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인상과 불가의 입장으로 팽팽하게 맞서며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만8백원을 제시했다. 올해 8천720원보다 23.9%인 2천80원이 많은 금액이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노동시간을 209시간으로 적용했을 때 225만7천2백원이 된다. 경영계는 아직 최초 요구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초반부터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과도하다. 임금 수준이 높다’ 는 등의 각종 통계 자료를 내놓으며 여론전에 나섰다. 매년 그렇듯이 동결 수준의 요구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동결안과 만 8백원안이 다시 팽팽하게 맞설 것인데, 간극이 너무 크다. 전례상 봤을 때 이런 간극이라면 파행을 거듭하다 결국 또 공익위원에 의해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코로나 19로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코로나 19로 경영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만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분배 개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돼 소득분배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주요 지불 주체인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은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의 54%가 연간 영업이익이 3천만원 미만에 불과했고, 경총과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는 ‘중소기업 6백곳 가운데 40.2%가 정상적인 임금지급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영계는 “각종 지표를 들어 인상요인이 없다”는 주장을 밀고 나갈 기세다.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도 노사간 입장은 팽팽하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하는 반면 경영계는 숙박과 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시행한 것은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첫 해인 1988년 뿐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협상은 1.5%라는 역대 최저 인상률로 마무리되면서 파행은 있었지만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맞아 극한 대립은 피하면서 비교적 순탄하게 마무리됐다.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양극화가 심화됐고, 특히 내년에는 대선이 예정돼 있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도 다양하게 엇갈린다.

최저임금은 4백여만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 한계 중소기업의 생존선이 맞닿아 있다. 때문에 적정 수준의 인상이면 ‘일자리’가 위협받고, 이하면 ‘노동자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대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만원 이상의 요구안을 제시한 노동계의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에 민감한 대면, 내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코로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매출감소와 생존 위기에 몰린 영업제한 업종과 서비스 업종의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경영계 역시 코로나 수혜 업종과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 등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동결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나 소득감소와 양극화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고충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고시해야 한다.고시 이전의 절차 등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말 법정시한을 넘기더라도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대안을 찾아 각각 진정성 있는 논의를 이어갔으면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곱씹어 봤으면 한다. 공익위원 의결이 아닌 노사간 상생의 대타협을 통한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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