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19 사태.

좀처럼 그 기세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천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현재 심야 시간대 방역수칙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기자는 젊은 층이 즐겨찾는 경의선 숲길 공원의 연남동 구간, 이른바 '연트럴 파크' 구역 단속 현장을 단속요원들과 동행 취재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실무자들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었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실무자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는, 정책적인 부분에서의 아쉬움이었다. 3가지 아쉬웠던 부분을 소개한다.

■ 단속 불응·방해 행위, 제재할 방법 없어

동행 취재를 마치고, 스탠딩까지 마무리한 뒤, 철수하려는 순간이었다. 뒷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의 욕설이 들려왔다. 술에 만취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이었다. 단속요원들이 자신의 '즐거운 시간'을 방해해서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 광경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단속요원들이 만류했다. "젊은 사람이 실수한 건데, 한 번 넘어가 주시죠. 그리고 어쨌든 술자리를 파하라는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였으니까요."

단속요원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라고 했다. 불과 방금 전까지 한국어로 수다를 잘 떨던 외국인이 갑자기 한국어를 못 하는 척, 시치미를 떼기도 한다고 했다. 비교적 나이가 들어보이는 취객들은 "과태료가 얼마라고요? 10만원이요? 제가 드릴게요. 드리면 되잖아요!" 와 같이 반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더 나아가 단속 행위를 방해하는 이같은 취객들을 맞닥뜨릴 경우, 이들을 법적으로 제재할 권한이 단속요원에겐 없다는 것이다. 기자의 동행취재를 도운 한 단속요원은 "현실적으로 계도 위주의 단속을 할 수밖에 없어, 한계에 직면한다"고 말했다.

■ 시민보다 많은 단속 인력, 정해진 구간만 돌고...

'연트럴파크'는 한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 관련 내용, 특히 '심야시간대 음주 금지' 등의 내용이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전파됐기 때문이었나보다 싶었다. 오히려 시민들보다, 단속인력들이 더 많아보일 정도였다. 

'연트럴파크'의 경우, 서부공원녹지사업소 소속 인력들과 마포구청에서 파견나온 공무원들이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많은 인력들이 공항철도 홍대입구역에서 '연남초소' 사이 구간만을 반복 순찰하고 있었다.

단속요원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민보다 단속인력이 더 많네요"라고 말을 건넸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풍선 효과라고 아시죠? 여기서 술 먹던 사람들, 죄다 인근의 다른 '어린이공원' 같은 곳으로 갔을 거에요. 저라도 그럴 텐데요"

그렇다면, 왜 단속인력들은 '연트럴 파크' 구간만 반복 순찰하고 있을까. "일단 저희로서는 이 구간 순찰이 임무니까요."

■ 방역 당국은 '젊은이 탓'...현장에선 "20~30대가 가장 협조적"

취재를 위해 찾은 연남동의 밤거리는 기자에게도 낯선 모습이었다. 잔디밭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가수의 노래를 듣는 등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를 마치고 철수하던 때에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파로 붐비던 모습이 무색하게, 심야시간대 버스에는 빈 좌석이 많았고, 손님을 태우지 못한 택시들이 도로 한 켠에 줄 지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연남동'이라는 지명을 알게 된 이후, 이 일대가 이토록 조용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단속요원들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아주 예외적인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젊은 층은 단속에 협조적이며, 경의선 숲길 공원 일대가 이제서야 비로소 '술판'에서 '시민공원'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오히려, 단속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일부 40대 이상의 시민들이라고 귀띔했다.

방역 당국은 최근 발생하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원인을 '20~30대 탓'으로 돌리는 듯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20~30 대가 가장 협조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방역 당국과 현장의 인식에 왜 괴리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방역당국의 행보가 '갈라치기' 또는 '세대 간 갈등 유발'로 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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