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 전경. BBS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 전경. BBS자료사진

천년고찰 봉정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봉정사는 영남 사림의 성지며 반드시 들려야 하는 순례지였다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던 정자(亭子) 명옥대(鳴玉臺)가 있기 때문이다.

성리학적 유교문화가 위세를 떨쳤던 조선시대, 봉정사 만세루는 유학자들의 강학의 장소였다. 불법을 공부하는 학승과 선승의 강당을 선비들에게 양보한 셈이다.

조선 후기 안동의 다섯 문중 선비들은 우향계(友鄕契)’를 만들어 봉정사에서 모임을 가졌다고 한다. 다른 이면에는 선비들에게 두부와 술을 받쳤다는 조포(두부의 경상도 사투리)도 있었다고 봉정사에 전해지고 있다. 억불숭유의 조선사회에서 스님들이 맞닥뜨려야 했던 슬픈 역사의 단면이다.

주목할 부분은 봉정사의 인쇄문화다. 불교경전뿐만 아니라 퇴계, 학봉선생의 문집 등도 간행된 곳이다. ‘유교책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당시 목판기술을 가졌던 스님들의 공덕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상상을 해본다.

유가와 불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이들이 찾았던 봉정사는 불교문화와 유교문화가 혼재한 사찰이고, 불교와 유교가 상호교류하며 문화적 자산을 만들어 낸 상징적인 장소다. 시대의 화두인 회통과 통합에 대한 답을 던져주는 곳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봉정사는 천300여년 창건 세월, 800년을 건너온 국내 최고 목조건축물 극락전 등이 있다.

2019년 안동을 방문한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극락전 대들보를 쓰다듬었다. 시간의 깊이, 지금까지 이어온 정신을 영국 왕가는 높이 산 것이다.

이 같은 사상적, 정서적 교감과 교류가 있었던 유네스코 세계유산 봉정사가 푸대접을 받고 있다.

9월 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2021 세계유산축전 안동에서 쏙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안동의 세계유산 인류의 미래가치를 주제로 하는 올해 축전에는 239천만원(국비 189·경북도 15·안동시 35)이 투입된다. 도산서원, 병산서원, 하회마을에서만 열린다. 주로 전시, 체험, 선유불줄놀이, 음악회 등이다.

주최는 문화재청과 경북도, 안동시다. 한국문화재단과 세계유교문화재단이 주관을 맡는다.

2021 안동 세계유산축전 포스터. 포스터 우측 상단에는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하회마을이 표기돼 있으나 봉정사 프로그램은 빠졌다. 안동시 제공
2021 안동 세계유산축전 포스터. 포스터 우측 상단에는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 하회마을이 표기돼 있으나 봉정사 프로그램은 빠졌다. 예산에는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시 제공

지난해 1회 때는 영주 부석사가 그나마 곁가지로 들어갔었다. 경주에서도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경주시와 영주시에 있는 세계유산은 축전 행사에서 제외됐다. 두 도시가 예산지원을 하지 않아 뺐다는 게 그 이유다.

국비 189천만원은 경북의 세계유산축전 예산이 아닌 안동 유교유산 홍보 사업비가 됐다. 안동시가 35천만원으로 모든 생색을 내게 된 것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대한민국 대표 유네스코 유산 관광의 도시인 안동의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유불(儒彿)상생의 상징적 장소 봉정사를 뺀 축전은앙꼬 없는 찐빵이다.

안동시는 3대 문화권 사업에만 1조원이 훨씬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것도 유교문화권 사업에 한정해서다. 경제적으로 따져보자. 그동안 안동의 브랜드 가치는 얼마나 높아졌는지 궁금하다.

경상북도도 예외일 수 없다. 세계유산축전의 계획 입안에서부터 과정까지 꼼꼼히 챙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켜볼 일이다.

봉정사는 유교유산에 대한 사업에 너무 편중돼 있어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설득도 기술이다. 두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난다.

세계유산축전은 정부가 국비를 주고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행사다. 유교유산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불교유산을 한민족의 역사며 전통문화로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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