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있게 봤고 댓글도 빠짐없이 읽은 기사가 있다. <“유튜브 지겨워! 라디오로 돌아갈래” 어르신 얘기가 아닙니다/2021.6.19. 헤럴드경제>다. ‘오디오 컨텐츠 시장이 심상치 않다’는 리드로 글은 시작된다. 기사 핵심은 ‘멀티플레이어’ MZ세대가 집중이 필요한 영상보다 오디오를 선호하기 시작했고, 추세를 감지한 대기업이 오디오 시장 확대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달에 카카오가 소셜미디어 ‘음(mm)’을 출시하고, 네이버가 음원 기반의 사내 독립기업 ‘튠 CIC’를 설립했다는 것도 소개했다. 댓글 60여개에는 비교적 생산적인 견해들이 많았다. 한 댓글에 시선이 오래 멈췄다. 줄여서 옮기면 이렇다. “오디오 컨텐츠는 천문학적 이용자 수, 추천 알고리즘 편리성 등 때문에 유튜브로 마이그레이션(migration)된 것이다. 정치,경제,사회,인문학 등 분야는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데이터도 적게 소비하기 때문에 굳이 컨텐츠를 영상화해 볼 필요가 없다” 유튜브 세상을 쫒아 죄다 ‘보이는 라디오’에 승부를 건 오디오 매체들이 잠시 숨을 돌려야할 시점일까?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늘 그렇듯, ‘유튜브가 지겨워졌다’는 건 보편적 현상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운전을 하다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일을 겪으면서 누구라도 ‘슬기로운 유튜브 생활’이 벅차질 것이란 걸 직감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휴대폰 유튜브 앱부터 열어 차량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해 온갖 것을 들으며(때로는 보면서) 차를 모는 버릇이 문제를 불렀다. 휴대폰 네비게이션 앱까지 가동하며 운전 중 컨텐츠 검색하랴, 화면 누르랴 하는 위험천만한 일에 길들어져 있는 자신을 교통사고에 직면해서야 보게 되다니. 그나마 나는 프리미엄 회원이지만 번번이 ‘광고 넘기기 터치’를 해야하는 일반 유튜브 애용자들은 운전 중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다. 말 나온 김에 요즘 가사일을 분담할 때 유튜브에 관해 느끼는 부분도 그리 대단치 않지만 생각해봄직 했다. 습관적으로 영상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다가 꼭 고무장갑을 꼈다 벗어다를 반복하는 ‘클릭 스트레스’를 실감하게 된다. 최근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를 보면 40~60대 이용자 2명 중 1명은 유튜브로 정보를 검색한다고 한다. 나도 여느 50대처럼 별일 없으면 유튜브부터 열어보는 생활 습관에 젖어있다. 별안간 유튜브가 위험천만하다 여겨져 오디오 위주의 다른 플랫폼을 찾아나섰지만 매력적인 대안을 보지 못했다.

   유튜브를 지겨움과 위험함의 관점으로 바라본 건 ‘지나치게 정치 편향적이거나 돈벌이에만 눈이 먼’ 일부 유튜브 채널의 일탈도 한몫 했다. 번번이 사회를 오염시키는 거대한 ‘유언비어 기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일부 극우세력의 총선 부정선거 의혹 등이 유튜브를 통해 날개단듯 퍼진게 대표적 사례다. 물론 대다수 국민은 눈도 꿈쩍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MZ세대를 비롯한 젊은층이 ‘사이버 래커’라 불리는 이슈를 다루는 개인 유튜브에 열광하는 부분이다. 언제부턴가 기성 언론마저 이들 주장을 받아쓰기 바쁘다.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이 그랬다. 일부 개인 유튜브 채널이 쏟아낸 음해성 가짜 뉴스가 전도유망한 의대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군중심리에 스며들어 진실로 둔갑했다. 심지어 “여자 문제가 분명히 있었다. 분실된 휴대전화에 여자 사진이 결정적 증거로 나온다”는 무속인 유튜버 영상도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구독자,조회수가 돈으로 직결되는 유튜브 수익구조가 극단적 디지털 자경주의(규범을 어긴 행위자를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서 자발적으로 응징하는 것)를 들끓게 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정작 매섭게 비판을 가할 의무를 지닌 기성언론에 유튜브는 양날의 칼이 아닐까? 라디오 매체의 생존을 유튜브 플랫폼에 기댄 ‘보이는 라디오’에 맡기고 조회 수에 일희일비하는 전략만큼 지겹고 위험한 것도 없다. ‘유튜브 지겨워! 라디오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MZ세대의 움직임은 미약하겠지만 다행스럽다. 문제는 그들이 정작 돌아가서 정착할 라디오는 지금 ‘현 주소’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경제산업부 이현구 기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