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7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에 루마니아로 향할 한국산 방호복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싣고 있다.
2020년 3월 27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관계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에 루마니아로 향할 한국산 방호복과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싣고 있다.

 

동유럽 국가인 루마니아로부터 모더나 백신을 기부받았다는 거짓 주장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루마니아 국영 통신사 아제르프레스 등은 지난 19(현지시각) "루마니아 정부가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에 모더나 백신 45만회분을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은 국내에 전파되며 각 언론에서 백신 기부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 냈다.

정치권은 즉각 반응했다.

홍준표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루마니아로부터 폐기 직전 백신 45만명 분을 지원 받는다고 한다. 이번에도 특수부대 동원해 백신 운반 쇼나 할 것이냐""백신 거지가 되었나? 그렇게 동냥하듯이 백신을 구하지 말고 진작 좀 백신 선진국과 교섭해서 구하지. 선진국으로 올라서고도 저 꼴"이라고 비난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22일 페이스북에 "이스라엘에 이어 루마니아와는 유통기한 임박한 백신을 받고 나중에 우리가 새 백신 확보하면 돌려주는 협상을 체결한다는 뉴스를 들으니 자괴감이 든다"고 썼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제는 도저히 감당할 수도 없는 국민들의 고통, 폐기 직전의 백신을 다른 나라로부터 들여와야 하는 굴욕”, "졸지에 '백신 처리국'으로 전락시키고 국민 고통을 초래한 데에 대해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정부는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이 부족한 상황에 백신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미국의 얀센 백신 공여, 이스라엘과의 화이자 백신 교환 등 주요국들과 백신 협력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다만 "루마니아 정부의 모더나 백신 기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상호 간 필요한 방역 분야를 협력하는 목적에서 백신과 의료기기 상호 공여 등 백신 스와프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모더나 백신을 기부받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야당 정치인들이 말한 백신거지’ ‘백신 구걸과는 전혀 다른 상호 호혜적 관계 속에서의 스와프라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3월 인천공항에 나토 군용기가 와 진단키트 등 방역장비를 실어 간 적이 있다. 한국 공군 전투기가 에스코트하고 이례적으로 민간공항인 인천공항에서 진단키트 등을 받아갔던 그 일을 기억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와 루마니아는 신뢰를 쌓아왔다.

, 야당 의원들이 비판한 유통기간 임박 백신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백신의 유효기간이 11월 이후로 아직 여유가 있는 물량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루마니아 백신 도입은 아직 결정되지도 않았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스와프 결정이 끝나고 구체적 내용을 확약한 다음에 발표해야 되는데 '무상기부 방식', '폐기 임박 백신'이라는 잘못된 보도가 먼저 나왔다""현재 완전히 합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진행되는 중간 경과를 지금 밝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인 사안을 놓고 정치권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야당의 역할은 정부를 견제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지만 코로나19라는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도 정부가 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일단 흠집부터 내고 보자는 행태는 잘 못된 것이다.

설령 루마니아 백신이 유통기한이 임박했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유통기한 내에 우리 국민이 맞을 수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이 백신은 11월까지라는 유통기한이 있고 코로나19발생 초기 우리나라가 루마니아에 진단키트 등을 지원하면서 쌓아온 신뢰관계가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볼 때 정치권의 지적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백신만이 제1의 해결책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51일부터 724일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65347명 가운데 백신을 한 차례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93.4%615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1차 접종자 5.2%(3399), 접종 완료자 1.4%(893)였다.

또 같은 기간 발생한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가운데는 미접종자가 1292명으로 91.3%에 달했고 나머지는 1차 접종자 8.1%(114), 접종완료자 0.6%(9)로 파악됐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는 확률도 미접종자보다 507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만 보더라도 백신의 효과와 효능은 알 수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백신거지니 백신구걸이니 하는 저급한 말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전 국민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고 백방으로 뛰면서 백신을 공급하고 있는 당국자들을 격려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함께 겪는 고통인 만큼 백신이 남는 국가는 부족한 국가에 나눠주고 또 많은 량을 확보한 이후에는 건네받은 국가에 다시 되갚는 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만간 백신 생산국이 된다. 우리 국민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끝나고 백신이 남게 되면 후진국 및 백신 부족국가에 지원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은 왜 다른 나라에서 백신을 구걸하느냐, 백신거지냐고 호통을 칠 때가 아니라 어떻게든 들여 올 수 있는 능력을 칭찬해야 할 때다.

다 굶어 죽은 후에 죽 한 그릇은 제사상에도 필요 없다.

우리나라만큼 코로나19와 관련해 모든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나라는 없다고 보면 된다. 정치권은 코로나19 방역·백신 등을 직격해 이득을 볼 생각은 아예 버려야 한다. 국회의원 보다 더 훌륭한 전문가집단과 보건당국, 그리고 국민들이 잘 알아서 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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