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66회 현충일입니다. 온 국민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거룩한 희생정신에 추모와 존경을 보내는 날입니다. 여기에 더해 군(軍)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무게를 두는 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군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지만, 최근 부실 급식 논란에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까지 잇따라 터지면서, 군에 대한 신뢰가 크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군 조직과 문화는 고래로 우리 사회를 유지하고, 기술 발달과 문명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군과 민간 기술의 협력은 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탄생시켰고, 일촉즉발의 남북관계에도 우리 국민들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군의 억지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군 조직과 문화가 긍정적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부정적 부분이, 부족한 인권 의식입니다. 군은 상명하복의 계급 사회이기에 경직화되고 수직적 문화가 주류를 이룹니다. 지휘관 또는 상급자의 결심은 그 자체로 조직의 결정이 됩니다. 하급자들의 견해는 어디까지나 부차적이고 보조적입니다. 만일 하급자의 생각이 상급자와 충돌한다면 하급자의 견해를 수용하느냐 여부는 오로지 상급자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인권 의식이 군 전반에 제도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군내에 만연한 비밀문화도 문제입니다. 군과 관련된 내용은 모두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성역시 됩니다. 이로 인해 때론 확인할 수 없는 거짓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진실이 묻히기도 합니다. 언론의 곤란한 질문에 “제한된다”는 말은 군의 오랜 단골 답변이 됐습니다. 하지만, 감추면 감출수록 병은 더 깊어지고 신뢰는 떨어집니다.

부사관 사망 사건을 지켜보면서 한 개인의 악독한 일탈 행위와는 별개로 이런 두 가지 측면의 어긋난 군사 문화도 동시에 떠올리게 합니다. 파렴치한 범죄가 벌어졌는데도 가해자와 상급자들은 조직적으로 회유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를 벌였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계급으로 깔아뭉개며 조롱했습니다. 군대 내 사건인데 어떻게 알겠느냐며 쉬쉬하다가, 언론 취재로 일부가 드러나니 착오가 있었다며 이내 말을 바꿨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 개시, 참모총장의 불명예 퇴진까지 있었지만, 여전히 지휘 라인의 소홀과 비위는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속 시원히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은 사건 사고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남북관계의 특성상 기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군의 민낯이 드러나는 게 군 작전과 사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잃는 것보다 이득이 더 많습니다.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라는 일벌백계로 썩은 환부를 도려내야만 실질적인 재발 방지책이 나올 수 있고 더 강한 군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제66회 현충일을 맞아, 우리 군이 잘못된 군사 문화의 잔재들을 말끔히 털어내고, 국민의 군대, 친 인권적 군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