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청년’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청년은 젊음과 패기,꿈과 희망,도전으로 상징되는 세대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하는 미래 세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청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쉽고 후회되는 일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젊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열정이 넘쳤던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즐거웠던 일, 곤란에 처한 사건, 좌절과 고독으로 몸부림쳤던 시절 모두 소중한 내 삶의 파편들이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배낭 하나 걸머지고 경포대로 놀러가 백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대생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 청평 유원지에서 대학 여자 선후배들과 함께 보트를 탔다가 균형을 잃은채 강에 빠져 허우적댔던 일, 학보사 선배들과 동해안으로 MT를 가서 소주와 탄산음료를 섞어 마신 뒤 만취해 바닷가로 무작정 뛰어들었던 기억(하마터면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30대 초반에는 동창생들과 술자리를 한 뒤 서울 사당역 근처 길바닥에서 잠들었다가 불량배들과 시비가 붙어 얼굴 등을 크게 다쳤던 일도 있었다. 현실은 고단했지만 낭만이 있었고 미래는 불투명했지만 서로를 위로해주는 친구와 동지들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 세대들은 너무 고달프고 힘들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모두 포기한 세대로 여겨진다. 코로나19 시국에 맞물려 취업대란이 더 심해진 탓이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1평(3.3㎡)당 평균 2,061만원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3,971만원으로 4년 동안 93%나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금부터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기만 해도 서울에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면 25년이 걸린다는 이야기이다.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결혼은 하지 않고 연애만 하겠다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를 즐기겠다는 것이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청춘들도 주위에 차고 넘친다. 제 입에 풀칠도 못하는 때에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건 사치가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아픔을 넘어 중병을 앓는 수준으로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느 시대든 청년들이 힘들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7,80년대 군부독재시절에는 대학생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겨를도 없이 거리로 뛰쳐나가 싸워야했다. 그 전에는 가난 때문에 상급 학교 진학도 하지 못하고 곧장 일터로 나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청춘들도 많았다. 시대마다 처한 환경이 달랐고 청년 세대가 겪는 아픔과 좌절도 외양만 다르게 표출됐을뿐 본질은 결국 같았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를 부러워했고 돈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해외 유학을 갔다와 교수가 된 친구들을 이유없이 미워했었다.

그래서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귀에 닿도록 들었던 충고이기는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펙을 쌓고 높은 보수를 받는 곳을 찾아보기에 앞서 내가 꼭 하고 싶고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내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지금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청춘들은 자기 잘못 때문에, 자신의 노력 부족 때문에 삶이 힘들어졌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기성 세대들의 동정어린 시선이나 편견에 가득찬 말들에 일일이 신경 쓸 이유도 없다. 태어난 시대만 다를뿐 우리 모두는 지금 청년이거나 예전에 청년이었다. 장래를 진지하게 고민했고 뭐하면서 살아가는게 좋을지를 끊임없이 걱정하고 때로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리고 청춘를 지나 노년으로 가는 세대들도 앞으로 남은 세월에는 뭐하면서 살아야할지를 또 걱정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은 그래서 틀렸다. 인생은 청춘때뿐만 아니라 늘 아프기 때문이다. 병원에 입원해있든 아니든 몸과 마음이 항상 아프고 힘들다. 때로는 아픔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여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랄이 풍년’이라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그리고 한때 청년이었던 세대들이 자신만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꿈과 소망을 이루기를, 아니 이루기 위해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아가려는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 박수는 바로 내 자신에게도 보내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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