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지상파 방송 톱뉴스를 장식한 것도, 오늘 아침 주요 종합 일간지의 1면을 차지한 것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8.15 가석방 관련 소식이었다. 여러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국 현실화된 것이다. 최근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야 유력 후보들의 입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언론도 이 부회장의 사면과 가석방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법무부는 어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결정했다.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가석방은 사면과 달리 형을 면제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했기에 구금 상태를 풀어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까지 형기 2년 6개월의 60퍼센트를 채워 형법이 정한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법이 정한 형식적 요건은 갖췄지만, 가석방에 대한 여론은 엇갈렸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 가석방은 재벌 총수에 대한 특혜 결정"이며 "사법 정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경실련도 논평에서 "사법 정의가 땅에 떨어졌으며, 법치주의는 역사적 퇴행을 맞이하게 된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시민단체에서는 기자 회견을 열어,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반면 경제·경영계는 법무부의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환영했고, 내친김에 사면에 대한 기대감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와 경영계가 엇갈린 반응을 내놓은 가운데, 정치권도 각기 다른 반응들을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에 삼성 그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반면 정의당은 재벌 앞에선 법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재벌 특혜 의혹에 대한 시시비비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2021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가석방된 전체 인원은 7천8백여 명이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처럼 다른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가석방된 재소자의 비율은 전체 가석방자의 1% 미만이다. 형 집행률이 70% 미만인 재소자가 가석방된 비율도 현저하게 낮은데, 이 또한 1%에 못 미친다. 이 부회장은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형 집행률도 60%를 간신히 넘어섰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낮은 확률을 뚫고 가석방 대상자에 포함됐으니, 특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단 한 번도 없던 예외의 경우는 아니지만, 특혜가 아니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는 극히 낮은 확률인 것은 분명하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는 자국의 경제 상황과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 여론, 정무적 판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된 것이다. 현재는 가석방 상태로 취업 제한이 걸린 상태라 경영 활동에 전념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는 경영 활동을 위한 적당한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일반 여론과, 정의로운 과정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올해 실시된 대부분 여론 조사에서 이 부회장의 사면을 찬성하는 일반 국민의 비율은 찬성 쪽 의견이 우세했다.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과반을 넘어 70%를 웃도는 조사 결과도 여럿 있었다. 이러한 국민적 여론이 조성됐기에, 정부에서도 이번 가석방을 좀 더 수월하게 결정 내릴 수 있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찬성 여론은 이 부회장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코로나로 침체된 우리나라 경제 회복을 위해 최전선에서 싸워줄 기업의 리더를 필요했기에 형성된 것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이번 가석방 결정에 담긴 국민의 뜻을 마음에 깊이 새기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경영 일선에서 국민 기대에 보답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에 대한 열망을 넘어 지금 당장 국민들이 원하는 건 경제 회복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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