 당나라 유학 후 귀국해 진언종을 창종 한 홍법대사가 걸었던 1400여 Km 순례길은 특히 은퇴자들이 꼭 한 번 순례하고 싶은 명소였다. 산티아고 등 서구에는 동양보다 더욱 많은 순례길이 있고, 세계인들은 그 길을 걸으며 사색한다. 삼보사찰 108 천리순례의 의미는 여러가지 이고, 각자 모든 참가자마다 다르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도 산티아고와 시코쿠를 뛰어넘는 세계적 순례길이 조성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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