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2만 여명 대상이지만 백신 물량 확보 안 된 탓, 신뢰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어

 

기자는 만 59세다. 고령층도 아니고 사회필수인력도 아닌 탓에 백신 접종 차례는 도무지 돌아오지 않았다.

잔여백신이라도 맞을 수 있으려나 싶어 다섯 곳의 의료기관에 알람을 걸어두었지만 잔여백신 맞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업무상 서울 회사와 세종 출입처 광주집을 오가는 동선으로 인해 불안하기 그지없는 날들을 보내다가 드디어 백신 예약을 할 수 있는 날이 되었다.

새벽 출근으로 인해 일찍 잠을 자야 했기에 12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클릭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원만하게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이미 첫날 등은 예약이 마감되었고 3일째에 예약을 하고 카톡으로 1차는 물론 2차 접종 일자까지 예약확정 통지를 받았다. 뿌듯하기까지 했다.

각종 SNS에는 친구 후배들의 예약소식이 넘쳐 났다. 서로 기뻐하면서 우리 나이대도 이제 국민 대접을 받았다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후 들어 여기저기에서 예약을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버가 일시 다운됐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순간이었고 알고 보니 방역당국이 백신 물량 차질로 인해 예약을 중단한 것이다.

55~59세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전예약에 첫날 185만여 명이 몰리면서 일어난 사태였다.

추진단은 55~59세 총 3524천여 명에 대해 12일부터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사전예약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예약 숫자가 넘치면서 중단했다고 밝혔다.

55세부터 59세 국민은 3524천명이다. 방역당국이 이 숫자를 모르고 예약을 진행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예약숫자와 백신 물량간의 차이로 인해 갑자기 예약을 중단해 버린 것은 실책이다.

백신 물량이 185만명분 밖에 확보가 안됐다면 처음부터 선착순 185만 명이라고 했거나 아니면 나이를 더 세분화해서 예약을 받아야 함에도 무모하게 352만여 명에 대해 예약을 진행하다가 예약 중단이라는 사달이 난 것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55~59세 예방접종 예약에 대해 안내를 하면서 상세하게 안내를 하지 못했다다만, 예방접종 규모나 일정은 수급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확정 되는대로 안내를 드리겠다고 안내를 드린 바는 있다고 했다.

특히 백신이 주간 단위로 공급 일정이 결정되기 때문에 물량공급이 확정된 범위 내에서 예약일정에 대해 금주 중에 안내를 해서 추가예약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예약을 하지 못한 55~59세에 대해서는 19일 추가로 재개된다.

백신이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또 우리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신 대상자와 종류 소요수량 등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이를 밝히지 않고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예약을 진행 한 것은 무모한 일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보면 누구랄 것 없이 백신을 맞고 싶을 것이다. 방역당국이 이를 헤아리지 못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결국 소통부재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가 백신 공급 물량 대 접종자 수를 사전에 몰랐을 리도 없거니와, 물량이 부족한데도 예방접종추진단이 55~59세 전체 예약을 시도한다는 것도 몰랐을 리가 없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가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다.

정부와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과 함께 예방접종이라는 투트랙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자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나이층에 대한 백신 접종 예약이 이렇게 꼬인다면 정부는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여러 나이층에 대한 접종 일정이 계속 나오게 될 텐데 현재대로라면 누가 믿겠는가.

결국 선착순이라는 개념 속에서 광클릭을 할 수 밖에 없고 나중에는 IT기술자들이 나서는 부정행위가 판을 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는 한번 무너지면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한번 속지 두 번 속느냐는 생각이 자리잡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일상을 멈추고 방역당국의 지시대로 움직여 왔고 사생활 노출까지도 감수하면서 방역에 협조했다. K-방역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은 것도 의료진의 헌신과 정부에 대한 신뢰, 방역당국의 노력과 국민들의 인내와 배려 양보 등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동안 정부와 방역당국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 방역당국은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솔직하지 못하면 꼬인다. 준비가 안됐으면 아직 안됐다고 솔직히 말하고 좀 늦추면 되는 것이다. 1년 반 동안도 참았는데 며칠을 못 참겠는가. 국민을 너무 얕잡아 보지 말기를 바란다. 매우 성숙한 의식을 가진 우리 국민이다. 서로 믿고 솔직하게 털어 놓고 함께 코로나19를 이겨 내자고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극복해 갔으면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정은경 질병청장이 국민을 속이려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물량 확보가 원활하지 않거나 계획상 맞지 않았다면 곧바로 이를 알리고 추후 백신 확보방안과 예약일정 변경 등 구체적인 대책을 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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