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일을 마치고 드디어 퇴근길에 나서려는 순간, 후배 기자가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택시를 호출하겠단다. 길거리에 흔하게 지나다니는 택시들을 두고 굳이 콜택시 어플을 켜는 이유를 물어봤다. 

"택시기사가 누군지, 차량 번호는 무엇인지 기록이 남고, 자신이 탑승한 택시에 대한 정보를 가족이나 지인 등에게 보낼 수도 있죠. 그리고 승차거부도 없잖아요. 운행 경로를 두고 택시기사와 얼굴을 붉힐 이유도 없기도 하고요"

후배의 말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때는 렌터카 번호판을 단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 '타다'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인기 이유는 단순했다. 승차거부가 없고, 일단 탑승하면 운전기사는 승객에게 불필요한 대화를 걸지 않으며, 난폭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다는 것... 종합하면 "지금까지의 택시와는 달리, 타다 서비스는 돈 낸 만큼 대접을 받는 기분"이라는 것이었다.

'불법이 아니'라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받고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 때문에 승합차 렌터카를 이용한 타다 서비스는 중단됐다. 하지만 거대 IT기업 '카카오'가 과거 '타다'의 콘셉트를 일부 따라한 '카카오 벤티'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타다 발목 잡아서 카카오 좋은 일 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래도 승객의 선택권은 넓어졌다.

법조 출입기자로 근무하다보니,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혹시 주변에 아는 변호사 좀 없어?"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느냐고 되물으면 질문이 이어진다. "내가 이러이러한 일에 엮여버려서 말이야. 특히 이러이러한 분야에 전문적이거나 경험이 많은 변호사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서초동에, 아니, 어느 법원을 가더라도 법원 청사 주변에 널린 게 변호사 사무실이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상담을 요청한들, 손님을 마다할 변호사 사무실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굳이 '아는 변호사'를 소개받고 싶어하는 이유는 '믿을 만한' 조력자를 찾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상담 좀 하려 했더니 사무장이 대신 맞이할 뿐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변호사, 분명 비싼 돈 주고 선임했는데 내 사건에 별로 관심이 없는 변호사, 의뢰인보다도 사건에 대해 더 모르는 변호사, "과연 이 양반에게 믿고 맡겨도 될까"라는 의심이 되는 변호사. 소송을 겪어본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변호사, 생각보다 많다고.

이런 상황에서 '로톡'이란 플랫폼이 등장했다. 변호사들의 정보를 검색해서 열람할 수 있단다. '아는 변호사', '전문 변호사'를 찾아 서초동을 헤매던 의뢰인들에게는 솔깃한 소식이다. 생각해보면 택시 타고 몇십분 남짓 이동하려는 사람들도 친절하고 믿을만한 택시를 타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세상 아니던가. '로톡'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들어 대한변호사협회와 '로톡' 간의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변협은 '로톡'에 자신의 정보를 올리는 변호사를 징계하겠단다. '타다'와 택시업계가 갈등을 일으키던 모습이 떠오른다.

변협의 강한 반발로, 어쩌면 '로톡' 역시 '타다'의 승합차 렌터카 영업처럼 서비스를 중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플랫폼을 이용한 변호사 소개 서비스가 사라질 것 같진 않다. 거대 IT기업 카카오가 그랬듯, 어떤 거대 로펌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로톡' 서비스에 대한 변협의 반발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로톡'이 당장 사라진다고 해서, 변호사 사회가 느끼는 위기가 함께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변호사 사회의 위기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다. 플랫폼 규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차라리 이 불만이 무엇인지를 점검해 변화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지. 예를 들면 이번 기회에 사무장에게 대리 상담 시키는 '샤이' 변호사는 얼굴 좀 비추고, 일단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성의를 가져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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