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의 생뚱맞은 3일간의 단식...“능력 안되면 사퇴하면 된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모습 [사진=국민건강보험]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단식 모습 [사진=국민건강보험]

 

단식의 역사는 길고도 길다.

부처님은 6년의 고행과정에서 피골이 상접하도록 단식을 하셨고 예수님도 40일간 금식을 하셨다. 이 분들은 종교적 입장에서 실천하신 것이다.

인도의 간디는 비폭력주의를 외치며 옥중에서의 단식 투쟁을 벌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3518일 김영삼 대표가 단식에 들어가 가택연금 해제민주화 운동의 기폭제가 되면서 결국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

김대중 대표도 199010, 13일간의 단식투쟁에 들어갔고 지방자치제를 다음 해인 1991년부터 실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 단식은 박정희 군부세력에 의해 중단됐던 지방자치제를 부활하기에 이르렀다.

단식은 이처럼 역사의 큰 줄기를 바꾸는데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생뚱맞은 단식이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 노동자들이 지난 1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지난 14파업중단을 요구하며 돌연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김 이사장은 단식 입장문에서 "고객센터 노조는 직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과 함께 공단 본부 로비에서 농성을 하고 있고, 이에 대해 공단 직원들이 매우 격앙하고 있다""두 노조가 대화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대립만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단식은 3일 만에 끝났다. 그야말로 해프닝이다.

김 이사장은 16일 국회에서 단식을 시작하며 내건 2가지 요구를 두 노조가 다행히 수용해 단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정부가이드라인이 3단계 조치방안으로 돼 있다.

1단계는 파견용역, 2단계는 자회사, 3단계는 민간위탁이다.

이번에 파업에 돌입한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경우 3단계, 즉 민간위탁에 속해 있다.

건보공단은 2019년 사무논의협의체를 구성해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부터 하고자 했으나 고객센터 직원들은 노조를 결성해 '직고용'을 요구했다.

이는 건보공단 경영진보다 정규직 직원들의 반발을 사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고객센터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고, 건보공단노조는 협상 테이블에도 앉지 않으려 하면서 갈등은 증폭되고 있고 경영진은 무력해진 상태다.

경영진이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접고용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를 공단 내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 즉, -노간의 갈등으로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사태 해결을 위해 양측을 설득하고 해결방안을 내놔야 할 최고책임자가 돌연 단식에 들어가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특히 당사자격인 고객센터지부는 “1년 넘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수 없이 요구했고, 파업을 통해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모든 문제를 결단하고 결정해야하는 기관의 수장이라고 하는 사람은 단식투쟁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겁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느닷없이 튀어나온 김용익 이사장의 단식쇼에 헛웃음만 나온다면서 심지어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요구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를 공단 내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갈등 즉, -노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는 부분에 대해선 분노와 함께 자리보전의 희망을 담은 공단 이사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갈등이든 노노갈등이든 갈등은 늘상 있어 온 일이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고 서로간의 간극을 좁히는 행정행위를 하는 게 최고경영자의 일 일진데 김 이사장은 단식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꺼낸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니 나는 모르겠다. 단식이나 하고 있을 테니 너희들끼리 한번 해 보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단식으로 김 이사장은 양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하지만 세상은 무조건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군부 독재 시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나라를 되찾겠다는 독립지사의 굳은 의지는 더더욱 아니기에 김 이사장의 단식은 그저 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쇼를 통해 양측 노조를 겁박해 테이블로 이끌어 낸 것을 효과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단식은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거나, 약자들의 목소리가 아예 묻힐 때 사회적 약자들이 이를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최고경영자가 노조를 상대로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능력이 안되면 사퇴를 하면 그만이다. 왜 사퇴하지 않고 단식투쟁을 하는지 국민이 기가 찰 지경"이라며 "블랙코미디"라고 정의했다.

맞는 말이다. 선출직도 아닌 임명직인데, 능력이 안 되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고 다른 능력자가 해결하면 된다. 지금은 아무리 봐도 직원간의 갈등에 대해 해결능력도 없으면서 자리나 보전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단식을 희화화 한 책임은 어쩔 것인가. 물러나는 게 옳다.

최고경영자는 최고경영자다워야 하니까.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